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이름은 낯설지만, 미술 전문가들은 대단히 높이 평가하는 화가가 이탈리아 출신 조르조 데 키리코(1888~1978)다.

그의 작품들이 대중적이지 못한 것은 따뜻한 감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스산한 두려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표작은 '거리의 우울과 신비'(1914)다.

 

'거리의 우울과 신비'-개인 소장
'거리의 우울과 신비'-개인 소장

건물 형태부터 평범하거나 현실적이지 않다. 미로 같은 느낌을 준다. 왼쪽에 한 여자아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 외에는 아무도 없다. 반대편 그림자는 사람의 것인지, 조각이나 동상이 그림자인지 확실하지 않다.

배경은 밝은 낮이다. 낮은 활동하는 시간일 텐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두려움은 가중된다. 차라리 소녀도 공포에 젖어 있다면, 다독이며 감정을 교류할 것인데, 태연하게 놀고 있으니 감당하기 어렵다.

꿈꾸는 세계, 현실 너머 세계 같다. 이런 이유로 키리코 그림들은 후에 활약한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정신분석학 영향을 받아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표현하려 애쓴 예술 사조가 초현실주의다.

키리코가 초현실주의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는 너무 앞섰기 때문이다. 초현실주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앙드레 브르통(1896~1966)이 ‘초현실주의 선언’을 한 건 1924년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초현실주의 작품들과 구분해 '형이상학 회화'로 부른다. 키리코의 작품 세계도 독특하지만, 키리코는 자신과 동료 몇몇 화가만을 칭하는 독특한 유파를 남겼다.

‘형이상학 회화’의 특징은 사물의 부동성과 정지된 시간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논리와 상식에 대한 거부다. 비현실과 신비로움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아래 작품은 ‘사랑의 노래’(1914)라는 작품인데, 제목부터 작품 속 사물 배치가 어이없을 정도로 엉뚱하다. 이를 프랑스어로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낯설게 하기’라는 뜻이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집요하게 작품에 드러낸 경향이다.

'사랑의 노래'-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사랑의 노래'-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그가 말년에 그린 그림들에는 로봇처럼 생긴 형상이 자주 등장한다. 1960년대 그린 작품이니 미래 기계 세계에 대한 예언 같다. 2022년과 2023년 열린 '프리즈 서울'에서도 그런 작품이 각각 한 점씩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무제-2023년 프리즈 서울 전시작품
'무제'-2023년 프리즈 서울 전시작품

키리코는 시대를 앞선 화가다. 미래를 본 화가였을까? 이런 말을 남겼다. "수수께끼 말고 무엇을 사랑하리오."

그의 그림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 '도대체 뭐야?', 하는 이유를 넌지시 알게 됐다. 그는 수수께끼를 그렸던 것이다. 답이 없는 수수께끼, 미스터리.

그가 질문을 던졌으니 그림을 감상하는 우리는 답해야할까? 아니다. 예술세계에선 굳이 답을 찾을 필요가 없다. 각자 고유의 감성과 지식만큼 느끼면 된다.

상상을 펼치는 작업이다. 우리도 상상하면 된다. 예술가는 작품을 완성하는 순간 작품에서 떠난다. 해석하지 말고 상상하라고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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