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얼굴이면 마스크 벗긴다"... 여성 65% '외모 품평' 당해, 꾸밈노동과 탈코르셋 운동
"맨얼굴이면 마스크 벗긴다"... 여성 65% '외모 품평' 당해, 꾸밈노동과 탈코르셋 운동
  • 신새아 기자, 윤수경 변호사
  • 승인 2020.08.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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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형 피부과 의원, 여성 직원들에게 입술 화장 강요 '검사' 논란
꾸밈노동 강요 관련한 법률 없어... 법원 "꾸밈노동은 근로시간 아냐"

▲신새아 앵커= 이른바 '꾸밈노동'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먼저 꾸밈노동이란 단어의 정립된 개념 같은 게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통상 화장, 패션, 용모 관리 등 여성에게 요구되는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보통 '일하는 여성들에게 사실상 강요되는 꾸미기로 인해 남성은 하지 않아도 되는, 혹은 남성보다 더 해야 하는 노동'을 뜻합니다.

예컨대 여성 근로자에게 안경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화장이나 치마 입기를 사실상 강제하는 경우 이를 충족하기 위해 해야 하는 행위나 일을 꾸밈노동 정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른바 ‘탈코르셋 운동’과 맞닿아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코르셋은 '체형보정 속옷'을 말하는데 기본적으로 남성의 시선에서 여성은 여성다워야 한다는 억압의 상징 같은 걸로 지칭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탈코르셋 운동은 벗어나자는 뜻의 '탈'(脫)과 여성 억압의 상징 '코르셋'을 결합한 말로 다이어트와 화장 등 강요된 여성성과 꾸밈노동으로 상징되는 여성 억압적 문화로부터의 해방과 탈출을 외치는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운동을 말합니다.

노동의 측면에선 여성에게 여성성과 아름다움을 강요하고, 앞서 장한지 기자 리포트 아시아나 여성 승무원 사례들이 언급됐지만 여성 노동자를 성적 대상화 하는 유니폼 문제 이슈 등과 연관돼 있습니다.

▲앵커= 최근에도 인천의 한 피부과 병원에서 화장 꾸밈노동이 문제가 됐다고 하는데 무슨 내용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피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천 부평의 한 대형 피부과 의원 관리자가 직원과 피부관리사, 간호조무사 등이 포함된 직원 단체 카톡방에 지난 달 30일 남긴 메시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 때문에 용모 단정에 신경 안 쓰는 분들 있는 것 같은데 다니는 곳이 회사야. 마스크랑 개별로 화장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내일부터 민얼굴로 다니면 마스크 벗깁니다”라는 게 메시지 내용입니다.

이 관리자는 그리고 실제로 메시지를 보낸 다음 날 직원들의 마스크를 하나씩 내리고 입술 화장을 하지 않은 직원들을 나무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마스크 쓰면 립스틱이 다 묻을 텐데 황당하네요. 이런 꾸밈노동 강요가 비단 이 피부과 의원 일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꾸밈노동 강요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전문직도 예외는 아닌데 2017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용모·복장 매뉴얼에 ‘여성 의사는 생기 있는 화장을 하고 머리가 옷깃에 닿는 경우 올림머리를 하라’는 내용을 담으려다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한국철도공사의 업무 매뉴얼에도 “여성은 반드시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거나 “립글로스는 지워지므로 반드시 립스틱을 사용한다”고 적시해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여성을 바라봄의 대상으로 객체화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인데,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 지난해 12월 알바생 3천7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여성의 64.6%가 현장에서 이른바 ‘외모 품평’을 경험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고, 좋은 품평을 받기 위한 꾸밈노동 강요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꾸밈노동 강요가 부적적하다는 취지는 알겠는데 남성과 여성의 복장을 달리 규정하는 것은 일단 논외로 하고, 반론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고객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 직종의 경우 단정한 용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또 있을 수 있고요. 그렇지만 여성에게만 일방적으로 외모를 강조하는 것이 성적 대상화의 문제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문제가 되는 건데요.

여성에게만 특히 요구하는 꾸밈, 강요되는 예쁨이라고 한다면 성차별 이슈와 맞닿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꾸밈노동이나 꾸밈노동 강요와 관련한 법 같은 건 어떻게 돼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일단 꾸밈노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법 규정은 없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인 2018년 3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자 등에게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복장의 착용을 요구하는 등 성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별에 의한 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습니다. 

▲앵커= 관련 판례 같은 게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네. 샤넬코리아 전국 백화점 매장 직원 334명이 몸단장을 하는 '꾸밈노동'도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며 사측을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판결이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판결인데요. 이 샤넬코리아 직원들은 사측이 제시한 메이크업과 헤어, 복장 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근무시작 시간보다 30분은 더 일찍 출근해서 꾸밈노동을 해야 하니 이 30분을 초과근무시간으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낸 겁니다. 

하지만 사측은 30분 일찍 출근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법원도 사측 손을 들어줘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요. 꾸밈노동의 근로시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개인적으로 궁금한데, 여성 변호사도 꾸밈노동을 해야 하나요. 이 문제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변호사업도 서비스업이고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직업이다보니까 단정한 용모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꾸밈노동이라는 용어 자체에 남성과는 차별되는 여성의 외모에 대한 상품화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으로 특별히 여성변호사들에게 강요된 예쁨이나 꾸밈의 문제는 체감하진 못했습니다.

▲앵커= 일을 함에 있어서 용모 단정은 필요하겠지만 강요는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윤수경 변호사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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