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이동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이동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2022년 시즌이 이미 종료되고 2023년 시즌이 한참 남은 지금,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은 2023 시즌 전 개막하는 WBC(WORLD BASEBALL CLASSIC)로 향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화제가 되는 부분은, 학교폭력으로 인하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정지 3년을 받아 영구히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한 A 선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22년 국내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했던 A 선수는, 과거 고등학교 시절 저지른 학교폭력으로 인하여 2017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정지 3년의 징계를 받았고, 3년 이상의 징계를 받은 선수는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의 규정으로 인해 국가대표로 영원히 발탁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현재는 폭력 행위와 관련하여서는 3년이 아닌 1년 이상의 자격정지 징계만으로도 국가대표로 발탁될 수 없도록 대한체육회 규정이 더욱 강화되었다).

문제는, WBC의 경우에는 대한체육회와 무관하여 위 징계가 적용되지 않는 대회이기에 A 선수의 국가대표선발이 가능한 상황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국내 최고의 투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며 발생하였습니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여론 또한 상당하였고, 현재는 엔트리가 발표되어 A 선수가 2023 WBC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하는 것이 확정된 상태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참고로 필자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A 선수 평생 어떤 대회에서도 국가대표팀에 승선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러나 필자는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는 잠시 내려둔 채 A 선수가 마주한 ‘불평등한’ 상황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을 간단하게 한마디로 표현하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이나 현상이라는 것은 수많은 요소가 합쳐져 벌어지는 것이기에, 현실적으로 모든 면에서 같은 일이나 모든 면에서 다른 일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고, 헌법을 제정하신 분들 역시 이를 모르시지 않았을 겁니다. 즉, 다시 말하면 평등권의 적용대상이 반드시 정확히 같은 것, 또는 정확히 다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러한 면에서, 평등권의 위와 같은 정의에 비추어보면 A 선수가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먼저 과연 A 선수가 같은 종류의 잘못을 한 선수들과 동일한 수준의 징계를 받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종목인 야구에서 2021년 학교폭력 사실이 드러난 후 지명이 철회되었으나 고려대학교에 진학한 후 최근 신인지명을 받아 화제가 된 선수의 경우, A 선수와 달리 출장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물론,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폭력 관련 행위로는 1년의 자격정지만으로도 국가대표에 영원히 발탁될 수 없는 것은 맞기에, 혹자는 이를 동일한 수준의 징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격정지 3년과 자격정지 1년이라는 징계의 외연을 보았을 때, 전자의 죄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타 종목의 사례를 보더라도, 2014년 아이스하키 학교운동부 선수 간 폭력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만이 내려졌고, 2016년 카누 종목 운동부 선후배 간의 폭행에 대해서는 ‘6개월 자격정지 및 국가대표 자격 박탈’처분만이 내려졌으며, 2019년 복싱 종목 OO 고등학교 체육부 선수 간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6개월’ 처분만이 내려졌습니다. 한눈에 보더라도 A 선수보다는 현저히 적은 징계만을 받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2017년 레슬링 종목 학교운동부 선수 간 폭행 사례는 학교 차원의 징계로 마무리되기까지 하였습니다(국가인권위원회 19직권0001700 결정, “스포츠계 인권보호체계 개선을 위한 권고”).

위 사례들을 보면, 학교 폭력사태는 A 선수와 동일한 종목인 야구뿐만 아니라 풋살, 카누, 복싱, 레슬링 등 다양한 종목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위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A 선수의 절반 정도에도 미치지 않는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같거나 유사한’ 학교폭력 사태를 별다른 이유 없이 ‘다르게’ 취급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 점이 바로 필자가 A 선수가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혹자는 A 선수의 경우가 더 죄질이 나쁘다, 집단으로 행한 폭행이었다, 도구를 사용해서 사안이 분명히 다르다는 등의 주장할 수 있으나,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는 A 선수의 죄명을 ‘특수폭행’이 아닌 ‘단순 폭행’으로 특정한바, A 선수가 집단폭행을 하였다거나 도구를 사용한 폭행을 하였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입니다. 심지어 A 선수는 모든 피해자와 합의를 마쳐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기소까지 이어진 예도 있는 다른 학교폭력 사안보다 A 선수의 사안이 훨씬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학교폭력을 저지른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 음주운전, 병역법 위반, 도박 등의 범죄를 저지른 선수들은 국가대표가 되어도 상관이 없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입니다. 이러한 논의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음주운전, 병역법 위반, 도박 등의 범죄를 저지른 선수들이 동일종목, 타 종목에서 국가대표팀에 승선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구 종목의 몇몇 선수는 병역기피 사실이 확인되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거나, 도박으로 약식기소가 되었음에도 올림픽,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 등 대회의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어 활약한 바 있으며, 최근 국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팀에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선수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1년 6개월의 자격정지를 받아 이슈가 되었던 빙상종목의 모 선수의 경우 역시, 대한체육회 규정이 ‘폭력 행위’와 관련하여서 자격정지 1년 이상을 받은 자만 국가대표가 될 수 없는 것으로 개정이 되었기에(나머지 사안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3년이 기준) 차기 동계올림픽에는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기소 처분이라고 하여 기소유예 처분이나 약식기소 처분을 받은 것보다 무조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고, 때로는 불기소 처분의 대상이 된 행위가 유죄로 판단된 행위보다 더 큰 도덕적 비난이나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죄가 어떠한 것이든 간에, 수사기관의 수사에 따라 범죄혐의가 밝혀지지 않거나, 피해자와의 합의를 마쳐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면,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기소유예나 약식기소 처분을 받은 자들보다 더 국가대표의 자격이 없다고 취급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요.

즉,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적어도 수사기관이 더 가벼운 처분을 내린 사안에 대해서 협회가 같거나 더 큰 징계를 내리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고, A 선수는 이러한 면에서도 다른 범죄를 저지른 선수와 ‘불평등’하게 취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에게 끔찍한, 그리고 일어나서는 안 될 학교폭력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A 선수를 두둔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다양한 범죄와 잘못을 저지른 선수 중, 왜 A 선수만 태극마크를 달 수는 없는지, 그것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과연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 영광은, 어떤 잘못을 저지른 선수까지만 인정이 돼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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