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 "직무관련성 인정 안된다"... '뇌물 공여' 혐의 김정주 넥슨 대표도 무죄
진경준, 처남 업체에 대한항공 일감 100억대 몰아준 혐의 등만 징역 4년 선고

'넥슨 공짜 주식' 특혜와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100억원대 일감을 몰아준 혐의 등으로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는 최초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진경준(49) 전 검사장에게 13일 열린 1심재판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핵심 혐의였던 넥슨 공짜 주식 특혜 부분은 뇌물로 보기에는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정주(48) 넥슨 대표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한 특임검사팀은 "중요 쟁점에 관해 수사팀과 법원이 견해 차를 보였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경준(왼쪽) 전 검사장과 김정주 넥슨 대표. 친구 사이인 이들은 넥슨 주식을 주고 받아 각각 뇌물,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3일 열린 1심에서 이 부분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검찰은 그간 재판에서 "대기업을 운영하는 김 대표로서는 진 전 검사장의 영향력을 기대하고 돈을 건넸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진 전 검사장 측은 "오랜 친분에 의해 대가성 없이 받은 돈"이라고 맞섰다.

이날 재판 결과 '직무관련성'의 적용 범위를 놓고 항소심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열린 진 전 검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13년과 추징금 130억7천여만원을 구형했다. 김 대표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진 전 검사장은 지난 2006년 11월 당시 8억5천370만원 상당의 넥슨재팬 비상장 주식 8천500여 주를 넥슨 측에서 무상 취득한 혐의를 받았다. 또 김정주 대표로부터 승용차를 공짜로 받거나 해외여행 경비 5천여만원을 지원받은 혐의도 받았다.

검찰 조사결과 김 대표는 2005년 6월 진 전 검사장에게 넥슨의 주식을 매입할 대금 4억2천5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진 전 검사장의 가족 명의 계좌로 주식 대금을 송금하는 등 사실상 무상으로 주식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에 대해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받은 이익이 검사로서의 직무와 관련돼 있다고 증명할 사정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대표의 사업이 불법성이 있거나 수사에 연루될 가능성이 특별히 높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도 금품이 오간 10년 동안 진 전 검사장의 직무와 연관된 현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진 전 검사장이 검사로 임관하거나 김 대표가 사업을 하기 전부터 친하게 진했던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2010년 8월 대한항공 서모 전 부사장에게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게 한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하고, 서 전 부사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2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한 내사가 종결된 후 서 부사장을 만나 자신의 처남 회사에 대한 용역계약을 언급했고 3개월 뒤 계약이 체결됐다"며 "두 사람은 개인적 친분은 없었지만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이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 근무하며 자신이 처리한 대기업 회장의 내사사건 종결 직후 해당 기업의 고위 임원을 만나 처남 회사의 용역계약 체결을 부탁한 점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계약 체결로 인해 진 전 검사장의 처남과 장모가 월급 등 형태로 부당하게 얻은 이익이 상당하고 이는 진 전 검사장이 직접 이득을 취한 것과 다름없다"며 "수사가 시작되자 범죄사실 은폐를 시도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검사의 직무집행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훼손됐고 일선 검사들의 자부심과 명예가 훼손되는 등 검찰 조직에 큰 상처를 입혀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진 전 검사장이 공직자 재산신고 과정에서 재산 상태를 은폐할 목적으로 2014~2015년 모두 18차례에 걸쳐 타인 명의로 금융거래를 한 점은 공직자윤리법상 유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진 전 검사장은 구속 기소된 이후 지난 8월 해임됐다. 68년 검찰 역사상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구속 기소된 것은 진 전 검사장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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