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수사' 지적... 미르·K스포츠재단, 전경련, 최순실 소유 건물, 차은택 자택 등 포함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두 재단과 전경련 등 9곳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검찰의 강제수사 착수는 시민단체에 의해 두 재단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지 27일 만이라 '뒷북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사건 수사팀(팀장 한웅재 부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씨가 설립·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두 재단과, 자금을 지원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9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수사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K스포츠재단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들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최씨 소유 건물 미승빌딩, 최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더블루K 사무실, 최씨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더블루K 등기이사였던 고영태(40)씨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인근의 최씨 소유 빌딩도 압수수색했다. 최씨의 지인이자 이번 의혹의 또다른 중심인 광고감독 차씨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미승빌딩은 최씨의 공식적인 주소지로 등록된 곳으로 최씨는 한때 이곳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더블루K는 K스포츠재단의 자금을 빼돌려 최씨와 딸 정유라(20)씨 모녀가 살고 있는 독일로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전경련회관 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집무실도 포함됐다. 전경련은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 등 총 800억여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더블루K 조모 전 대표도 소환 조사했다. 전날에는 전경련 이용우 사회본부장과 권모 팀장, K스포츠재단 노숭일 부장 등을 불러 조사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최순실씨가 실질적 운영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미르재단에는 지금까지 삼성, 현대차, SK, LG 등 16개 주요 그룹이 486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는 19개 그룹이 288억원을 출연하는 등 두 재단은 설립 인가 과정부터 자금 출연 과정까지 전방위적으로 의혹을 받고 있다. 

26일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 빌딩 로비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이 사전 유출된 정황이 드러난 최씨의 태블릿PC를 확보해 분석 중인 검찰은 관련 의혹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수사 방향을 연설문 등의 유출 경위와 범위 등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따라서 강제수사에 이어 관련자 소환 등을 통해 검찰이 확인해야 할 사안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불법 기금 모금 의혹 ▲최순실씨의 자금 횡령·유용 의혹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홍보물 등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등 크게 3가지다.

하지만 최씨와 딸 정유라씨는 지난 9월경 독일로 출국해 현재 행방이 묘연하고, 더블루K 이사 고씨도 잠적한 상태인 등 검찰의 강제수사는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씨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또 전경련을 통해 800억원대 자금을 출연한 각 기업 대표와 허창수 전경련 회장에 대해서도 고발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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