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열린 정호성 "박 대통령 지시로 최씨에 문건 넘겨" 검찰 '대통령 독대' 논란 확인 위해 대기업 총수들 조사 준비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모든 의혹의 중심에 있는 최씨가 검찰 조사에서 계속해 입을 다물면서 오히려 박 대통령 관련 의혹이 더 증폭되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내주 중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점과 방식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 입 다문 최순실, 입 열린 정호성

최씨는 지난 3일 구속된 후 조사 과정에서 검찰에 어떠한 진술도 하지 않으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회유, 압박을 모두 동원해 최씨의 입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최씨는 여전히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최씨는 우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대의 출연금을 모금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고 롯데에 70억원의 추가 지원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기업과의 업무 계약을 대가로 돈을 편취하려 한 혐의(사기미수) 등을 받고 있다.

최씨 관련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이외에도 수많은 혐의점을 찾아냈지만 최씨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최씨의 구속 시한(20일) 전인 19일 최씨를 기소하되, 추가 수사를 통해 관련 혐의를 전부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순실씨가 8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휠체어를 타고 호송차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8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가 입을 다문 사이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입이 열렸다. 정 전 비서관은 그동안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진술에 적극적이었던 안 전 수석과 달리 박 대통령과의 의리를 고려한 듯 입을 다물어왔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지난 7일 검찰에 “대통령이 연설문 초안 등을 여러 사람이 검토하는게 좋겠다면서 최순실씨에게도 전달해 의견을 들으라고 해서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최씨가 연설문 등을 미리 열람했지만 이는 단순히 의견을 듣기 위한 차원이었고 직접 문건을 수정한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최근 압수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2대를 분석해 박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 및 최씨와 통화한 내용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을 녹음한 것은 정확한 지시 이행을 위해서라고 진술하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 전 비서관의 입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로 연설문을 외부 유출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오면서 검찰은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두 갈래 수사, 종착점은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는 연설문 유출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의혹 크게 두 갈래로 나눠져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 뿐 아니라 미결재 상태의 청와대 및 정부부처 업무 문서를 받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마치 공식 권한을 가진 결재권자처럼 행동했다는 얘기다.

검찰이 최씨의 태블릿PC 속 문서 5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한두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완성본이거나 청와대 내부전산망에 등록돼 문서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문서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 지시로 최씨에게 문서를 전달했다고 진술하면서 결국 문서 유출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 돼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면담하기 위해 국회를 전격 방문, 로비에서 '하야' 촉구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정의당 의원들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비단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박 대통령이 두 차례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씨 측에 정부 문서를 유출한 사실을 시인한 만큼 대통령을 상대로 한 유출 경위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판례상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경우 정보를 건넨 사람만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문서를 전달받은 최씨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두번째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됐는지 여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 자리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7명의 대기업 총수들을 이틀에 걸쳐 비공개 면담 형식으로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는 모두 17명의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했다.

또 박 대통령이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를 목전에 둔 지난 2월말부터 3월초 사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공식적인 확인은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롯데 측은 “당시 신 회장은 해외출장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구속된 안 전 수석이 재단 모금 과정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고, 관련 자료로 박 대통령의 공식 행사 일정이 담긴 다이어리 2권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대통령 재벌 독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두 재단의 모금이나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 등을 언급했다면 박 대통령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적용 대상이 된다. 또 자금을 지원할 경우 특혜를 주겠다는 이야기가 만약 오갔다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역시 적용이 가능해진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당시 독대한 기업 총수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이번주가 지나봐야 윤곽이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도 조사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 의혹을) 성역 없이 조사하겠다”며 “마음이 급한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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