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묻혀 있다

이정 뉴스본부 기자

 "폐 손상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머리 숙여 가슴 깊이 사과드립니다. 1등급과 2등급 판정을 받으신 피해자 분들 가운데 저희 제품을 사용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가 최근 법정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은 모든 피해자와 그 가족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벌어진 지 5년 만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가해 기업치고는 너무 늦은 사과였다.

특히 5년간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왔던 옥시는 검찰의 칼날이 눈앞에 닥치자 부랴부랴 사과에 나서 집중 비난을 받았다.

옥시는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을 마련하느라 늦어졌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확인한 즉시 사과에 나섰어야 했다.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옥시의 때늦은 억지 사과에 울분을 토해냈다. 지켜보는 국민들도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었다.

1차적 가해 기업인 옥시가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을 미루는 사이, 정부마저 소극적 태도로 수수방관하면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규모는 커져만 갔다.

한 술 더 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에도 문제의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판촉 행사를 기획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각각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와 '가습기 청정제'라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시장에 출시해 각각 사망자 22명, 15명을 낸 가해 당사자이기도 하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사건이 알려지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뒤늦은 사과에 나섰고 보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종결시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보상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먼저 보상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통해 합의 기준을 도출해 내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이들 업체의 모습에 국민적 실망감은 더 커졌다.

옥시, 롯데마트, 그리고 홈플러스 모두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없는 일방적인 배상안으로 반발을 샀다.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피해자들과 국민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끝까지 책임있는 자세로 속죄해야 한다.

샤프달 대표가 법정에서 한 말, "어떤 피해자분이 제게 ‘부모는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셨다. 제가 죽는 날까지 이 말을 잊지 않겠다"는 말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묻혀 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