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 기념 심포지엄, 법원-형소법학회 공동학술대회
“코로나 종식돼도 영상재판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법률방송뉴스] 법원행정처(처장 김상환 대법관)가 지난 18일, 영상재판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시행 1주년을 맞이한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행정처에 따르면 올 한해 누적 영상재판 실시 건수는 10월 말 기준, 4,600건을 넘어섰는데요. 10월 한 달 동안 680건의 영상재판이 시행됐습니다. 

개정법 시행일 이전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영상 재판 확대 시행을 준비해 온 행정처는 이 같은 성과에 만족하면서도 “보완할 점과 발전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색하여 국민의 사법접근성이 강화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전한 유상범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법안 심의에 참여한 당시를 회고하며 “코로나 확산으로 법정이 폐쇄되거나 수용시설 집단 감염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국회도 비대면 재판의 필요성을 한층 크게 인식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개정법을 통과시켰다”고 전하면서, “법률 공포에서 시행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밖에 없었는데도 법원 구성원들이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여 만반의 준비를 한 덕에 지금은 영상재판이 상당 부분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습니다. 

개정법을 발의한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 1년을 맞은 사실에 큰 보람을 느끼며, 재판부에서도 당사자의 기일 출석에 대한 불편이나 부담의 정도를 헤아려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보장과 사법접근성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영상재판을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다만 “당사자 간 공방이 치열하거나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중요한 사건에서는 영상재판의 한계가 존재하고, 따라서 영상재판이 법정 출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법원 형사법연구회(회장 고연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 서경대 교수)와 공동으로 ‘형사 사건 영상재판’ 및 ‘형사전자소송’ 대해 집중적으로 논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 “영상재판, 절자 진행과 법적 효과 측면에서 대면재판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영상재판’은 재판부 및 소송관계인의 전부 또는 일부가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장치가 갖춰진 다른 장소에 출석해 진행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유아람 법원행정처 영상재판 운영지원단장은 “물리적 법정 대신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하거나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하여 영상법정에 출석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절차 진행이나 법적 효과 측면에서 대면재판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점에서 그렇지 않은 대면재판과 차이점이 생기는데, 크게 ‘자료공유방식, 심리 공개 방안, 제3자 관여 우려, 질서유지’의 측면에서 발생합니다. 

유아람 단장은 구체적으로 △주장서면, 서증 등 자료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공유해야 하며 자료공유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당사자 간 상호공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우려 △재판부와 소송관계인이 각자의 장소에서 영상으로 변론에 참석하는 경우 방청인이 법정에서 심리를 방청할 수 없으므로 재판공개 원칙 준수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점 △촬영 사각지대 등에서 제3자가 조언 또는 위협 등의 형태로 재판에 관여하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우며, 특히 부당한 영향력 배제가 중시되는 증인신문에서 증언의 신빙성에 영향 미칠 가능성 △촬영 행위가 물리적 법정에 비해 용이해지고, 질서유지를 위한 제재수단으로 감치를 이용하는 데 사실상 어려움이 존재하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한편 지난해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영상물에 수록된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 진술에 관한 증거능력 특례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선고했습니다. 영상재판을 확대하는 개정법률 시행 이후에 나온 결정인데요. 이에 따라 행정처는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증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영상재판을 증인신문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영상신문 방안이 수립됐다는 게 유 단장의 설명입니다. 먼저 피해자가 수소법원이 아닌, 주거지와 가까운 법원에 있는 화상증언실에 출석하여 증언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습니다. 또,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등에 대한 통합지원을 위해 설치된 해바라기 센터로 출석해 증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행정처는 이를 위해 해바라기 센터 소관 부서인 여성가족부와의 연계 협의를 통해 전국 해바라기 센터 34개소에서 영상신문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찾아가는 영상법정’도 있습니다. 이는 입원 중인 병원 등 성범죄 피해자가 희망하는 공간에 증인지원관과 영상재판 담당자가 노트북, 마이크 등 필요한 설비를 구비하여 찾아가 영상신문을 실시하는 방식입니다.

■ 확대 시행 위한 법원의 ‘구슬땀’...최초 영상전용법정 준공

법원행정처는 3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법 시행과 동시에 확대 실시가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준비해 왔다고 전했습니다. 먼저는 행정처 차원에서 구성한 ‘영상재판 운영지원단’이 있습니다. 각급 법원의 준비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사법지원실과 전산정보관리국 내 관련 업무담당자들을 중심으로 꾸렸는데요. 각급 법원 차원에서도 인적‧물적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법관과 영상재판담당자 등 법원직원을 포함한 ‘영상재판 준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영상재판예규가 각급 법원에 영상재판 사건의 지원 업무 등을 담당할 영상재판담당자를 지정, 사무분담표에 기재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각급 법원은 그 규모에 맞춰 1명의 영상재판담당자 또는 사건유형별‧담당업무별 영상재판담당자를 지정했습니다. 

물적 측면에서는 전국 법원 재판부에 대응한 약 3천개의 영상법정 개설을 들 수 있습니다. 또 화상회의 프로그램과 전자소송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영상재판 이용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존 전자소송 시스템에 문건 제출 기능, 신청 허부 결재 기능, 각종 서면 양식을 신설하는 등의 개선을 이뤘습니다.

이미 전자소송이 활성화된 민사재판에 비하여 형사재판은 여전히 종이소송으로 진행되고 있어 영상재판을 위한 각종 장비가 구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요. 이에 행정처는 각급 법원별로 일부 법정을 선별하여 총 109개 형사법정에 영상재판 접속을 위한 노트북 배치, 네트워크 케이블 설치 등 법정 환경 개선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영상재판 확대 시행으로 구치소, 교도소에 수용된 소송관계인이 영상재판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입니다. 주로 수용자가 증인이 되는 사건에 이용되고 있는데, 아직 형사사건은 공판에 영상재판을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행정처는 전국 교정시설 내 수용자가 중계시설을 통해 영상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무부와 시스템 연계 협의를 진행한 결과, 법 시행 직전인 2021년 10월, 전국 58개 교정시설 전부에 영상재판실 설치와 운영담당자 지정을 완료했습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전국 최초로 영상재판 전용법정을 준공했습니다. 기존 법정은 당초 대면재판을 전제로 설계, 구축된 것이므로 음향장비나 스크린이 영상재판에 최적화된 게 아니어서 꾸준히 전용법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전용법정은 △합의부가 영상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3인실 법정 2개 △단독재판부가 영상재판을 진행하거나 당사자, 대리인, 증인 등이 영상재판에 참석할 수 있는 1인실 4개 △외부인들이 영상재판을 방청할 수 있는 방청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외부인 방청실은 변론기일 진행 시 재판공개 원칙 준수를 위해 마련됐습니다.

■ “영상재판 장단점과 제도 논의, 피고인 입장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개정법에 따르면 형사 사건의 경우 공판준비기일, 구속 이유 고지, 증인‧감정인 신문에만 영상재판이 허용되고 공판기일에는 영상재판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개정할 수 없는 등 형사재판 절차의 엄격성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는 게 전부지방법원 군산지원 강동원 부장판사의 설명입니다. 그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잦은 재판기일 변경과 휴정은 특히 구속기간 제한 등으로 인해 재판기일 지정에 제약이 심한 형사재판에서 더 큰 차질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개정법 시행일인 지난 해 11월 18일부터 지난 10월 23일까지 영상재판이 실시된 전체 건수는 5,149건인데요. 이 가운데 형사는 400건에 불과하여 전체의 10%도 되지 않습니다. 강 부장판사는 그 원인으로 “민사재판은 변론기일에서 영상재판이 허용되지만 형사재판은 공판기일이 아닌 공판준비기일에서만 허용되고, 실제 형사에서 공판준비기일이 실시되는 사건의 비율은 높지 않은 점, 영상재판을 허용한 증인‧감정인 신문의 경우에도 피고인 측에서 반대하면 피고인 방어권 차원에서 영상재판을 강행하기 어려운 점” 등을 지목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향후 형사재판의 인터넷 중계방식을 통한 공개를 검토하며, 형사 사건 영상재판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입니다. 하지만 재판 중계에 대해서는 영미법계와 대륙법계 간 시각 차이가 존재합니다. 크게는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정보는 기본적으로 공중의 재산(Public Property)으로 취급하면서, 법원이 이를 공개해 시민의 감시 아래 두는 것이 민주주의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 미국의 입장과 “재판을 국가의 공적기관인 법관이 강제력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여 진실을 추구해 나가는 제도로 이해하고, 공적기관인 법원에 제시된 증거나 자료는 비밀보호의무가 있는 법관에게 넘어간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공개된 정보가 아니”라고 보는 일본의 입장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강 부장판사는 최근 민사재판 1심에서 영상재판을 불허하는 결정을 낸 데 대하여 항고심이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낸 사안을 언급하며 “영상재판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안은 개원 의사인 당사자가 코로나 유행 상황에서 직업상 코로나 환자 내지 의심자와 접촉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변론기일, 변론준비기일 등을 인터넷 화상장치에 의해 출석하는 영상재판으로 진행하고 싶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본안사건의 재판장으로부터 불허 결정을 받은 건입니다. 

그는 “영상재판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서, 코로나 팬데믹이 해소된 이후라도 우리는 영상재판 도입 이전의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며, “(다만) 형사 영상재판의 필요성이나 장단점 논의가 법관, 법원 직원, 검사, 변호인 등의 관점에서만 이루어지거나 이들의 입장만 반영하여 섣부르게 실시되어서는 안되며, 재판에서 주연과도 같은 피고인의 관점을 반드시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반영하여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형사전자소송, 형사사법의 새로운 패러다임 가져올 수 있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한균 선임연구위원은 “형사사법 전자정보의 적정한 관리는 형사전자소송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좌우하는 관건”이라며 “정보의 집중은 기술적으로는 보안사고로 인한 침해의 위험성을 야기하며, 규범적으로는 남용의 위험성에 여지를 주기 마련인바, 국가형사사법체계가 관리하는 형사사법정보, 특히 전자화된 형사사법정보는 그러한 위험 수준이 더욱 높다”고 말했습니다. 정보의 관리가 특정기관에 집중될 경우, 사법부 독립 보장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입니다.

그에 따르면, 형사전자소송 제도시행의 편익은 형사사법기관의 실무적 편의를 넘어 형사사법절차의 투명성과 신속성 제고에 따른 소송관계인의 편리, 피고인의 권리보장, 형사사법제도 자원의 효율적 운용을 의미합니다. 그는 “형사전자소송이 가상형사재판, 디지털 형사소송, 인공지능기반 형사법원으로까지 그 전망이 이어진다고 한다면, 형사전자소송 운용과 전자정보 관리 역량의 축적은 장차 새로운 형사사법 패러다임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형사전자소송 시대에 걸맞는 투명성, 공정성의 가치내용은 새롭게 찾아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자문서를 사용하게 됐다고 해서 종래 형사사법절차에 요구되던 투명성과 공정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형사소송절차가 전자화, 자동화된다고 하여 시민 누구나 형사사법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종래 시민의 접근을 가로막던 권위적 제도와 전문 용어라는 장벽은, 생경한 제도와 기술 용어라는 새로운 장벽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인데, 이른바 ‘디지털 불평등’의 문제입니다.

지난해 형사 전자소송시대의 개막을 다룬 한 언론은 “검찰 수사기록만 20만 쪽에 달하여 기록 복사에만 2주 이상 소요되고, 법관도 변호인도 사실상 기록을 다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었다”는 점을 전자소송 시행이 필요한 이유에 해당하는 대표적 상황으로 제시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수사기록이 모두 전자문서로 작성되어 전자화되었다 해도, 기록을 복사하는 기간만 단축될 뿐 법관과 변호인이 대량의 기록을 다뤄야 한다는 절대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변호인이 사건기록을 열람‧복사하려면 몇일을 기다려야 하고, 복사하는 동안 판사가 기록을 볼 수도 없으며, 합의부 재판이면 판사끼리도 기록을 돌려봐야 하기 때문에 다른 판사가 기록을 보는 동안 기다려야만 했던 낙후된 절차 운영 방식은 단지 ‘비효율’인 게 아니라 ‘제도적 무능’”이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절차진행은 미결구금기간 단축과 같은 인권보호 차원의 의미도 실현한다는 게 그의 말입니다. 형사전자소송이 도입되면 구속영장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사에서 전자기록이 수사기관에 보유되므로, 종이기록을 전제로 한 ‘수사관계 서류가 법원에 접수된 때부터 검찰청에 반환된 때까지’라는 개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즉, 위에 해당하는 기간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게 되므로 미결구금 기간이 단축된다는 설명입니다. 지금까지 수사관계 종이서류와 관련한 형사사법 기관의 낙후된 절차 운영 방식이 구속상태 연장이라는 인권 침해 상황을 만든 셈인데요. 따라서 “형사전자소송이 가져올 신속성과 효율성은 곧 국민 편의와 권익 증진을 뜻하게 된다”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주장입니다.

그는 “손쉽게 이용가능한 사법서비스란 값싸기만 한 사법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소개하면서 “(따라서)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전환적 개혁이 되도록 관계자와 구성원들이 전문실무역량과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형사전자소송의 도입과 진화는 공개재판과 방청의 문제, 직접주의와 구술주의의 구현, 형사재판에 고유한 피고인이나 피해자, 증인 진술의 현장성 문제, 전자문서의 인증관리,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의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 법해석 적용상의 난제, 심지어 형사재판의 종래 원칙과 내용의 재구성도 검토해야 하는 숙제를 남긴다”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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