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대표 "여전히 양육비 미지급 비율 80%"

(사진=법률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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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3년 전 방송인 이다도시, 김동성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의 전 부인 등은 법률방송에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털어 놓았습니다.  자신들의 배우자들이 이혼 후 양육비를 주지 않은 사실을 밝히며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이후 법률방송은 양육비 미지급 이슈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마침내 지난 2021년 7월부터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이 시행됐습니다.

개정된 양육비이행법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를 정지하고 출국을 금지시키고 명단을 공개하는 등 형사처벌 규정을 강화해 악의적인 양육비 미지급자를 제재하는 게 골자입니다.

양육비이행법 시행 후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법률방송이 3회에 걸쳐 양육비이행법 시행 후 변화에 대해 살펴봅니다.

◆ 처음 열린 형사재판서 집행유예 판결

2017년 이혼한 뒤 홀로 세 자녀를 키운 박모씨는 지난달 8일 법정에서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박씨의 전 배우자 A씨는 세 자녀 양육비(1인당 30만 원씩) 4,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열린 첫 형사재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노민식 판사)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2021년 7월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감치명령을 결정 받고도 1년 안에 미지급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있게 된 지 2년여 만의 첫 형사재판 결과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유죄가 인정된다”면서도 “양육비 지급에 관한 화해 권고 결정이 내려진 2017년 이후 피고인이 일부 양육비를 지급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 결과를 지켜본 박씨와 관련 단체들은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소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4년 넘게 걸린 형사고소 과정을 다시 반복해서 준비해야 하는 박씨는 “선고를 듣자마자 모든 게 내려앉는 기분이었다”며 “막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남은 1년 안에 다시 지난 양육비 청구 과정을 거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마치 ‘양육비 받을 생각하지 마라’고 선고하는 것과 다름없이 느껴졌다”고 호소했습니다.

박씨는 2019년 양육비 지급명령 소송을 통해 A씨의 급여를 압류해 양육비를 일부 받아냈습니다. 그러자 A씨는 직장을 관두고 행적을 감췄고, 수천만 원에 이르는 잔여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이영 대표는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의 목적은 처벌보다 양육비 지급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첫 형사재판의 결과가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끝까지 안 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도 "집행유예가 나온다면 피해자들이 마지막 보루로 여기던 형사재판도 속수무책"이라며 "현재 양육비 이행법이 양육비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 개정안 시행 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

2021년 여성가족부가 한부모가족 가구주 3,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72.1%가 양육비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양육비 미이행과 관련해 기소한 이는 올해 14명이 전부이고 이중 양육비 7,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약식기소된 B씨는 300만원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 14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현재까지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지난 2010년 결혼해 자녀 1명을 둔 남성 B씨는 2015년 이혼하며 매월 100만원의 양육비를 주기로 협의했었습니다. 

그러나 B씨는 3년 후 2018년부터 양육비 지급을 중단했고, 2020년 법원의 양육비 이행명령도 무시했습니다. 

결국 지난 3월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B씨. 

지난 9월 재판 결과가 나왔는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된 게 고작이었습니다. 

이같은 법원 판결들로 인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구 대표는 "5년 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나쁜 부모의 비율이 80%였는데, 지금도 여전히 80% 달한다"며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실질적으로 개선된 건 별로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면허 정지나 출국 금지는 물론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도록 법을 고쳤지만 실제로는 처벌이 되지 않아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구 대표는 "개정안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형사고소가 됐거나 제재조치를 당한 사람들은 수백명에 불과하다"며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피해 아동은 100만명인 것을 생각하면 법안의 효과는 없다고 봐야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구 대표는 이같은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절차의 장기화'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구 대표는 "통상적으로 형사고소를 하게 되면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찰이 기소를 하고 재판부가 판결을 하는데 대략 3년에서 5년 걸린다"며 "양육비 미지급자가 소장을 일부러 받지 않거나 하면 기간은 끝도 없이 늘어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구 대표는 "양육비 이행 절차를 간소화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국회에 이미 이행 절차 간소화 법안이 발의되어 있는 만큼, 이를 빨리 통과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안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최근 양육비이행법 위반 사건에 대해 원칙적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6일 대검찰청은 “양육비 채무 미이행 사건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공판하는 내용의 사건처리 기준을 전국 검찰청에 시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구공판이란 정식재판으로 회부하는 기소를 뜻합니다. 

또한 대검은 양육비 미지급 사건은 원칙적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하되 미지급 금액과 기간, 이행 노력 정도 등을 고려해 처분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양육비를 한 차례도 지급한 적이 없는 경우, 재산이 충분히 있음에도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 재산을 은닉한 경우 등은 양형 가중 요소로 고려해 엄벌에 처하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이같은 대검의 사건처리 기준 강화 발표는 법 개정 이후에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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