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 손괴, 해당 재화의 '효용' 훼손했을 때 성립
식기에 오줌 싸는 것도 재물손괴... '청결함' 훼손
두 명 이상 다중·위험한 물건 경우 특수재물손괴

[홍종선 기자] '영화 속 이런 법' '캡틴 마블'입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갑니다. 우리 캡틴 마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우주에서 떨어져서 지구 미국의 어느 비디오 가게로 천장을 뚫고 떨어집니다. 이것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해도 법적으로는 무언가 처벌을 받겠죠.

 [허윤 변호사] 생각과 달리 사실 형사처벌은 조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재물손괴죄는 고의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습니다. 형사적으로는 처벌이 어렵지만 반대로 민사적으로는 당연히 배상을 해야 할 겁니다.

만약에 캡틴 마블이 하늘에서 떨어질 때 특정한 비디오 가게를 타켓으로 잡아 저리로 떨어질 거라고 했으면 당연히 처벌되겠지만 그게 아닌 경우에는 과실에 대한 재물 손괴를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형사처벌까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홍종선 기자] 그렇군요. 캡틴 마블이라 봐주는 것은 아닐 테고 이런 보도도 있었습니다. 어떤 청소년들이 재건축하려고 비어있는 아파트에 들어가서 그 아파트 내부를 손상시켰습니다. 이것은 처벌되었었습니다.

비디오 가게는 지금 영업 중인 곳이고 이곳은 사람이 살지도 않고 곳 헐릴 곳인데 이게 무슨 차이인가요.

 [허윤 변호사] 재물손괴죄가 어떤 것을 보호하려는 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재물 손괴죄가 보호하려는 게 이용가치, '효용'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곧 헐릴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집에 들어가서 며칠을 잠자고 그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효용, 이용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고 그 이용가치 자체를 훼손했기 때문에 이들에게 재물 손괴죄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홍종선 기자] 맞아요. 법은 어렵고 알다가도 모르겠고 그래서 '영화 속 이런 법'이 있고 허 변호사가 계신 거겠죠. 자, 그럼 정리 탁탁 해주시죠. 어떠한 경우에 재물 손괴죄가 해당되는지.

 [허윤 변호사] 일단 문서에 붙은 우표를 떼어 냈을 때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고 자동차 타이어에서 바람을 뺐을 때도 재물 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고 식기에 오줌을 싼 경우에도 효용을 해친 거라고 봐서, 사실 이 경우에 식기를 깨끗이 씻어서 쓰면 되는데 어쨌든 재물손괴죄가 성립합니다.

 [홍종선 기자] 그릇이 깨지거나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허윤 변호사] 깨진 건 아니죠. 저 같으면 씻어서 그냥 쓸 텐데 저처럼 이렇게 씻어서 다시 쓰면 재물손괴죄가 성립 안 합니다. 왜냐하면 이용가치나 효용 자체가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깨끗함을 추구하시는 분들한테는 '난 저 그릇 더러워서 더 못쓰겠다' 하면 그 이용가치가 하락되었거나 없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예쁜 앵무새를 샀는데 욕을 가르쳐서 앵무새가 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앵무새의 이용 가치가 떨어졌다고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홍종선 기자] 아니. 앵무새한테 욕을 가르쳤다. 앵무새가 지금 생명이 위태로운 것도 아니고, 어디 다친 것도 아닌데 이것도 재물손괴죄다. 무언가 앵무새를 재물, 재산, 사람의 재산으로 보는 것인가 봐요.

[허윤 변호사] 네. 재물로 보는 것입니다.

 [홍종선 기자] 그럼, 그런 거랑 비슷한 걸까요. 어디 우리에 개가 있는데 집주인 허락도 안 받고 개를 풀어줬다면, 그래서 개가 도망을 갔다면 이것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나요.

 [허윤 변호사] 법원은 어떻게 보냐면 우리에 갇힌 개를 풀어줬을 때는 당연히 그 개들이 도망갈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이 경우 개를 우리에 집어넣은 이유, 그 효용가치를 개를 풀어줌으로써 해쳤다고 보고 재물손괴죄를 인정하게 되는 겁니다.  

아까 앵무새 같은 경우도 앵무새는 보통 사람 말을 따라 하거나 노래하거나 이런 것이 효용성인데 욕을 하게 되면 “내가 왜 이런 앵무새를 샀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 같으면 노래를 들으려고 샀는데 욕을 한다면 이 앵무새는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판단을 할 것 같습니다. 이 경우 효용가치가 훼손된 것이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홍종선 기자] 아하, 알겠습니다. 제가 또 어설프게 주워들은 것으로 무언가 혼자 하지 않고 두 명, 혹은 그 이상의 복수가 하면 앞에 ‘특수’라는 말이 붙는다고 제가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재물 손괴도 만약 두 명이 개를 풀어줬다면 이것은 특수 재물손괴가 될까요.

 [허윤 변호사] 역시 영화 속 이런 법을 오래 하셔서 법체계를 명확하게 알고 계십니다. 혼자 한 것은 재물 손괴지만 두 명 이상이나 아니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서 했을 경우에는 당연히 특수 손괴죄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특수 손괴죄의 대표적인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보복운전입니다. 운전해서 가는데 누군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밀고 들어왔을 때 내가 쫒아가서 ‘빵빵’거리고 그러다 사고가 나게 되면 나는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가지고 재물을 손괴한 특수 손괴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죠.

[홍종선 기자] 아, 이게 두 명 말고 하나가 더 있는데 그거 위험한 물건, 예를 들면 가다가 실수로 차를 손상시키면 재물 손괴인데, 보복운전을 하다가 했으면 특수 재물 손괴군요.

오늘도 이 액션 히어로물로 법 얘기를 해봤는데 액션물로 법 얘기를 끌어내는 허윤 변호사, 재밌는데, 역시 우리의 어벤져스는 허윤 변호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 번에는 히어로물이 아니더라도 아주 재밌는 영화 들고 오실 거라고 기대해 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뵐게요.

오늘 끝인사는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 얘기로 하려 합니다. 오래 오래 남을 명작이라 혹시 놓치신 분들, 꼭 보셨으면 해서 추천 드리는데요. 바로 김혜자 주연의 ‘눈이 부시게’ 입니다. 

자신의 수명을 담보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비극을 되돌리기 위해 시간을 돌린다는 설정이 신선하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늙은 김혜자 안에 젊은 한지민이 들어있는 연기를 김혜자 씨가 소름 돋게 잘해서 나이 든다는 사실이 비극으로만 느껴지지 않아 참 좋았는데요.

이 드라마에서 나이 듦의 축복을 보여 준 사람, 한 분 더 소개합니다. 바로 이남규 작가인데요. ‘개그콘서트’ 작가로 시작해 '청담동 살아요' 시트콤을 거쳐 이렇게 훌륭한 인생드라마, 나이 든다는 것이 무엇이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토록 재미있게 펼쳐 보여 준 이남규 작가께 감사드리고 싶네요.

'영화 속 이런 법'도 시청자 여러분께 이만큼의 감동은 아니라 해도 색다른 재미 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흐르는 세월 속에 경험과 지식을 쌓아가는 게 미덕이 된다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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