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법관 제청 문제, 2009년 ‘신영철 촛불집회’ 논란 이후 사상 3번째로 열려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 등 증폭... 판사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축소해야"

 

 

[앵커] 앞서 전해드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이야기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철규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오늘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이번이 역대 세 번째죠,

[기자] 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원조직법에 규정된 상설 기구는 아닌데요, 법원에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판사들이 모이는 일종의 비상설 집단회의체입니다.

지난 2002년에 대법관 제청 문제로, 이후 2009년에 신영철 당시 대법관의 촛불집회 개입 논란으로, 그리고 이번에 법원행정처의 직권 오남용 문제로 이렇게 세 번째 열렸습니다.

[앵커] 오늘 모인 100명의 판사는 전국 각급 법원에서 자체 회의를 열어 선발된 판사들이죠. 말 그대로 전국 3천 명 가까운 판사들을 대표해 참석한 거죠, 법원행정처가 뭘 어떻게 했길래 판사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건가요.

[기자] 네, 앞서 전해드린대로 일단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 압력 관련, 그 방법이 좀 치사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치사요) 네, 네 법관들은 내규상으로는 법원 내 학술단체에 중복 가입이 안되기는 하지만, 사문화된 규정이라 대부분 2개, 3개 이상의 학술단체에 가입됐는데, 인권법연구회가 학술행사 열려고 하니까 갑자기 중복 가입을 해소하겠다며 나중에 가입한 단체는 탈퇴하라, 이렇게 지시를 한 건데요, 비교적 최근에 생긴 인권법연구회 힘 빼기 아니냐, 그것도 이런 방법으로 하냐, 치사하다, 이렇게 시작된 겁니다.

그러면서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에 ‘봐주기 부실 진상조사’ 논란 등이 더해지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진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 모든 논란들이 향하는 지점은 한 곳, 대법원장이죠.

[기자] 네, 이번 회의를 촉발시킨 것이 학술대회라면,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사법행정권, 그 정점에 있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에 대한 판사들의 문제의식입니다.

사실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 전국 모든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는데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법기관인 법관들에 대한 인사권을 대법원장이 다 틀어쥐고 있다보니 이런 저런 부작용, 대표적인 게 일선 법관들의 윗선 눈치보기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는 거다, 이걸 좀 해소해 보자 이런 취지입니다.

[앵커] 대법원장 권한 축소와 법원 조직 개편 결국 같이 가는 문제인 거 같은데 뭘 어떻게 하자는 건가요.

[기자] 일단 법원 내 승진에 대한 개념이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법원조직법에는 사법부에 있는 직급은 판사와 대법관, 대법원장 뿐입니다.

부장판사 하면 뭔가 높은 사람 같은데요, 법원조직법에 의하면 그냥 판사나 같은 거고, 직책이 다른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사실상 지방법원에서 합의부 판사를 하다가 단독판사가 되고, 합의부 주심이 되고, 또 고등법원으로 가고, 고법에서 부장판사가 되어야 나중에 대법관에 오를 수 있는 구조니까, 결국 높은 곳을 오르려면 윗분들 눈치 안보고는 독립된 사법기관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관련해서 아예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인사를 이원화하자는 논리도 있습니다. 지법과 고법 인사를 따로해서 지법에서 일하다가도 대법관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겁니다.

아울러 오늘 열린 것처럼 법관회의를 상설화해서 사법행정의 큰 틀을 여기서 결정하자는 논의와 함께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권 역시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대륙법의 근간인 독일만 해도 대법관이 130여 명에 달하는데, 국회에서 절반을 추천하고, 나머지 절반은 각 주의 장관들이 교수나 변호사들 중에서 추천하는 수순입니다.

이렇게 국회와 행정부의 추천을 받은 사람 중에 한 명이 대법원장이 되기 때문에 대법원을 대표하는 역할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 유럽 대륙 국가들이 비슷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헌법 2조를 통해 대통령에게 대법관 임명권을 부여했는데, 여기에는 ‘미국 상원의 권고와 동의에 따라’라는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대법원장 역시 대법관의 대표의 역할만 할 뿐이고요, 대법관 9명이 함께 재판을 통해 1표씩을 가지는 평등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대법관의 임기는 ‘선한 행동을 하는 동안’으로 규정돼 사실상 종신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오늘 법관회의 결과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