정보통신망법 등 개인의 명예 보호하고자 제정
“피해자의 피해주게 가능성도 가로막아” 지적

 

▲신새아 앵커= 조만간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헌법을 위반하는 지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이뤄질 예정인데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헌재 심판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벌써 3번째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죄가 될 순 없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기 때문인데요.

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개정되거나 폐지돼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는 건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여러 국제 인권기구들이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형사적 처벌을 폐지할 것을 정식 권고하고 있는 형법상 죄가 있습니다.

바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입니다.

UN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소속 호세 산토스 파이스 위원은 “명예훼손의 범죄화가 개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한국인 최초로 해당 위원회에 선출된 서창록 위원도 “국제 인권법에서는 기본적으로 명예훼손을 형법으로 처리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며 “거기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법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관련 문제가 제기된 지도 벌써 10년.

관련 법인 형법 제307조 1항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은 한 번 훼손되면 온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진 개개인 명예를 지켜주고자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법적 처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이 공론화됐을 때 가해자가 피해자의 입을 막는 구실로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즉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행위까지 처벌해 피해 구제 가능성을 가로막는다는 말입니다.

[손지원 변호사 / 사단법인 오픈넷]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일단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표현이라면 그게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불문하고 모두 형사처벌 될 수 있는 행위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투 운동, 갑질 폭로, 학폭 폭로처럼 힘없는 개인들이 자신의 피해사실이나 진실을 밝히면서 가해자와 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일종의 사회고발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최근 양육비 미지급 등 공익을 내세운 폭로가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성 논란은 갈수록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온전한 '사실'을 말해도 처벌받지만,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면 처벌받지 않는 예외 조항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공익에 관한 것이면 괜찮고 그렇지 않은 것은 처벌하고, 이런 이분법적 기준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겁니다.

[손지원 변호사 / 사단법인 오픈넷]
“네. 그런 조항이 있긴 하지만 공익이라는 개념 자체가 판단자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이기 때문에 그런 조항이 있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위축효과를 방지할 수 없다고 보이고, 그래서 공익적 목적의 인정 여부가 심급마다 다르게 나온 판결례도 상당히 많죠."

법조계 내부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수년전부터 꾸준히 비판적 의견을 내왔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폐지 주장에도 불구, 헌법재판소는 2016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법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오늘날 사실적시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가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심판대상 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를 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헌재는 "만약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고려해서 심판대상 조항을 전부 위헌으로 결정한다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적 명예가 침해되는 것을 방치하게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중 어느 게 우선돼야 할까.

잇따른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도 여전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3번째 헌재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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