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의 사전선거운동 혐의 항소심이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의도적인 재판 기간 연장으로 농협 내부 시스템이 마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 제2부는 지난 20일 김병원 회장 등의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 증인으론 이종진 상북농협 조합장, 유병돈 기성농협 조합장, 강성해 화훼농협 조합장, 이일구 임진농협 조합장이 출석했다.

김병원 회장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증인들은 앞선 검찰 진술서에서 ‘김 회장이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밝혔던 발언들을 모두 뒤집었다.

이 조합장 등은 이날 공판에서 "김병원 회장은 자기를 지지해달라고 한 적이 없으며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위축돼 진술서를 다르게 쓸 수밖에 없었다”며 “검찰이 김 회장의 불법선거운동 진술서를 쓰지 않으면 집에 보내주지 않겠다”고 압박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증언 패턴들이 ‘선거 관련 내용은 모두 김병원 회장 본인이 얘기했다’는 식으로 동일하다”며 “조사는 오전에 시작해 오후 1시20분에 끝났는데 어떻게 이 시간에 귀가가 어려울 거라고 여길 수 있느냐”고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김병원 회장은 사전선거운동 혐의 1심에서 "위탁선거법이 정한 제한 규정 등을 광범위하게 위반했다"며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선거 당일 김 회장은 측근들과 함께 투표장을 다니며 대의원 17명에게 지지를 부탁하고 최덕규 후보 측은 대포폰으로 "김병원을 찍어달라"는 문자를 대의원 107명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과 검찰은 지난해 12월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로 지금까지 9번의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처럼 김 회장의 재판이 계속되는 증인신청과 변호인 교체 등으로 하염없이 길어지면서 내후년에 있을 농협중앙회장 선거까지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이 농협중앙회의 모든 여력을 재판에 집중시킨 채 자신의 치적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선거공약 백지화시킨 것은 물론 농협중앙회 내부구조 개선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필상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은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조합장 선거를 지도·감독해야 할 농협중앙회가 지도력을 상실한 상태"라며 "대외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강연회나 포럼 등을 만들어 외적 몸집 부풀리기에 열을 올리고 중앙회장 직선제 시행, 중앙회 상호금융부서 독립 법인화, 농협 경제지주 폐지 등의 굵직한 공약들은 전혀 손을 안대고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 부위원장은 “김 회장이 어느 날 갑자기 '농가소득 5천만 원'을 들고 나와 농업분야의 부흥 지도자처럼 행사하고 있지만 농가소득은 2017년 말 기준 연간 3824만 원으로 2016년 3720만 원에서 2.8% 올랐을 뿐”이라며 “김 회장은 연예인을 흉내내는 이미지 정치를 그만두고 지금이라도 중앙회 내부 시스템 개선 등 공약 이행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퇴임 뒤 자신을 위해 과도한 ‘전관예우’ 규정을 만들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17년에 10억 원이 넘는 퇴직공로금과 별도로 퇴임 뒤 2년 동안 매달 500만 원의 보수와 차량, 기사 등을 제공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다. 전

관예우 적용 기간도 2년 더 연장해 최대 4년까지 연장했다. 

김 회장은 과도한 셀프 전관예우 규정이 알려져 논란이 벌어지자 관련 규정을 다시 바꿨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셀프 전관예우 비판이 쏟아지자 “잘못된 생각이라는 판단에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률상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능한 김 회장이 역대 농협중앙회장의 선례를 참고해 조합장 달래기와 퇴임 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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