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안 지낸 현직 지방법원장 지명... 사법 사상 49년 만
양대 법관모임 회장 지낸 '진보 법관'... 靑 "인권 구현에 노력"
'재판 실무 정통'에 '개혁 의지'... 문 대통령, 양 측면 고려한 듯

 

 

[앵커] ‘이슈 플러스’,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얘기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김효정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사법연수원 기수도 그렇고, 그동안 법원 안팎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름도 아니고 말 그대로 ‘깜짝 인사’ 네요.

[기자] 네, 여러모로 파격적인 인사라는 게 법원 안팎의 중평입니다.

일단 기수 파괴가 두드러져 보입니다. 양승태 현 대법원장이 사법연수원 2기인데, 김명수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15기로 무려 13기를 한꺼번에 건너뛴, 말 그대로 ‘기수 파괴’ 인사입니다.

전국 모든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대법원장이 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각급 고등법원장 등,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가 현실화할 경우, 김명수 후보자보다 선배 기수 고위 법관들의 줄사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지명 자체로 자동으로 법원 상층부의 인적 청산이 이뤄지는 셈입니다.

[앵커] 대법관을 안 거치고 현직 일선 법원장에서 바로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것도, 우리 사법 사상 거의 전례가 없었던 일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건국 후 대법원이 처음 만들어져 대법관 경력 자체가 있을 수 없었던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1961년부터 1968년까지 3, 4대 대법원장을 지낸 조진만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사법 역사상 근 50년 만에 처음으로 김명수 후보자는 대법관 경력 없이 대법원장에 지명된 법관이라는 이력을 갖게 되는데요.

단순히 기수만 파괴한 게 아니라, 그동안의 사법 관례 자체를 파괴한 파격 인사라는 평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그만큼 파격 인사를 감행한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겠죠. 뭐 어떤 점이 이번 대법원장 인사 배경이라고 보나요.

[기자] 두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재판 실무 차원, 다른 하나는 성향, 즉 사법 개혁을 해낼 수 있는 역량과 의지가 있냐, 이 두 측면입니다.

[앵커] 재판 실무 차원은 쉽게 말해, 대법관 경력이 없지만 업무적으로 사법부를 지휘하고 이끌어 나갈 역량이 되냐 이런 거네요.

[기자] 네, 김명수 후보자는 1986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줄곧 일선 법원에서 재판 업무를 맡아와 재판 실무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요 경력을 보면 서울민사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주요 법원에서 이른바 법원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오며 재판 역량을 두루 쌓아 왔습니다.

관련해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는 재임 기간 동안 재판 업무만 담당하면서 집필도 한 민사법 정통 전문 법관이다” 이렇게 김 후보자를 평가했습니다.

[앵커] 판사 중에 일선 법원장까지 하고 있을 정도면 재판 실무 능력이야 뭐 기본일테고, 아무래도 문 대통령의 지명 방점은 ‘사법 개혁’ 적임자냐, 의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냐, 이런 걸 봤을 테죠.

[기자] 네, 말씀하신 대목은 박수현 대변인의 오늘 브리핑 이어지는 발언에서 그대로 다 드러나는데요.

박 대변인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기틀을 다진 초대 회장으로서 국제연합이 펴낸 인권편람의 번역서를 출간하고 인권에 관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법관으로서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법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하여 실행하였다”면서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다”, 이렇게 인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앵커] 일곱 글자로 하면 ‘사법 개혁 적임자’, 뭐 이런 거네요.

[기자] 네, 앞서 리포트에서도 전해드렸듯이 김명수 후보자는 법원 내 진보적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과 이번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항명 수준의 저항과 개혁 요구를 부른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는데요.

대법원장으로 가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법부 내 갈등도 해결하고 사법 개혁도 완수해라, 라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배경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 박수현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소탈하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청빈한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럽게 배려하고 포용하여 주변의 깊은 신망을 받고 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앵커]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죠.

[기자] 네, 대법원장으로 임명되기 위해선 국회 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야 하는데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다음달 24일까지이고 퇴임식은 22일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한 달 안에는 관련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그동안 하마평에 오르던 사람들이 무색하게 문재인 대통령이 고심에 고심을 해서 지명했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관심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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