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14세→13세 미만 개정안... 여전히 국회 계류 중
"처벌 능사 아니다" vs "바늘도둑이 소도둑 돼" 원탁논쟁만

(법률방송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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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 지난해 11월 서울 노원구에 사는 한 70대 남성은 아파트 고층에서 날아온 돌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 남성은 다리가 불편한 부인을 뒤에서 부축하며 아파트 출입구 계단을 오르던 중이었습니다. 이들 부부에게 돌을 던진 건 8살 초등학생이었습니다.

#. 지난해 12월 수도권 무인점포 업주들을 불안하게 했던 도둑들이 잡혔습니다. 범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10대 남녀 중학생이었는데, 이들은 21차례에 걸쳐 870만원을 절취했습니다.

#. "엔진 터진다! 미친XX야!" 이달 초에는 아버지 차를 몰고 도로에 나갔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이들은 인터넷 생방송까지 키고 차량을 번갈아가며 운전하다가 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형사 처분을 받지 않는 나이를 무기화해 일탈행위를 일삼는 촉법소년이 사회 문제로 꾸준히 대두되고 있습니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차장 소화기 테러' 잡고 보니 촉법소년들

인천 남동경찰서는 오늘(25일) 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13세 A군 등 2명을 법원 소년부에, 14세 B군 등 3명은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습니다.

A군 등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인천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지에서 4차례에 걸쳐 소화기 분말을 뿌려 차량 41대 등에 피해를 준 혐의를 받습니다.

범행 당시 A군 등은 주차된 차량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뛰었고, 다른 일행은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범행 장면을 구경했습니다.

현행 소년법상 10세 이상부터 14세 미만은 촉법소년에 해당합니다. 법원 소년부에 송치되면 감호 위탁이나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1∼10호까지의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10세 미만은 범법소년으로 법적 처분이 불가하고, 14세 이상부터 19세 미만은 범죄소년으로 분류해 형사처벌과 보호처분 모두 가능합니다.

촉법소년 범죄가 갈수록 늘며 흉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2022년 12월 촉법소년 연령을 기존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는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의 쟁점' 보고서를 통해 "연령 조정을 통한 형사처벌의 확대는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적 원인에 대응하는 실효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진=범행 당시 CCTV)
(사진=범행 당시 CCTV)

◇태국 총기난사 14세 '석방'... 글로벌 골머리 '촉법소년'

이런 가운데 경찰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2018년 7,364건 ▲2019년 8,615건 ▲2020년 9,606건 ▲2021년 1만1,677건 ▲2022년 1만6,435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촉법소년 문제는 해외에서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최근 태국에서는 고급 쇼핑몰에서 총기를 난사했던 14세 소년에 대한 석방이 결정됐습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태국 중앙청소년가정법원은 지난해 10월 방콕 시내 쇼핑몰 시암파라곤에서 총기를 난사한 후 체포·구금 상태였던 14세 소년을 석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태국 현행법상 15세 미만은 죄를 저질러도 형벌을 받지 않고 풀려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년은 당시 온라인에서 구매한 불법 개조 총기를 난사해 중국인 관광객 3명이 목숨을 잃었고, 4명은 크게 다친 바 있습니다.

현재 태국 정부는 형사책임 나이를 15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률방송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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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범죄기록 삭제로 더 망가지지 않게?... 약일까 독일까

#. 지난 2022년 뺑소니 사망사고를 내고도 촉법소년이라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던 10대 3명이 집단 폭행 혐의로 결국 구속됐습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3월 서울에서 차를 훔쳐 대전까지 몰고 갔다가 오토바이를 친 뒤 달아났던 촉법소년입니다. 당시 사고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 신입생이 숨졌지만, 사고를 낸 이들은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아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 지난해 추석 무렵 훔친 차로 도심 추격전을 벌인 10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당시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형사 처벌없이 풀려났는데, 이 13살 중학생은 그 이후에도 대담한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결국 소년원에 입감됐습니다.

영국에선 2010년 이후 유죄 판결을 받는 촉법소년 수가 크게 줄고, 소년원에 수감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현지 언론은 초등학생 연령의 아동에게 범죄 경력이 남는 것을 방지하려 법적 처벌 외 방식으로 범죄 아동을 선도하는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영국 사법부는 1993년 리버풀에서 10세 아동이 영유아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 이후 법적 처벌이 가능한 '촉법소년' 연령을 세계 최저 수준인 10세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국청소년사법위원회(YJB)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처벌받은 촉법소년은 781명.

이후 2010년부터 영국 안에서 촉법소년이 유죄를 선고받는 사례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영국 사법부는 촉법소년 재판 자체를 취하하거나 기록이 오래 남지 않는 벌금·봉사 등의 방식으로 처벌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일례로 현지 법원은 지난 8월 뉴룩지역에서 895파운드의 옷을 훼손해 유죄 판결을 받은 소년을 완전 석방했고, 그의 범죄 기록은 1년 간 열람이 가능하지만 이후에는 소멸됩니다.

범죄 아동의 소년원 수감을 중단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처벌이 줄어든 것은 물론, 재판 전 소년원에 구금된 아동은 유죄 판결을 받을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범죄 아동이 재판 전 구금 처분을 받은 건 2016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영국 법무부는 소년범 처벌 빈도나 강도가 줄어든 것과 관련해 "조기에 범죄 아동의 행동에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촉법소년의 나이가 낮은 만큼 이른 시기부터 법적 처벌 외의 다양한 수단으로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선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 등이 1년 넘게 계류 중입니다.

경찰은 촉법소년 수사의 어려움 토로하기도 합니다.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도 법원에서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기각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한국형 소년범죄 예방 시스템은 어떤 방향이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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