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이면 다 사기?... 생각보다 까다로운 사기죄 성립 자칫 사기 당자자도 맥없이 피해자 될 수도 있는 현실 사기 고소하려면 피해야 할 단어 '투자'... 이유는

 

 

[앵커] 남승한 변호사의 ‘이런 법 저런 판례’, 오늘은 전 국민이 다 아는 것 같지만 정작 정확하게는 잘 모르는 ‘사기’ 얘기 좀 해보겠습니다.

남 변호사님, ‘사기’ ‘사기꾼’ 뭐 일상생활에서 정말 많이 쓰는 말인데, 이게 사기라는 단어가 법적으로는 어떻게 정의가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형법에 아주 명확하게 정의는 돼 있습니다. 형법에서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경우를 사기라고 합니다. 사람은 타인을 말하는 거고요. 기망은 말 그대로 속이는 겁니다. 재물은 물건이고, 재산상 이익은 돈입니다.

[앵커] 사기도 형사범이니까 사기죄 성립 구성요건 같은 게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저희가 법률적으로 얘기할 땐 객관적 구성요건과 주관적 구성요건, 이런 얘길 합니다. 그래서 객관적 구성요건이라고 하는 것은 속이는 행위, 기망 행위가 있어야 하고요.

그 다음에 속인다고 해도 상대방이 안 속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속아야 됩니다. 피해자의 착오, 그리고 재산상 이익이나 재물의 교부를 받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주관적으로는 ‘내가 저 사람을 속여야 되겠다, 돈이나 재산, 재물 등을 받아가야겠다’는 고의가 있어야 되고요. 그리고 그것과 관련해서 독특하게 '불법이 되게 할 의사' 라고 하는 주관적 요건이 하나 더 필요로 합니다.

[앵커] ‘속여야겠다’ 이건 결국 작정하고 속이려고 했다는 게 있어야 사기가 된다는 말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그렇죠.

[앵커] 그러면 판례를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어떻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이게 이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일반인들께서는 돈을 빌려주거나 하고 떼이면 ‘아, 나 사기 당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법원으로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지는 않고, 돈을 빌려가거나 또는 기망 행위라고 하는 행위가 있었던 시기에 이 사람이 갚을 의사나 능력이 있었느냐, 아니면 못 갚을 게 분명한데도 돈을 가져갔느냐 이런 걸 가지고 판단합니다.

판례를 굳이 얘기하자면 뭐 두 가지 비슷한 사례가 있을 수 있는데요. 보험설계사로 꽤 오래 근무하면서 알게 된 사람입니다, 피고인이. 그런데 보험설계만 했으면 상관없는데 의료사업을 하면서 돈이 좀 궁해지니까 피해자로부터 카드를 빌려서 씁니다.

피의자가 카드를 빌려 쓰고, 카드 대금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서 2천 몇 만 원 정도, 2천만원을 훨씬 넘어가는 돈이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피해자가 다시 2천만 원을 이 보험설계사이자 의료사업자한테 또 빌려줍니다. 이 2천만원이 사단이 난건데요.

그리고 나서 이제 사업이 잘 안 되고 하니까, 돈을 일부 갚기도 하고 못 갚기도 하고 이러다가 고소를 하고 이 보험설계사가 긴급 체포가 됐습니다.

다음날 마음이 급하니까 남편하고 자식들이 다 연대보증을 해서 4천 얼마를 갚겠다는 각서를 썼는데요. 그건 갚을 돈이 상당히 있으니까 써준 것 아니냐, 이렇게 보이는데 법원은 1‧2심 판결이 엇갈렸는데요.

대법원에서는 나중에 2천만원 빌린 행위, 빌려줄 때 당시 돈 빌려준 사람은 그 보험설계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았고, 재산 상태가 어떤지도 사실 잘 알지 않았느냐, 그리고 또 보험설계사가 빌린 돈의 4배 가까운 돈을 갚아 온 정황도 보입니다. 

이자를 무려 3할 약정하고 이래서 상당 부분이 이자이긴 한데, 그런 점에 비춰보면 설계사가 애초부터 돈을 편취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돈을 빌려줬던 사람의 입장에서도 돈을 빌려간 사람의 재산 상태를 충분히 알지 않았느냐, 이런 판단을 하면서 무죄 판결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돈을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는 돈을 빌려준 시점에 못 받을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나중에 실제 못 받게 되더라도 사기가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그렇죠.

[앵커] 그럼 어떤 경우에 돈을 못 갚으면 사기가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카드를 쓰다가 카드 대금을 못 갚으면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하죠. 그런데 금액이 크니까 신용카드사가 사기로 고소를 한 사례가 있는데요. 

내가 신용카드 썼다가 못 갚았다고 사기로 고소를 당할 것이냐, 이렇게까지 생각하기는 참 어려울 것 같은데, 이분은 93년에 카드를 처음 발급받고, 95년과 98년 갱신하고, 2년 후인 2000년도에 갱신하고, 그리고 나서 2003년부터 어려워진 모양인데 790회에 걸쳐 카드대금 7천 몇백만 원을 씁니다.

그러고선 또 5천 몇백만 원은 갚습니다. 못 갚은 카드대금이 2500만 원 정도 되는데, 법원은 이 경우에 카드 대금 못 갚으면서 카드를 긁은 행위가 기망에 해당한다, 이렇게 봤습니다.

[앵커] 쓰는 시점에 자기가 못 갚을 걸 알면서도 썼으니까 사기다 이렇게 보는 것이군요. 일반인이 생각하는 거랑 개념이 다를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작정하고 사기 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한테 속지 않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최소한 이것만은 해야 한다, 이런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남승한 변호사] 검찰이나 법원은 돈을 빌려줄 때 빌려주는 사람이 의무를 다 했는가, 하는 점을 사실은 좀 심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은 아닌데. 묻지마 투자를 한 사람을 우리가 보호해줘야 할 필요가 있느냐, 이런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돈을 빌려주고 나서 '투자'했다, 이런 표현을 많이들 사용하시거든요. 그런데 법에서 투자와 대여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잘못해서 투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통에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렇습니다.

잘 아시겠다시피 투자는 원금 보존이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인거고요. 대여는 원금에다 이자도 줄 수도 있는 상황인거고,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투자한 사람보다는 대여한 사람을 보호해줘야 된다, 이런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조건이 너무 좋으면 일단 한 번 의심을 해보고, 돈을 줬다고 하더라도 투자라는 표현은 법정이나 이런 데서 가급적 쓰면 안 된다, 이런 거죠.

[남승한 변호사] 흔히 광고에서도 너무 좋은 조건으로 얘기하면 의심해봐라,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당연히 수익을 몇백프로 제공하겠다고 하거나, 아니면 도저히 나와의 관계상 이런 조건을 제시할 이유가 없는데 아주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그런 경우 당연히 의심해봐야 됩니다.

그래서 반문을 흔히 하는데요. 왜 굳이 그런 딜을 나한테 가져오느냐, 이러면 소위 사기를 칠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굉장히 멋있는 답변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나는 여기에 들어갈 경우에 '겸업금지'에 걸린다, 그래서 당신한테 기회를 주겠다, 라든가 꽤 그럴 듯한 답변을 하기 때문에 깜빡 속아 넘어가기가 쉽습니다.

[앵커] 일단 조심하는 것 말고는 큰 방법 없는 것 같은데 내일은 돈 거래나 계약금  사례 등 가지고 더 구체적인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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