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발의 법안에 유보 ·부정적 평가... 법안심사소위 논의 험로 예상
"징벌적 손해배상 5배까지 부과, 이중처벌금지 원칙 위배 등 위헌 소지"
"가해자에 입증책임, 원고 입증책임 있는 소송체계에서 도입 신중해야"

▲유재광 앵커= 이어서 국회에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 어떤 상태인지 얘기해보겠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입니다. 정의당에서 21대 국회 '정의당 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는데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로 지난 6월 29일 법안이 제안됐습니다. 법안은 6월 30일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 상정됐습니다. 이후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를 거쳐 사흘 전인 지난 21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 제안설명과 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상태입니다.

▲앵커= 법안 내용 다시 정리해볼까요.

▲기자= 상당히 포괄적인데요.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금지 사유를 기본으로 해서요, 성별, 장애, 국적, 질병력 등 차별의 종류와 의미, 판단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했는데, 이게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법안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이나 재화나 용역,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 제공을 제한하거나 거부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직접차별뿐만 아니라 간접차별과 정신적 고통, 차별의 표시·조장광고 등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제재 내용도 설명해주시죠.

▲기자= 차별행위 피해자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인권위는 시정권고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시정명령 불이행시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행강제금은 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부과 가능합니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해당 사건 소송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고, 차별행위가 악의적인 경우 통상적인 재산상 손해액 이외에 손해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 범위에서 징벌적 배상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쪽에서 차별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차별 여부 '입증책임'을 피해를 주장하는 상대방에게 부담하도록 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나아가 차별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경우 그 불이익 조치는 무효로 하고,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앵커= 상당히 포괄적이면서도 촘촘한데,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는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전부 48쪽으로 크게 세 단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법안 제안 경위와 이유 및 주요내용, 그리고 검토의견 이렇게 세 단락입니다.

검토의견은 다시 차별금지법안 추진 경과와 평등에 관한 기본법이자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서의 제정안, 제정안의 체계, 주요 조문 검토, 이렇게 네 단락으로 돼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안 추진 경과'에선 지난 17, 18, 19대 국회에· 발의된 법률안 연혁과 UN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 등 국제사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서의 제정안' 부분에서는 영국의 '평등법'과 스웨덴의 '차별금지법', 미국의 '민권법', 터키의 '차별금지법' 등 세계 각국의 입법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정안의 체계'에선 4개의 장 57개 조문으로 구성돼있는 차별금지법안의 체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각론이 중요할 것 같은데 주요 조문 검토 내용은 어떤가요.

▲기자= 검토보고서의 핵심인데, 차별의 정의부터 범위, 의무, 시정명령, 구제조치, 징벌적 손해배상, 입증책임의 전환 등 14개 핵심 조문이자 쟁점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일단 차별의 범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보고서는 각국의 차별금지법 입법례와 UN 결의안 등에서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도 다양한 성별 존재를 인정할 경우 남성과 여성의 성별 개념에 근거한 기존 법질서의 근본적인 변동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있다는 점도 함께 적시하고 있습니다.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는 '간접차별'에 대해선 "차별 의도와는 관계없이 그 결과가 불평등하면 차별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돼 선의로 행위를 한 자도 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며 간접차별 요건 보완 검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같은 취지로 '괴롭힘'도 그 의미가 포괄적이어서요. 피해자의 주관적 고통 유무에 따라 괴롭힘이 행위가 성립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종교단체 모임 등에서 어떠한 표현이 차별을 표시하거나 차별 조장광고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습니다.

▲앵커= 포괄적이어서 결과적으로 모호하니 일단 '개념이나 범위부터 좀 더 명확히 하라'는 조언인 것 같은데, 다른 내용들은 또 어떤 게 있나요.

▲기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차별시정 의무화' 조항들 관련해선 "법령·제도 등의 내용 중 어떤 것이 차별금지에 해당하는지 획일적으로 판단하기 곤란할 수 있는데, 현행 법령·제도뿐 아니라 향후 개정하는 '모든' 법령·제도 등에 대해서도 인권위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 교육에서의 차별금지 관련해선 "교육기관 종류나 여성이나 남성, 특정 성만 입학을 허용하는 중·고등학교와 같이 차별의 형태 등에 대한 현실적인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차별금지 및 적극적 조치 의무를 부과할 경우 법률의 내용과 실재가 괴리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고용 차별 금지와 관련해선 "동일노동이라 하더라도 근속기간이 가족 수에 따른 수당 차이 등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차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는 등 전체적으로 상당히 구체적인 조문 검토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인권위 시정명령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기자= 인권위 시정명령과 미이행시 이행강제금 부과에 대해 보고서는 "이행강제금은 차별행위자가 권고내용을 이행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부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권위의 직접 시정이나 재발 방지에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필요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다만 "인권위가 모든 차별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발할 수 있어, 기존 개별적 차별금지법에서 법무부장관이나 고용노동부장관과 노동위원회 등의 시정명령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권위가 사건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경우 피해자의 소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차별 피해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구제를 도모한다는 면에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요건과 절차 및 지원 내용에 대한 세부사항은 하위 법령에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징벌적 손해배상과 입증책임 전환 조항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볼까요.

▲기자= 부정적입니다. 일단 피해자 보호와 실효적인 피해구제 담보 취지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대부분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3배 이하로 규정된 점을 들어 배상금액의 적절성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가해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게 된다는 건데요.

보고서는 그러면서 "민사영역인 손해배상 영역에 대해 형사벌적 제재인 징벌적 개념 도입은 헌법상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입증책임 전환 조항에 대해서도 그 취지와는 별개로 "원칙적으로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우리 민사소송 체계 하에서 도입에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시 부정적인 평가입니다. 차별금지 대상과 영역에 따른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입증책임을 배분하는 것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그밖에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만으로 사용자에게 채용기준 등을 정보공개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남용 우려가 커서 이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권리 창설 및 의무 부과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등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전체적으로 유보 또는 부정적인 평가입니다.

▲앵커= 법안이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일단 회부는 됐는데 논의 과정에 험로가 예상되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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