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노건호씨. / 연합뉴스
지난 5월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노 전 대통령 장남노건호씨. /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의 시험문제를 출제한 류병운 홍익대 법대 교수가 노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1일 노 전 대통령 아들인 건호씨가 류병운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6월 류 교수는 기말고사 영문지문에서 “노(Roh)는 17세이고 지능지수가 69였다. 그는 6세 때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결과 뇌의 결함을 앓게 됐다. 노는 부모가 남겨준 집에서 그의 형 ‘봉하대군’과 함께 살았다”는 내용을 담은 시험 문제를 내면서 노 전 대통령 비하 논란을 촉발시키게 됐다.

이에 건호씨는 “류 교수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모욕과 경멸이 담긴 인신공격을 해 노 전 대통령의 명예와 인격권, 유족의 인격권과 추모감정을 침해했다”며 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걸었다.

앞서 1심에선 “수강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시사적인 사건을 각색해 사례로 사용한 것”이라며 “사실관계 일부를 재구성해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해 ‘학문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류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 판결은 달랐다.

재판부는 “문제의 문항은 ‘풍자’의 외관이지만, 실질 내용은 노 전 대통령이 죽음을 택한 방식을 차용해 희화화함으로써 투신 및 사망 사건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표현”이라며 학문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류 교수가 유족인 건호씨의 추모감정을 침해했다는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건호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액으로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해당 시험문제가 제한된 수강생들에게만 배포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산정했다.

이에 대법원은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최종 판결했다.

“공적 인물의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삼아 이를 조롱·비하하는 표현이 포함된 문제를 출제하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학문적 이익이 있다고 상정하기 어렵다”며 “학문의 자유의 범위 내 보호될 수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은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문제 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공성·사회성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면서 “사망사건을 풍자적 사례로 재구성한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표현에 해당하며 이는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서 보호될 수 없다”며 건호씨의 추모감정이 침해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것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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