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소유주 A, 사촌 B에 "위에 세운 건물 철거하라" 소송 '패소'
법원 "B의 것 맞다" 판결... A "쟁점 아니라 말할 기회 없어" 상고
민사소송법 '말할 기회 안 주면 불법'... 대법원도 사건 돌려보내

/법률방송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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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할아버지 유언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패소한 겁니다. 말할 기회 없이 패소한 게 억울합니다."

토지소유주 A씨는 자신의 땅 위에 있는 사촌 B씨의 건물을 철거하라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습니다.

B씨는 "내 건물은 20년 이상 A씨의 토지 위에 있었기 때문에 취득시효 법리에 따라 땅은 자신의 것이 됐다"며 소유권이전등기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석명의무, 법원이 소송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줘야 할 의무를 말하는데요. 이를 상실하자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원심은 B씨의 손을 들었는데요.

"할아버지로부터 상속돼 온 해당 토지는 따지고 보면 B씨의 것이 맞다"는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A씨는 "B씨는 취득시효를 주장했는데, 판결은 상속 문제에 근거해 나왔다"며 "재판 중 상속 문제는 쟁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말할 기회도 없었다"고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은 "A씨에게 특정 부분에 관한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A씨를 패소시킨 원심의 사실관계 판단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이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엔 그 법률적 관점에 대해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민사소송법 136조 4항에 따르면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해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즉,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판결하면 불법이라는 의미입니다.

대법원은 역시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청구권의 존부 등에 관해 당사자들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석명의무를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만약 소송 중 주된 쟁점이 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판결을 받아 패소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요.

먼저 당사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소송에서 주로 다뤄졌던 쟁점인지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당사들이 주된 쟁점을 몰랐기 때문에 차마 다퉈보지 않았던 점이 판결을 다른 방향으로 이끈 것은 아닌지 판단해 봐야 하는 겁니다.

이후 법적 검토를 통해 상고 조치를 해야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 의견입니다.

특히 상속이나 이혼 문제 등이 함께 있는 상가 명도소송 등은 쟁점이 많아지는데요. 법원도 많은 쟁점을 살피다보면 당사자에게 진술할 기회를 주지 않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이같은 사안에 대해 "법원은 법률에 따라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패소했을 땐 다툼의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았는지 확인해 시간과 비용이 들어도 사건의 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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