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8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 부착된 의대 입시 홍보 현수막.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2월8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 부착된 의대 입시 홍보 현수막.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현직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와 모종의 유착 관계를 형성해 문항을 넘긴다는 '사교육 카르텔'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오늘(11일)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결과를 통해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배임증재, 배임수재 등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 27명과 사교육 업체 관계자 23명, 대학교수 1명, 평가원 직원 4명, 전 대학 입학사정관 1명 등입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5,0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했거나 그 이하라고 해도 범죄사안이 중한 경우 감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감사 결과, 수능 출제 과정에서 집필 중인 EBS 교재 문항 지문이 출제되는가 하면 수능 문항과 사설 모의고사 중복 검증 누락, 중복 지문 출제에 관한 이의신청을 평가원 직원들이 공모해 부당처리한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번 수사 요청 대상에는 2023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 논란과 관련된 이들이 포함됐습니다.

해당 문항은 문제 지문이 EBS 교재와 대형 입시 학원의 유명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에 나온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 TMI)이라는 지문과 일치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문제를 수능에 출제한 대학교수 A씨는 전년도 EBS 수능연계 교재를 감수하면서 알게 된 지문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가 감수한 EBS 교재는 23년 1월 출간 예정이었으나 대형 입시학원 메가스터디의 유명 강사 B씨가 22년 9월 모의고사로 발간한 문제집에 실려있었습니다.

B씨는 평소 EBS 교재 집필 경력이 있는 고교 교원 C씨에게 문항을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사원은 "B 강사가 평소 교원에게 문항을 사서 모의고사를 만들었고 C교사와 22학년도 수능 검토위원이었던 D교사로부터 출간 전 EBS 교재 파일을 입수하는 등 수능 문항 출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원 관계자들의 부당처리 문제도 함께 확인됐습니다.

평가원은 수능 문항을 확정하기 전 모의고사 문항과 중복 검증을 위해 B강사의 모의고사를 계속 구매해왔으나 유독 22년에만 이를 누락했습니다.

또 해당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는 전체의 62%에 달하는 215건이었음에도 수능 출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해당 안건을 이의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직 교원과 사교육 업체 간 문항 장사를 통한 '카르텔'은 상당히 조직적이고 고착화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능 문항과 유사한 문항을 만들어 파는 다수의 교사가 있고 그 위에 일부 교사가 중간 역할을 맡아 사교육 업체와의 거래를 알선한 후 수수료를 챙겼으며 가장 위에는 교사들로부터 문항을 산 뒤 '족집게' 강사 행세를 하는 대형 입시 학원과 유명 강사들로 피라미드식 조직화를 이룬 것입니다.

일례로 고교 교원 E씨는 수능·모의평가 출제 합숙 중 알게 된 검토 및 출제위원 참여 경력이 있는 교원 8명을 포섭해 소위 '문항공급조직'을 구성하고 최근 4년간 2,000여 개 문항을 다수의 학원과 강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대가로 E씨는 총 6억 6,000만원을 받아 8명에게 3억 9,000만원을 나눠줬고 자신은 알선비와 자기 몫 문항 제작비 명목으로 2억 7,000만원을 챙겼습니다. 

이 가운데 2억 1,000만원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배우자 등 다른 사람의 계좌로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교사는 아예 배우자와 함께 문항 판매 사업을 위한 출판업체를 운영하면서 동료 교원 35명을 끌어들여 문항을 구입해 대형 학원에 공급했고, 킬러 문항이라 불리는 고난도 수학 모의고사 문항을 제작해 학원에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사교육 업체에 판 문항 중 일부를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내신 시험 문제로 낸 교사들도 적발됐습니다.

F씨는 EBS 교재를 빼돌려 2019년에 판매한 문항 중 13개를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내신 시험에 그대로 또는 일부를 변형해 출제했습니다.

다른 교사 3명도 각각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팔았는데 문항의 일부를 중간, 기말고사에 출제했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한편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에 연루된 교원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교육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감사 결과가 공식 통보되는 대로 해당 교원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조치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중대한 비위가 확인된 교원에 대해 소관 교육청에 강력한 징계를 요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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