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불온한 작가 자처했지만... 견디기 힘들었다" "해마다 6월이면 은행이 수사기관에 금융거래정보 제공" "50년 넘게 작가로 살아... 이번 일은 내 개인만의 일 아냐"

 

 

[앵커]

‘객지’ ‘삼포 가는 길’ ‘무기의 그늘’ ‘장길산’ ‘오래된 정원’ 등, 선 굵은 사회성 짙은 소설로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황석영씨가 오늘(25일) 기자회견을 자청했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당대의 거장이 기자회견을 연 까닭,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벌어진 블랙리스트였습니다.

스스로 ‘비주류, 불온한 작가’로 자처하면서도 “견디기가 힘들었다”는 황석영 작가에게 지난 보수정권에서 벌어진 일, ‘카드로 읽는 법조’,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작가 황석영은 지난 2010년 정부 대북정책 비판 글을 신문에 기고합니다. 이후 대놓고 가해지는 ‘협박’.

2010년 가을, 국정원 요원은 그에게 “이제부터 정부 비판을 하면 개인적으로 큰 망신을 줄 테니 자중하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황석영은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희망 버스’에 올라탑니다.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 지지 ‘국민연대’ 공동 대표를 맡습니다.

2012년 대선은 문재인 후보의 패배로 끝났고, 황씨에 대한 철지난 비방과 모략은 고장났지만, 무지하게 소리는 큰 레코드처럼 반복됩니다.

“황석영이 쓴 광주항쟁 기록은 북한 책을 베낀 것이다“,

“황석영 작사·제작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일성의 지령을 받아 공작금을 받고 만든 것이다”,

“황석영은 빨갱이”라는 신문 광고까지 버젓이 실립니다.

계속되는 비방, 또 비방...

하지만 ‘작가의 양심’으로 멈출 수 없었던 사회 발언.

2014년 ‘세월호 사건’에서 작가회의 성명서 발표 대표 기자회견, ‘베를린 문학제’에서 세월호 주제 장문의 에세이 발표, 황석영의 사회 참여 발언과 글쓰기는 계속됩니다.

이후 이해할 수 없는 ‘행사 취소’.

로마대학 ‘한국과 유럽 작가와의 만남’ 행사 초청 취소, 한국이 주빈국이었던 2016년 3월 ‘파리 도서전’ 참가 작가 제외, 영화도 뮤지컬도 드라마도 애니메이션도, 먼저 제의가 왔다가 계약 단계에서 번번이 취소됩니다.

취소의 이유, “지금은 곤란하다...” 는 애매하고 모호하지만, 왠지 서로 다 아는 이유. "지금은 곤란하다.'

심지어 황석영이 거래하던 은행은 검찰의 ‘수사 목적’ 요청을 이유로, 해마다 6월이면 황석영의 금융거래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합니다.

“국가보안법 처벌을 이미 받았던 사람으로서 되풀이되는 모함과 명예훼손은 작가로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뀐 지금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게 구차하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다물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속속 드러나는 예를 보며 나 개인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황석영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구구절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밝힌 소회입니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의 배후와 과정, 기획자, 실행자가 누구인지. 무슨 이유로, 왜 그랬는지 밝혀달라는 것이 황석영의 요구입니다.

“50년 넘게 작가로 살아왔다...”

치열하게 시대와 불화하며 싸우며 화해하며, 다시 불화해 온 작가 황석영의 ‘궁금증’은 풀릴 수 있을까요.

공은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법률방송 ‘카드로 읽는 법조’,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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