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할 말 정말 많죠."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시행한 '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체제. 도입한 지 1년 반이 돼가는 시점에서 법조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했다. 취재를 위해 연락한 변호사들은 하나 같이 한숨부터 내쉬었다.

"수사기록이 경찰에서 검찰, 경찰을 왔다가 갔다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수사권을) 받았으니 양을 감당하겠어요?"

"간단한 사기 사건인데도 주요 입장과 요점은 민사로 처리하라더군요."

"(경찰 수사관이) 어떤 부탁까지 했냐면 사건 이송까지 처리할 시간이 오래 걸리니 고소 철회하고 다른 경찰서에 넣어 달래요."

"경제범죄 같은 복잡한 사건도 힘들어하는데, 간단한 사건은 또 간단한 사건대로 오래 걸려요."

국민이 수사 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불편만 늘었다. 경찰은 업무량 과다 등을 호소하면서 수사 부서를 기피하고 있고, 변호사 업계는 경찰 근무 체제와 수사 전문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검찰도 경찰의 수사력을 답답해 하는데, 수사가 길어지고 알짜가 빠지면서 최종적으로 손해를 보는 건 사건 당사자인 국민이 되고 있다. 결국 검수완박은 일부 고위층과 부패 권력층, 범죄자에게만 이득일 뿐 일반 국민의 권익은 이들로 인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의 판단이 언제나 옳을 수는 없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형사사법 제도는 여러 번에 걸쳐 사건을 심리하도록 규정한다. 지방검찰청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항고와 재항고를 통해 상급 검찰청의 판단을 받을 수 있고, 재정신청을 통해 법원의 판단도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고발인 이의신청이 사라진 지금, 고발 사건은 사실상 경찰의 '단심제'로 수사가 끝나고 있다.

심지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 권익 강화라는 개혁 명분을 내세우던 더불어민주당도 조용하다. 기대했던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 재판은 온데간데 없고 여기저기서 불만만 가득하다. 모두를 힘들게 한 '검수완박'이지만, 그럼에도 검수완박 부작용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경찰로만 쏠려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1969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필립 짐바르도는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와 멀쩡한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유리창이 멀쩡한 자동차는 아무런 이상 없이 처음 상태로 있었지만,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는 배터리와 타이어 등 부속품이 사라지고 여기저기 파손된 상태로 남았다. 13년 후, 미국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이 실험에 착안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주장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한다는 이론이다. 어떤 문제를 계속 방치하면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70년간 이어진 형사사법 체계가 유리창 한 부분이 깨진 후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법무부가 수사준칙 개정으로 깨진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여둔 상황이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되돌리기에는 거대 야당의 장벽이 너무나도 큰 검수완박. 그러나 유리창의 실금은 스스로 붙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진다. 책임 있는 국회라면 지금이라도 새 유리창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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