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법원)
조희대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법원)

[법률방송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관 증원이 절실하다며 올해 법관 정원을 300명 이상을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임 두 달째를 맞은 조 대법원장은 어제(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판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선 반드시 법관 정원을 늘리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법관 증원이 최우선 과제... “300여명 늘리고 경력 법관은 역할 재정립”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가장 최우선 해결 과제로 법관 증원을 꼽았습니다.

다른 공무원과 달리 법관 정원은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현재 정원은 3,214명이고 작년 기준 현원은 3,193명입니다. 이중 약 7%에 해당하는 220명이 육아휴직, 해외연수 등으로 현재 재판에 들어가지 않는 비(非)가동인원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현재로서는 300여명 이상 법관 정원을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국회 내에 통과가 안되면 기획재정부와 처음부터 협상을 해야 해 너무 늦어질 것”이라며 “가능하면 올해 안에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법무부는 2022년 말 판사 정원을 2027년까지 370명 늘리는 판사 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째 국회에 묶여있습니다. 그 사이 재판 지연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 민사 합의사건의 판결이 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17년 평균 294일에서 2022년 420일로 길어졌습니다.

◆경력 법관제도 선택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할 것

현재 사법부의 또다른 고민인 경력 법관 제도에 대해선 미국식(영미법)으로 갈지, 독일식(대륙법)으로 갈지 국민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인 만큼 4월 총선이 끝나고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013년 도입된 법조일원화에 따라 법원은 경력이 있는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5년 이상 경력자 중 선발하는데 앞으로 재직기간이 2025년 7년 이상, 2029년 10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연차들은 로펌의 허리급으로 이미 괜찮은 대우를 받고 있어 법원으로 유입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식은 경력 법관의 역할이 최소화 되고 형량 범위까지도 법원 조사관이 정해줘 법조 경력이 길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독일식은 법관 한 명이 한 재판을 하루 종일 심리하고 판결도 상세하게 쓰게 합니다.

조 대법원장은 “양자의 입법례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라며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을 드리고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변협(대한변호사협회)과 학계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판사 이탈 막으려면 인센티브 필요... 예산권·법률 제출권도 있어야

법원 내에서 상당한 실력과 경험을 갖춘 고등법원 판사들이 지속적으로 퇴직하는 것과 관련해 조 대법원장은 “국민들이 조금 더 투자해서 대우를 인상한다든지, 해외 연수 기회를 늘린다든지, 안식년을 준다든지 법관들이 숨을 돌릴 수 있는, 혹은 여기에 있는게 낫겠다고 할 요인을 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법 개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싱가포르의 경우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법관 처우 개선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법부의 정치화를 막으려면 예산 편성권과 법률안 제출권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냈습니다. 그는 “이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정치권에 부탁을 하게 되고, 그러면 역으로 정치권에서 사법부에 부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에 대해서는 "대법원 규칙으로 할지 입법으로 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3월에 대법관 두 분이 새로 오시면 맞춰서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관련자를 불러서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2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이 가능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법원장 추천제에 대해 비판 의견... 사법농단 재판에는 말 아껴

조 대법원장은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진 '사법농단' 의혹에는 "형사상 범죄가 되는지는 재판 사항"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어쨌든 사태가 생긴 것은 법원이 국민에게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취임 후 법원행정처가 다시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행정처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전임 대법원장 시절부터 필요한 만큼 늘리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상대로 설명해야지, 특정 정치세력에 부탁해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정책을 '법과 원칙'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그는 "사소한 문제라도 절대 법과 원칙에서 어긋나지 않게 하는 곳이 법원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만 하고 나가겠다"며 "임기 중에 아무것도 성사되지 않더라도 국민께 소상히 설명하고 논의해서 가장 합리적인 제도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장 추천제를 전면 도입했던 것에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 구성원이 법원장을 추천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고, 법원조직법도 추천제를 전제하고 있지 않다"며 "입법적으로 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할 수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