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내연녀 집과 차에 7시간 방치 사망... '미필적 고의 살인죄' 불인정 이유는
뇌출혈 내연녀 집과 차에 7시간 방치 사망... '미필적 고의 살인죄' 불인정 이유는
  • 박아름 기자
  • 승인 2021.06.2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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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행위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 인정할 증거 부족"

▲유재광 앵커= 자신의 집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내연녀에 대해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내연녀가 사망했다면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이슈 플러스' 박아름 기자와 자세한 얘기 해보겠습니다. 박 기자, 사건 내용부터 좀 볼까요.

▲박아름 기자= 국토연구원 전 부원장 A씨라고 하는데 A씨는 내연녀인 직장 후배 B씨와 지난 2019년 8월 자신의 아파트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위는 정확히 전해지지 않았지만 B씨가 의식을 잃는 상태에 빠지게 됐는데, A씨는 B씨를 3시간가량 자신의 아파트에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A씨는 의식을 잃은 지 3시간이 지나서야 B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지만 곧장 병원으로 가지 않고 이번엔 4시간 넘게 차량에 B씨를 태운 채 다시 방치했습니다. 

의식을 잃은 시점으로부터 도합 7시간이 지나서야 A씨는 뒤늦게 B씨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지만, B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검찰은 이에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한 사안입니다.

▲앵커= 살인의 미필적 고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기자= 법률용어로 미필적 고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결과의 발생가능성을 인식 또는 예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한 심리상태“를 지칭합니다.

예를 들어 보험금을 타먹기 위해 자기 집에 불을 지르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자신의 방화 행위로 옆집에 불이 옮겨붙어 애꿏은 옆집 사람들이 사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옆집에 불이 옮겨붙어 이웃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상황을 인식했으면서도,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난 우리 집에 불 질러 보험금 타먹을 거야’ 하고 불을 질렀는데 실제 이웃이 사망한 결과를 초래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합니다.

집에 불을 지르는 건 이른바 ‘확정적 고의’이고, 옆집에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을 인식했다면 ‘불확정적 고의’, 즉 미필적 고의가 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 사건에서 검찰은 A씨가 B씨에 대해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했으면서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한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검찰은 “A씨가 B씨에게 마땅히 해야 했을 구호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만큼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A씨를 살인죄로 기소했습니다. 

"B씨가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3시간 가까이 집 안에 놔뒀다가 집 밖으로 끌고 나와서 차 안에 4시간가량 더 방치한 만큼 살인 죄책을 물을 수 있다"는 게 검찰 공소사실입니다.

▲앵커= 법원 판결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형사11부 박헌행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해 살인 혐의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B씨가 집 안에서 구토한 뒤 의식을 잃고 코를 골았다는 A씨 진술로 미뤄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상태가 위중하다는 판단을 못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병원에 곧바로 데려갔다면 살았을 것이라는 예견을 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뇌출혈로 쓰러진 건지, 가령 술을 마시고 잠든 건지 A씨가 구분이나 인식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겁니다.

▲앵커= 쉽게 말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인식하면서도 방치해야 미필적 고의가 성립하는데, 그런 인식이 없었다는 뜻인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법적으로 A씨가 B씨를 방치한 행위와 B씨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쓰러진 지 3시간 뒤에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왔을 당시엔 이미 B씨가 치명적인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에 "의식 잃은 B씨에 대해 구호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구호 조처를 안 한 행위와 B씨 사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한 만큼 피고인은 무죄"라고 판시했습니다.

▲앵커= B씨가 의식을 잃은 지 3시간 지나서 데리고 나왔고 차 안에 4시간을 더 방치했다면, 차 안에서도 계속 의식을 잃은 상태였을 텐데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래도 처벌할 수 없다는 건가 보네요.  

▲기자= 이게 같은 방치라 해도 아파트에서의 3시간과 차량에서의 4시간은 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 3시간은 가령 B씨가 의식을 잃는 상황이 뭔가 활동을 하다 갑자기 푹 쓰러진 건지, A씨 주장처럼 토를 하고 잠을 자는 것처럼 뇌출혈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는 상황인지가 중요한데요.

자연스럽게 잠이 드는 것처럼 의식을 잃은 거라면 A씨에게 B씨가 사망할 것이란 어떤 인식도 있기 어렵고, 당연히 미필적 고의에 따른 책임도 물을 수 없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구토를 했어요. 그리고 오빠 나 좀 잘래, 졸려, 피곤해, 몸이 좀 으스스해, 몸이 좀 추워, 이렇게 하고 그냥 들어가서 자는 모습을 보면 만약에 일반적인 가정에서 저희 집사람이 그렇게 하더라도 쟤가 좀 몸이 안 좋나..."

▲앵커= 그럼 뒤의 4시간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이것도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긴 한데, A씨가 뭔가 이상한 걸 느껴 B씨를 데리고 나온 즈음엔 이미 B씨는 이미 사망했거나 의학적으로 소생이 불가능한 치명적인 상태였다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렇게 되면 A씨가 B씨를 즉시 병원에 데려갔다고 해도 B씨를 살릴 수 없다는 얘기가 되고, 이는 논리적으로 B씨의 사망 책임을 A씨에게 물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쉽게 말해 3시간 뒤 데리고 나왔을 때 즉시 병원에 데려갔든 차량에 4시간을 방치했든 결과적으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건데요, 승재현 연구위원 말을 다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뒤에 있는 4시간도 살펴봐야 하는 거지만 이미 예를 들어서 집에서 데리고 나오는 그 순간은 대한민국의 어떠한 의료기술로도 살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뒤에 것은 의미 없는 시간인 것이고..."

요약하면 앞에 3시간은 사망 가능성에 대한 인식, 즉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없고, 뒤의 4시간은 설사 그때쯤엔 A씨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해도 A씨의 방치 행위와 B씨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살인 무죄라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앵커= 결국 항소심에서도 미필적 고의와 A씨 행위와 B씨 사망 사이 인과관계 입증을 두고 치열한 사실 다툼과 법리 싸움을 벌이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박아름 기자 ahreum-park@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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