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석대성 기자 (진행자)

사별하고, 자녀도 없이 혼자 지내던 70대 노인이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2달 만에 간병인과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수십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재력가였던 이 노인은 결국 사망했고, 유족들은 이 간병인이 노인의 재산을 노리고 혼인 신고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완벽한 상속> 오늘은 치매로 발생하는 상속 분쟁 유형과 방지법을 알아봅니다.

상속재판 전문가, 법률사무소 율샘 허윤규 변호사 님과 함께합니다.

▲허윤규 변호사 (법률사무소 율샘)

안녕하세요.

▲진행자

먼저 앞서 설명한 상황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리면요.

이 간병인은 법적으로 자신이 배우자이기 때문에 할아버지 재산을 상속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단 입장이었고, 유족 측은 할아버지가 정상적 판단 능력이 없는 치매 상태였으니 혼인신고는 무효라고 반박했는데요.

변호사님, 치매로 인한 상속 분쟁은 주로 어떤 경우 문제가 될까요.

▲변호사

모든 법률 행위에는 의사능력이라는 게 필요합니다.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豫期)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 겁니다.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치매 질병의 경우 행위자에게 이러한 인지·판단능력이 결여돼 의사무능력으로 법률행위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보통 치매 상태의 부모님으로부터 특정 자녀가 증여나 유언을 받게 되면 다른 상속인들이 이러한 증여나 유언에 대해 무효 주장을 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분쟁 형태입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해주신 혼인의사 유무 등 다양한 법률 행위에서 치매로 인한 의사무능력 여부도 문제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치매 진단을 받았어도 모두 의사능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의사능력 유무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변호사

맞습니다.

치매라도 항상 의사능력이 부정되는 건 아니죠.

치매도 그 정도에 따라 경증과 중증 등 여러 단계로 나뉘고, 항상 의사능력 상실상태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치매 진단에 대한 의학적 소견과 피상속인의 평소 건강상태·정신상태를 비롯한 증여나 유언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고려합니다.

이러한 구체적 사정을 의학적 소견과 대비해 ‘규범적 요소’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의사능력 유무는 구체적 법률 행위와 관련해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증여나 유언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에선 그 증명 책임을 부담해야 합니다. 

▲진행자

치매 중증이라는 의학적 소견이 있어도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 등을 추가적으로 입증해야 된다는 말씀이죠.

구체적으로 어떤 걸 입증해야 할까요.

▲변호사

어쨌든 법률 행위 당시 치매 진단을 받은 의료기록은 존재해야 하고, 최소한 중증도 이상의 진단 사실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무효를 주장하는 법률 행위 당시 진단 자료가 아예 없고 그 이후 치매 진단이 있는 경우는 아무래도 입증이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진단은 3단계로 분류하는데요. 

1단계 선별검사(MMES)는 보통 인지기능 검사로, 치매 진단 중 가장 기본적 검사입니다.

수검자에게 질문지를 주고 답변하는 내용을 기초로 점수를 산정하는 방식입니다. 

2단계 진단검사는 전문의 진찰을 통해 CDR(임상치매척도검사)이나 GDS(전반적 퇴화척도 검사)가 있고요.

3단계는 혈액검사, 요검사, 뇌촬영검사 등 감별 검사인데요.

여기서 보통 중증도 이상이라 함은 자료와 같습니다.

▲진행자

진단 자료는 의료인이 아니면 정확한 판별이 어렵잖아요.

의료기록은 보통 감정을 하죠.

▲변호사

맞습니다.

법원에 의료기록을 제출했어도 단순히 치매 진단 수치만 갖고 의사능력을 파악할 수는 없고, 전문가인 의료감정인에게 의료기록 감정을 맡깁니다.

해당 법률 행위 당시 의사능력 여부에 대한 의료인의 의견을 묻죠.

다만 소송에선 의료인 의견을 많이 고려하긴 하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닙니다.

▲진행자

의료인이 "의사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 감정해도 그대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변호사

그렇습니다. 

실제 소송에서 의료진 의견이 명확하게 나오는 경우보단 불명확하게 나오는 경우가 오히려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증여나 유증 당시 행위자의 인지·판단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주변인 진술이나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고요.

의료진 의견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와도 다른 구체적인 사정, 즉 규범적 요소에 의해 결론을 달리보기도 합니다.

▲진행자

의사능력을 판단하는 게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아까 소개한 사례에선 법원이 할아버지가 치매 때문에 혼인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혼인신고는 무효라고 판단했는데요.

변호사님, 이렇게 치매 분쟁에서 실제 의사능력이 부정되는 경우는 많은가요.

▲변호사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무효로 되는 경우가 많진 않은 것 같습니다. 

보통 증여의 대상이 부동산이 경우 법무사 등 전문 자격자에 의해 등기가 이뤄지고 유언 중 공증유언의 경우에도 공증인 자격을 가지신 분들에 의해 절차가 이뤄지잖아요.

대부분 증여자나 유언자에게 직접 의사를 확인한 후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은 1차적으로 의사능력을 확인하고 이뤄진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부동산 증여가 아닌 현금 증여나 자필 유언 등의 경우, 제3자가 개입되지 않고 이뤄지는 행위일 때는 상대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도 다소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주신 혼인무효의 경우에도 오로지 간병인과 치매노인 사이에 일어난 일로, 법무사나 공증인 등에 의해 객관성이 보증되지 않은 법률 행위입니다.

무효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겠죠.

▲진행자

형제끼리 분쟁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요.

▲변호사

완벽한 방법은 있을 수 없지만, 건강하실 때 치매를 염두에 두고 부모가 자녀 간 상속 문제를 유언이나 증여 등으로 미리 정리해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만약 부모님이 이미 치매 진단을 받으신 상태라면, 형제 간 협의를 통해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부모님 의사능력이 문제되기 전에 계약을 통한 임의후견이라는 제도도 있으니 상황에 맞게 후견제도를 이용하면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때로는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다'라는 말이 있죠.

치매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불화는 최소화하는 게 좋겠습니다.

궁금한 내용 변호사님께 여쭙거나 <완벽한 상속>에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법률사무소 율샘 허윤규 변호사 님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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