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예람 중사의 유가족과 변호인단이 15일 '고 이예람 중사 2차가해·부실수사 사건' 1심 선고 재판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이예람 중사의 유가족과 변호인단이 15일 '고 이예람 중사 2차가해·부실수사 사건' 1심 선고 재판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故 이예람 중사 사망 경위를 보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하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대대장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이 중사의 공군 직속 상관과 군검사에게는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오늘(15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대대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김모 중대장과 박모 군검사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김 전 대대장은 가해자 장모 중사가 피해자인 이 중사와 분리되지 않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회유하며, 사건 은폐를 시도한 사실을 알면서도 징계 의결을 요구하지 않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할 의무는 인정되나, 그 이행 방법은 자신이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반드시 당시 중대장 등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하도록 지시해야 할 구체적 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중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 소문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조치한 점을 보면 피고인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고 이예람 중사 2차가해·부실수사' 사건 관련 박모 전 군검사가 1심 선고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이예람 중사 2차가해·부실수사' 사건 관련 박모 전 군검사가 1심 선고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죄를 받은 김 전 중대장은 이 중사가 전입하려는 15전투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조금 이상하고,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 한다"며 허위 사실을 말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속 대상 부대 중대장에게 허위 사실을 유포했고, 이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한다"며 "군대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 정보는 광범위하게 전파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이 중사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전속 간 부대에서조차 근무자들이 냉랭하게 대하는 반응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며 "이 범행은 일반적 명예훼손 범죄와 죄질의 무게감이 다른데도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질책했습니다.

이 중사 강제추행 피해 사건의 담당자였던 박 전 검사는 이 중사 사망 전 2차 가해와 장 중사 구속수사 필요성 검토를 방임하고, 휴가 등을 이유로 조사 일정을 지연시키며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습니다.

재판부는 "박 전 검사는 사건을 송치받은 후 한 달 반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았고, 조사 일정을 연기하기까지 했다"며 "이 중사 사망 이후 사건 처리 지연이 문제되자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군본부 법무실에 '피해자 측 요구로 조사일정을 변경했다'고 거짓 보고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박 전 검사가 피해자 조사를 수차례 연기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조사가 미뤄진 데에는 이 중사 측 사정도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박 전 검사가 근무 태만을 넘어 직무를 의도적으로 방임·포기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박 전 검사는 이 중사의 사생활과 관련한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받았으나, 재판부는 공소를 제기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관련 증거를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날 방청석에 있던 이 중사 모친은 선고를 듣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선고가 5분 가까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선고 직후에는 이 중사 부친이 무죄를 선고받은 김 전 대대장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통곡하기도 했습니다.

이 중사 유족 측은 "재판부가 직무유기의 범위를 아주 협소하게 인정한 판례에 근거해 판단해 아쉽다"며 "항소심에서는 반드시 유죄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