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슈퍼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도심 한복판의 건물을 부수고 굉음과 함께 폭주하며 길가에 세워진 차들을 거리낌 없이 들이 받아도, 마블 영화 속 슈퍼 히어로들은 별다른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찬양을 받는다. 위험에 빠진 시민들을 구하고 빌런을 무찔렀기 때문이다.

슈퍼 히어로에 대한 열광은 비단 영화 속 시민 뿐 아니라 영화 밖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그저 어쩔 수 없이 순응하고 감내해야 했던, 약자들의 무시된 정의가 히어로들의 통쾌한 복수로 인해 조금이나마 해결이 되어서일까. 이들은 그 자체로 ‘사적 제재’를 상징하는 듯하다.

슈퍼 히어로들이 최근 온라인을 무대삼아 현실 속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한 유튜버는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 않는 악질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가 하면, 교통법규 위반을 고발하는 또다른 유튜버는 이륜차를 불법 개조하거나 번호판 없이 운전하고 신호와 속도를 어기는 배달 기사들을 표적으로 삼기도 한다. 

이들에겐 ‘법이 미처 실현하지 못하는 정의구현’이라는 환호와 동시에 ‘시스템이 없는 개인의 위험한 응징’이라는 지적도 함께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적 제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어떤 사건에서는 제재 행위를 옹호하게 되고, 어떤 사건에서는 제재가 위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개인의 가치 판단이 정의의 기준을 만들기에 사적 제재에 대한 합의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적 제재의 치명적 부작용으로 꼽히는 ‘신상털기’에 대한 부분을 간과할 순 없다. 가해자 신상이 공개되면 해당 가해자에게 선동적이고 묻지마식 비난이 쏟아지게 되고, 사건의 본질이 어느 순간 왜곡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3년 전 ‘디지털 교도소’는 강력 범죄 혐의자들의 신상 정보를 임의로 공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신상이 공개된 한 대학생은 결백을 주장하다가 안타깝게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적 제재가 왜 존재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적 제재 배경과 원인에는 사법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국민적 사법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사법 체계와 공권력이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 합당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사적 제재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사적 제재의 선동적 공감을 잠재우려면 촘촘한 법망 구축과 제도 마련을 통한 사법 정의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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