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대원외고 정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광진구 대원외고 정문 전경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대한민국 대표 엘리트 집단으로 꼽히는 판검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고등학교는 어디일까요? 바로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원외고 출신 현직 판검사는 240명에 이릅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판검사 5,296명 중 전국 외고 출신이 739명(13.9%)으로 열 명 중 한 명을 넘어섰다고 오늘(21일) 보도했습니다. 대원외고 뿐만 아니라 외고가 판검사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무부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중앙일보가 판검사 출신 고교를 전수 분석한 결과, 대원외고는 현직 판사 154명, 검사 86명 등 240명(4.6%)을 배출해 판검사 출신고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대원외고는 이미 10년 전인 2013년 법조인 배출 1위고로 부상했습니다. 법률신문사의 ‘2013년판 한국 법조인 대관’에 따르면 대원외고 출신 판검사는 판사 85명, 검사 44명 등 129명으로 전통 명문인 경기고(55명)를 두 배를 넘었습니다. 

대원외고 출신 한 검사는 “동문이 하도 많아 각자 성향과 근무 인연 등을 기준으로 각종 소모임을 만들어 모인다”며 “법조계에서 서울대 법대 출신이 안 뭉치는 것처럼 대원외고 역시 끈끈함이나 동질감은 약하다”고 말했습니다.

대원외고 출신 판검사가 매년 급증했지만 법원·검찰 고위직인 법원장·검사장·고검장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고 출신의 법조계 진출이 2000년대 초중반 본격화됐기 때문입니다.

법원장·고검장·검사장 등 고위직을 기준으론 휘문고는 법원장 2명, 고검장·검사장 4명을 배출했고, 단대부고(법원장 2명, 고검장·검사장 2명), 순천고(법원장 1명, 고검장·검사장 3명)가 뒤를 이었습니다.

다만 이미 법원과 검찰 중간간부인 부장급에는 대원외고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2030년 전후로 고위직에도 대거 진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법원 부장판사급에 대원외고 출신이 40명으로 가장 많고, 검찰 고검 검사급(차장·부장·부부장 검사)에도 25명에 달했습니다.

판검사 출신고 2~4위 역시 명덕·한영·대일외고 등 외고들이 나란히 차지했습니다. 2위 명덕외고는 116명(판사 73명, 검사 43명), 3위 한영외고 100명(판사 65명, 검사 35명), 4위 대일외고 70명(판사 43명, 검사 27명), 6위 이화여자외고 42명(판사 26명, 검사 16명)까지 상위 10위 내에 서울에 위치한 5개 외고가 포함됐습니다. 이들 5개고 출신 현직 판검사만 합쳐도 총 568명으로 전체 10.8%를 차지합니다.

상위 10위권 안에는 일반고 5곳도 포함됐습니다. 5위 순천고 52명(판사 34명, 검사 18명), 공동 7위 경기고 40명(판사 24명, 검사 16명), 7위 휘문고 40명(판사 23명, 검사 17명), 9위 안양고 38명(판사 25명, 검사 13명), 10위 서울고 34명(판사 21명, 검사 13명) 순입니다.

전통 명문 일반고의 위상은 외고의 부상으로 상대적으로 많이 약해졌습니다. 다만 판검사 고위직 및 중간간부에선 여전히 강했는데 5위 순천고는 2018년 검찰 하반기 인사에서 대검 간부 6명을 배출하는 등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요직에 두루 포진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으로도 순천고 출신 고검장·검사장은 3명으로 휘문고(4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차장·부장·부부장 등 고검 검사급도 13명에 달합니다.

다만 평검사급으로 내려가면 순천고 출신은 2명뿐으로 대원외고 출신 평검사가 61명인 것과 대비됩니다. 법원에서도 법원장 1명, 고법 부장 3명, 지법 부장 및 고법 판사가 12명입니다.

부장검사를 지낸 순천고 출신의 한 변호사는 “2010년대까지만 해도 순천고 출신이 법원과 검찰에 두루 포진했고,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순천고 출신이 검찰 간부로 대거 등용되며 ‘순천고 전성시대’란 말까지 나왔다”며 “하지만 신규 임용 판검사 중에선 순천고 출신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씨가 말라가며 검찰 조직에선 더는 주류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평준화 시절 최고 명문인 경기고는 계속 순위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현직 법원장과 검사장 이상 최고위직도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원에서 고법 부장 2명, 지법부장 및 고법 판사 12명, 검찰 고검 검사급 10명이 경기고 출신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출신고교인 경북고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현직 판사 19명, 검사 11명으로 12위였습니다. 

고교 학력을 검정고시로 이수한 현직 판검사(66명)를 순위에 포함하면 대일외고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현직 판사의 경우 28명이 검정고시 출신이고, 검사는 이보다 많은 38명이었습니다.

법조계에 검정고시 출신이 많은 이유는 김대중 정부였던 1998~1999년 외고와 지역 명문고 학생들의 ‘자퇴 열풍’이 꼽힙니다.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고교 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수시 전형을 본격 도입했는데, 그 결과 상대적으로 상위권 학생들이 모인 외고·명문고 학생들이 내신 평가에 불리해졌습니다. 결국 상당수 학생이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2002~2006년 5년간 사법고시 합격자의 출신고교 역시 대원외고(163명)에 이어 검정고시 출신이 72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검정고시 출신의 한 현직 검사는 “1998년부터 약 4~5년간을 ‘이해찬 세대’라 부르는데 이들 중 특목고를 다니다 자퇴해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한 경우가 많았다”며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조직생활에 불리하진 않지만, 고등학교 학맥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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