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판 '구투(KuToo) 운동' 서막... "백화점 발레파킹 여직원 '구두 착용 강요' 인권위 진정"
[단독] 한국판 '구투(KuToo) 운동' 서막... "백화점 발레파킹 여직원 '구두 착용 강요' 인권위 진정"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08.24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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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만의 목소리 아냐, 실용적인 근로환경 만들어야... 구투 운동은 인권운동'

[법률방송뉴스] 앞서 VIP 발레파킹팀 여직원에 대한 백화점의 '구두 강요' 이야기 전해드렸는데요.

이 여직원은 "사람들이 보기에 '예쁜 복장'이 아닌 '일하기 편한 복장'을 착용하게 해달라"고 백화점 측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여성에게 운동화는 어찌 보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보이는데요.

법조계에서 이 전직 백화점 여직원의 제보를 토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어서 장한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남성'에게는 허락되지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허락되지 않는 발레파킹 여직원의 운동화 착용.

[A씨 / 대역]
"물집도 잡히고 업무가 끝나고 나면 발이 아프고 또 이것은 그냥 저만의 문제이긴 한데 제가 내성발톱이라서 특히 더 아팠거든요."

많게는 하루 400대의 차량이 오고가는 가운데, 여성만 오로지 '검정 구두'를 신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를 반복해야 하는 것입니다.

[박지영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발레파킹 하는 사람들 문을 열어주면서 짐을 옮겨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짐을 옮기고 나르는 과정에서 뛰어다니는 부분이 있고 다시 또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모셔다드리는 부분에서 운동화가 훨씬 편리하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에게는 운동화를 준..."

법조계에서는 발레 여직원에 대한 구두 착용 강요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인권위법 제2조는 성별, 종교, 장애 등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주원의 박지영 변호사는 A씨를 대리해 인권위 진정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박지영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시정 권고가 있었으면 좋겠고, 분명히 인권위원회법이나 헌법 10조에 따르면 행복추구권, 거기에서 파생되는 일종의 자기결정권이나 일반 행동의 자유 등 여러 가지 권리들과 걸려있기 때문에..."

인권위 결정의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말 그대로 '시정 권고'입니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인권위 권고가 실질적으로 규정이나 문화가 바뀌는 등 개선으로까지 나아갈 힘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박 변호사가 발레파킹 직원 복장 문제에 대해 인권위 진정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박지영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법적인 강제되는 부분은 없는데요, 사실상의 강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시정 권고 명령을 내렸을 때에는 이행계획을 위원회에 알려야 하고, 이행계획대로 따르지 않았을 때에는 왜 그러했는지 그런 사유들을 위원회에 통지를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사업주를 강제하는..."

발레파킹 지원뿐만 아니라 백화점 VIP라운지, 회사 내 안내데스크, 화장품 가게 등.

한국사회 이면에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하지만, 구두나 치마 착용 또는 화장을 강요받는 이른바 '꾸밈 노동'이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박지영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라운지에 있는 여직원들도 너랑 동일한 복장규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기가 바뀌면 다른 데들도 바뀌는 부분이 있는 거예요, 실질적으로도. 이 파장이 이 친구가 말하는 것도 내가 오랫동안 구두를 신고서 서서 있는 게 힘든데 지금 백화점 내부에 있는 판매사원들도..."

때문에 박 변호사는 발레파킹팀 여직원 구두착용 강요 문제에서 나아가 한국사회 전반적인 복장문화 개선 운동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른바 '한국판 구투(KuToo) 운동'입니다.

'구투'(KuToo)는 구두를 뜻하는 일본 말 '쿠츠'(皮靴)와 고통을 뜻하는 '쿠츠으'(苦痛), 그리고 나도 당했다는 '미투'(Me Too) 운동을 합쳐 만든 용어입니다.

여성 직원에게 하이힐 착용을 강요한 일본에서는 지난해 여성복장 규정 개선을 요구하는 '구투' 서명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일본 여배우이자 프리랜서 작가인 이시카와 유미는 지난해 초 직장 내 하이힐 착용을 강제하는 규정을 금지해달라는 운동을 벌여 2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청원서를 낸 데 이어, 직장 여성들의 안경 착용 금지 규정에 대한 반대 청원도 3만 1천여명의 서명을 받아냈습니다.

앞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정부는 지난 2017년 하이힐을 신으면 "미끄럼이나 추락으로 부상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기업이 여성 직원들에게 하이힐을 신도록 강요하는 규정을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박지영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한국판 구투 운동'이라고 명명을 해봤습니다. 한 마디로 여성들에 하이힐 (착용)을 금지하는 그런 운동을 말했던 건데요. 나중에는 안경도 쓰게 해 달라, 이런 식으로 여성들의 복장 차별 운동으로 널리 확산이 되게 됐어요. 한국판 구투 운동은 일종의 인권운동이라고..."

구두, 치마 착용을 강요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녀차별이 아닌 인권 문제인 만큼, 넥타이 착용 등을 강요받는 남성들의 목소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박지영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남성들 쪽에서 볼멘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우리도 넥타이 매기 싫고 우리도 반바지 입고 싶은데 여자들보다 훨씬 획일화돼 있고 우리도 힘든 부분이 있다, 이 문제를 남성 여성의 싸움 대결이 아니고 근로환경, 혹은 남녀 모두에 대한 인권의 문제로 바라봐 주셨으면..."

지난 2013년 인권위는 아시아나항공사 여성 승무원의 복장 규정과 관련해 차별을 시정하라는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

이후 승무원들은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됐고, 구두나 매니큐어 색깔과 머리 스타일까지 세세히 규율하던 복장규정이 개선됐습니다.

[박지영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인권위가 2013년도에 아시아나 승무원 관련해서 시정 권고를 내렸을 때 어떻게 말을 했냐 하면 여성 승무원도 기내에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하고 탈출을 시도할 때 탈출도 도와야 하는데 그런 때 치마가 불편할 수 있다, 그리고 바지를 입었다고 해서 일의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후 진에어는 파격적으로 청바지 유니폼을 선보였고, 이마저도 활동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2019년 유니폼을 실용적으로 바꾸었습니다.

항공계 전체 복장문화를 바꾸게 된 것입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제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루 종일 서서 서비스하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파장이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박지영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이 규정이 바뀌면 한 백화점 내 규정 전체가 바뀔 수도 있고 이 백화점이 바뀌면 유사한 다른 백화점이 모두 다 규정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고요. 백화점이 바뀌면 이와 유사하게 외형을 중시했던 대부분의 많은 회사들이 유니폼을 실용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판 구투 운동'이 실용적인 근로환경과 복장문화의 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박지영 변호사 / 법무법인 주원]
"한 사람의 문제가 개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다음에 여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남성과 근로자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실용적인 근로환경을 만드는 부분에 많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변호사는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www.angrypeople.co.kr)과 함께 인권위 진정에 함께 참여할 공동 진정인단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남녀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의 제보와 인권위 진정 프로젝트에 참여가 필요하다"며 "인권위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구나' 인식할 수 있게 동참을 바란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 백화점 발레파킹 여직원 구두 착용 강요 '인권위 진정' 참여 문의 (→바로가기)

* '한국판 구투 운동' 참여 문의 (→바로가기)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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