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패방지법학회-안철수 의원실 공동학술대회
이해충돌방지, 특권내려놓기, 경찰권 통제 등 논의

[법률방송뉴스] 한국부패방지법학회(회장 신봉기 교수)와 안철수 의원실이 지난 8월 22일, “신정부 출범에 따른 부패방지를 위한 공법적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지난 8월 17일 출범 100일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특히 부패의 관점에서 되짚어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찰권력 통제 방안 및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주요 공법적 이슈를 심도 있게 살펴보기 위한 자리입니다.

신봉기 학회장은 “근소한 득표차로 힘겹게 출범한 새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질서’라는 국정목표를 강조했다”면서 “비리와 부정, 불공정과 부정의라는 부패 문제를 해결해야 새 정부의 국정목표가 온전히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부패방지법학회는 법학자와 법조인, 법조관계자들이 ‘부패방지’라는 화두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결성한 연구 모임으로, 부패방지법,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공익신고자보호법, 공공재정 부정이익환수법 등 많은 부패방지 관련 입법의 제안과 도입 및 정착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 “국회, 어느 분야에서도 경험 못한 가치관이 지배하는 곳”

환영사를 전한 국민의 힘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시분당구갑)은 “의사, IT 전문가, 창업가, 경영전문가, 교수 등 그동안 중요 분야, 중요 위치에서 나름의 소신을 갖고 노력하여 늘 목표한 성과를 내왔지만, 국회는 유독 다른 문법과 가치관으로 돌아가는 ‘조금은 다른 세상’이어서 문화 충격이 컸다”며 자신의 정치 입문 시절을 회고했습니다.

30여 년 전 안랩을 창업할 당시 그가 내세운 소신이자 경영 목표는 ‘△세금 제대로 내고 깨끗하게 경영해도 성공하는 기업 모델 수립 △국가보조금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창출한 수익으로 공익 활동까지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업 모델 수립’입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던 그 시절에 이미 ‘사회적 기업’의 요소를 갖추고 경영 목표를 달성한 안랩은 ‘사회적 기업’의 시초가 되는 셈입니다. 

안 의원은 “‘의사는 많지만 백신 만드는 사람은 없다’는 일종의 사명감에서 제가 새로운 창업가의 길로 들어선 것처럼, 어느 분야에서든 새로운 길,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드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에 입문할 때도 ‘깨끗하게 정치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성공 모델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안 의원에게 문화충격을 안긴 우리 정치의 세계는 “▲자신과 이해충돌 되는 사안에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원의 이익을 공동체 이익보다 우선되게 만드는 것이 높은 정치력으로 평가받는 세계 ▲결산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예산만 중시하여 예산 낭비와 각종 관련 비리를 필연적으로 불러오는 세계 ▲사실에 근거하지 않아도 원하는 결론을 위해 필요한 이유를 만들어내는 세계”라고 그는 꼬집었습니다.
  
그는 “초선 때 김영란법 통과를 위해 양당 대표를 찾아가 설득하기도 하는 등 청렴한 사회를 위해 노력한 끝에 법안 통과의 결실을 봤지만, 이해충돌 방지 내용을 넣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라며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린 각종 반칙과 특권, 부패의 문제를 정부, 국회, 학회, 민간 모두가 힘을 모아 종합적인 반부패 정책을 수립하고 부패 근절의 노력을 할 때 모두가 신뢰하는 청렴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방치하면 사회적 비용 되는 부패 문제, 나라 존립에 직결”

계명대 허경미 교수는 “경찰권의 부패방지를 위한 합리적 통제방향의 모색”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최초의 근대경찰 제도를 출범시킨 영국의 경찰제도를 분석하여 시사점을 도출했습니다. 허 교수는 △행정관청 상하 간 계층적 감독관계 정립 및 존중 필요 △경찰국 신설은 합법적・합목적적이지만 경찰청 지위 존중 필요 △국가경찰위원회와 경찰청은 헌법기관이 아니라 행정기관이라는 인식 필요 등을 주장했습니다.

이어 △경찰의 본질은 범죄수사가 아니라 범죄예방이며, 실질적 자치경찰제의 도입 필요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여 자치경찰 수사사무는 자치경찰로 이관 △국무총리실에 합의제 행정기관이자 감찰기관인 경찰및수사부패감찰위원회 설치 △경찰공무원 신규채용제 전면 개편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허 교수는 “오늘날 한국 경찰이 처한 갈등 요소는 상당 부분 검찰과의 불편한 관계, 즉 정치적 이유에서 야기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하는 한편 영국 근대 경찰 창시자 로버트 필의 말을 인용해 “경찰의 목적은 범죄자 체포가 아닌 범죄 예방이고, 범죄 예방의 핵심은 경찰이 시민의 지지를 얻는 것이며, 시민은 경찰이 지역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존중할 때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경찰대학장을 지낸 영남대 이준섭 교수 또한 “경찰의 본분은 수사 이전에 범죄예방”이라며 허경미 교수의 주장에 동의했습니다. 이 교수는 “분권화 시대에 자치경찰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수긍하지만, 기관이익과 이해관계에 떠밀려 주민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깊은 고민이 필요하며, 특히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경찰일수록 더욱 지원받고 일을 잘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일보 장세정 논설위원은 “부패가 방치되면 그것이 고스란히 사회적 비용이 되고, ‘부패방지’는 대한민국의 존립에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하는 한편 “경찰국 설치는 이전 정권의 검경수사권 조정 당시 필히 수반되어야 했던 경찰권 통제 장치를 마련해두지 않은 데서 기인한, 현 정권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어 “허 교수의 주장대로 경찰및수사부패감찰위원회를 두어 정치화된 국민권익위원회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은 내려놓아야 할 의원의 ‘특권’인가

대진대 최용전 교수는 “국회의원 특권의 공법적 허용 한계”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문제를 살펴보면서, “국회의원직을 잘 수행하기 위해 부여된 일종의 편의까지도 특권으로 매도되어 내려놓기 논란이 나오는 것은 상당 부분 정치 불신이 낳은 국민 정서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의견을 소개했습니다. 

지난 2016년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으로 “향토예비군제외, 민방위 제외, 소득세 적게 납부, 국민건강보험료 적게 납부, 출판기념회 소득에 비과세, 법적 근거 없이 위원장에 고액 활동비 지급, 현역으로 대선캠프 참여, 의원직 유지하며 선거입후보, 보좌진 선거동원, 친인척 보좌진 채용, 후원회로 정치자금 조달, 선거구를 의원들 자신이 직접 결정, 급여를 의원들 자신이 직접 결정(국가기관 중 유일), 법률에 규정된 것보다 많은 급여 수령” 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최 교수는 “불체포특권 제도는 의원 개인의 비리 방패 또는 ‘방탄 국회’로 악용된다는 지적에 따라 논란이 있었고, 면책특권은 국회의원들의 정당예속화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라면서도, “특히 면책특권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제 원리에 의해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특권으로서 국회의 기능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의원 개인이 스스로 이 특권을 포기할 수 없으며 의회 의결로 제한할 수 없고 하위 법령인 법률 등으로도 제한을 둘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라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특권이란 단어의 부정적 인식, 선입견을 제거하고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의원면책권’, ‘불체포특권’을 ‘체포면책권’으로 표현하는 것이 낫다”라는 주장도 소개하며, 그에 동조했습니다.

이 주제의 토론자로 나선 건국대 한상희 교수는 “아무리 지적해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국회의원특권 내려놓기 이슈”라고 운을 떼며 “우리는 국회의원의 역량 수준을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확보하는 차원이 못 되고, 오로지 국회의원 개인 역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불체포특권에 대해서는 그 판단을 검찰이 아닌 법원이, ‘구속동의’를 보내는 방식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면책특권은 국회 내부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견해를 냈습니다. 

청와대 특별감찰담당관, 국회 부의장실 법무비서관 등을 지낸 박주현 변호사는 “이 이슈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과 국가를 위한 마음이 없는, 자질 미달의 사람들이 국회를 장악하면서 4・15 부정선거 같은 민의 왜곡 사태에 침묵하면서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한 정당의 원내대표를 찾아가 부정선거 문제를 지적하자 ‘정치를 하려면 줄을 잘 서라’고 말하더라”고 폭로하며 “이것이 우리 국회의원들 수준”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만 그는 “현재 문제되는 국회의원 특권은 국민을 위해 정말 일을 열심히 하는 여러 의원들에게는 오히려 필요한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면서, “보좌진의 급여는 다른 공무원들의 호봉 체계에 비추어 봤을 때 과도한 측면이 있어 조정이 필요하나, 현재 9명인 의원 1인 당 보좌진 숫자는 정말 일 열심히 하면서 각 기관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거나 전문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면서 법안을 마련하는 의원들에게는 9명도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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