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의 이용 또는 도용과 법적 문제점

[법률방송뉴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던가. 더군다나 우리 사회에 인터넷이 보급되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문화예술 콘텐츠를 퍼나르기 시작한지도 30여 년 가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막연한 내 생각을 누군가가 일찌감치 멋지게 표현해낸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접하는 대중 예술에서는 패러디와 오마주가 넘쳐난다. 나아가 표절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오마주, 패러디 그리고 표절. 이는 각기 무엇일까?

문화 예술계에서는 많은 이가 이 개념에 대한 정의와 의견을 다양하게 내놓는다. 혹자는 ‘이미 남들이 다 알고 있으면 패러디, 남들에게 알리고 싶으면 오마주, 남들이 모르게 감추고 싶다면 표절’이라고 짧게 정의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오마주는 원작에 대한 존경의 의미, 패러디는 원작 자체를 희화화하거나 원작을 이용하여 사회 현상 등을 풍자하는 것, 표절은 남의 지적 노동의 산물인 창작물을 훔치는 것’이라는 정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2016년 신세계 그룹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SSG.com은 배우 공효진과 공유가 마치 영화세트장 같은 정적인 느낌의 배경에서 촬영한 광고로 인기를 끌었다. 누군가는 이를 SSG.com이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를 오마주 한 것이라 말했고, 또 누군가는 그를 패러디 한 것이라 말했다.

에드워드 호퍼 작품의 고독하고 강렬한 분위기를 높이 평가해 이것이 상업광고에서도 톡톡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였다면 오마주로 볼 여지가 있다. 반면 이 광고가 일단 재미있고 웃음을 자아내며 중산층 부부의 지나치게 교양있고 차분한 모습을 위선적이라고 여겨 공감을 얻고자 했다면 패러디로 못 볼 것도 아니다. 이처럼 오마주와 패러디는 사전적 정의에서는 비교적 잘 구분되지만 실제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기도 한다.

오마주와 표절의 관계는 어떨까? 역시 미묘하다. 주로 표절이라는 비난을 피하려고 이 둘을 한꺼번에 언급하곤 한다. 어떤 연예인의 의상이나 대중음악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을 때, 대중들은 소속사 측이‘결코 표절이 아니며 해당 디자이너(또는 원작곡자)에 대한 오마주의 표현이었을 뿐이다’라고 설명하는 것을 여러 차례 들어왔다. 이런 해명이 이루어진 경우, 실제로 원저작권자가 나타나 오마주가 아닌 표절을 주장하며 권리의 침해를 호소하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반면 패러디와 표절의 관계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주로 패러디는 원저작물을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를 이용하여 유머와 위트를 표현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원저작물의 존재를 꽁꽁 숨기고 자기가 처음 만들어낸 것처럼 꾸미는 표절과는 처음부터 그 목적에서 상반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마주, 패러디, 표절은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때론 헛갈리기도 한다. 문화 현상은 오래되었어도 그 용어 자체는 그리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보니 말 그대로 ‘감’에 의존하여 파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 법은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법은 이 셋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단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법률은 오마주, 패러디, 표절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오마주와 패러디는 외국어니까 그렇다 해도 ‘표절’을 정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다소 의아하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 등 몇몇 법률에서는 표절 행위를 사업비 환수 등의 사유로 들고 있기는 하지만, 정확히 그 표절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우리 법은 오마주, 패러디, 표절을 구분하지 않고 단지 저작권법,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위반이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뿐이다. 이들 법 중 문화예술 영역은 일반적으로 저작권법 위반이 문제된다.

저작권 침해가 구체적인 ‘표현’을 복제하는 경우 등을 의미함에 반해, 일반적으로 표절은 저작권 침해에는 이르지 않는 이른바 ‘아이디어’의 도용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대략의 플롯과 컨셉, 분위기가 비슷하다면 저작권 침해의 법적인 책임은 없더라도 표절에 대한 의혹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에 앞서 표현과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구별해 어디까지가 저작권 침해고 어디부터가 표절인지 구분하는 것부터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 아이디어의 장르적 ‘공유’와 비난받아야 할 ‘도용’의 경계는

저작권 침해와 표절, 그리고 장르적 유사성과 관련하여 깊게 생각해 볼 만한 사건이 있다. 지난 봄,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씨는 자신이 연출한 창작 공연 ‘미스터쇼’의 각본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와일드 와일드’ 공연을 상대로 법원에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박 감독은 공연 ‘와일드 와일드’가 구성, 전개 과정, 배우들의 동작, 의상 및 세부 에피소드의 여러 측면에서 자신의 저작물인 ‘미스터쇼’의 창작적 표현 방식을 그대로 모방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 주장했다.

런웨이 신, 흰 티와 청바지 신, 랩댄스 신, 제복 신 등 특정 장면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또한 ‘남성 배우들을 출연시켜 그들의 안무와 동작, 연기만으로 성적 매력을 발산시켜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의 여성 관객 전용 공연’이라는 각본의 주제와 기획 의도도 차용되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와일드 와일드’ 측은 장르의 유사성에 따른 구성에 불과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법원은 박 감독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체적인 구성에서 각 장면의 배치 순서에 유사한 점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샤워 장면,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거나 제복을 입고 군무를 추는 장면 등은 미국의 남성 스트립쇼 ‘치펜데일쇼’를 비롯해 ‘미스터쇼’ 각본이 창작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공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구성”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위 표현 방식은 예전부터 이미 장르적인 특성으로 널리 퍼져 특정인이 독점적인 권리로서 주장할 수 있는 표현 형식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작권 침해와 표절의 경계가 칼로 무 자르듯 명료하게 나누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대중이 공감하는 장르적 유사성과 아이디어 도용의 경계 역시 명확하게 나누기 어렵다. 비슷한 컨셉의 작품이 등장할 때, 해당 장르의 시장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것인지 혹은 표현과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으로 비난해야 할 것인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아마도 해당 시장의 바탕을 이루는 소비자들의 건전한 담론만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작권 침해야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오마주, 패러디, 표절, 장르적 유사성과 같은 개념은 생래적으로 결국 대중의 공감대를 얻어야만 비로소 의미를 지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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