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통보하자 "다른 남자 생겼냐"... 부정한 관계가 낳은 '불신'
무관한 제3자에도 보복... 법조계 "새 시작? 아름다운 불륜 없어"

(법률방송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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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 지난 2018년 10월 부산 사하구에서 한 30대 남성이 여자친구 일가족 4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용의자는 범행 전 여자친구가 키우던 개를 죽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피해자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그 정신병자가 자기를 놔두고 개를 데리고 산다고 개를 죽였다'라는 글도 있었습니다. 용의자는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경찰은 치정에 의한 이별 살인이 추정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내연녀의 남자친구를 폭행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창원지법 형사4단독(강희경 부장판사)은 공동상해·공동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했습니다. 폭행에 가담한 조폭 행동대장 등도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집행은 유예됐습니다.

불륜 같은 비윤리적 행위와 치정(癡情)이 인생 전부는 물론, 가족과 주변인의 삶까지 무너뜨리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간통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다른 남자 만나?" 무차별 폭행... 이별 통보하자 살해 계획

오늘(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1형사부(백강진 부장판사)는 최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아울러 피고인에게 1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게 한 명령도 유지했습니다.

이 남성은 지난해 2월 전북 완주군 한 찜질방에서 옛 연인과 그의 지인을 둔기로 때려 살해하려고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여성과 지인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쳤지만, 찜질방 직원과 손님이 범행을 말려 생명은 구하게 됐습니다.

피고인은 범행 닷새 전 여자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았는데, 여자친구가 자신의 지인과 사귄다고 착각하고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남성은 여자친구와 교제 중 지속적으로 폭력을 쓰고, 돈을 빌리는 등의 행태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범행 경위와 대담성, 잔혹성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범행으로 영구적 장애가 남은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보복을 두려워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형사공탁하는 등 '유리한 정상'으로 강조한 점은 이미 원심에서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양형 조건을 다시 살펴봐도 원심이 정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폭력과 집착, 그로부터 이어진 오해가 이번 사건을 불렀고, 결말은 비참했습니다.

◇"무죄, 무죄, 무죄"... 무죄의 연속이지만 "착한 편, 나쁜 편은 없다"

"간통죄가 사라지자 통상 간통을 저지른 가해자가 되레 피해자를 명예훼손 등으로 협박하는 사례가 있다. 상간녀가 이 사건의 진정한 피해자가 맞는지 살펴봐 달라."

불륜(不倫) : 사전적으로는 '윤리에 어긋나다'라는 뜻이지만, 대체로는 유부남·유부녀 같은 기혼자가 내연녀·내연남 등 미혼자를 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제(25일) 수원지법 형사15부(이정재 부장판사)에선 남편의 불륜 상대를 협박한 여성을 두고 국민참여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여성은 지난해 2월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상간녀인 이 사건 고소인과 남편의 성관계 영상을 발견합니다.

이 영상은 남편이 상간녀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한 불법 영상이었고, 여성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해당 영상을 재촬영합니다.

그리고 같은 해 여름 상간녀에게 "네 남편과 아이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의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여성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영상을 공개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건) 고소인이 불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만나서 동영상을 보자고 한 뜻이었다"며 "고소인에게 보낸 문자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일시적인 분노 표출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소인의 변호인은 "피고인 부부가 법률혼 관계인지 몰랐다"며 "피고인의 남편과 만난 부분을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고소인을 변호하기 위해 처음 만났을 때 (동영상 협박 때문에) 정신이 완전히 나간 상태로, 겁에 질려 자해하려고 할 정도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배심원단 7명은 만장일치로 피고인에 대해 무죄,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 대해선 유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피고인에게 무죄, 그의 남편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른 방면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의 발단이 된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내연녀가 윤씨를 허위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대법원 주심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14일 무고 혐의로 기소된 여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는데, 사건의 발단이 되고 여성이 고소한 이후 12년 만에 나온 판결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2011년 11월경부터 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냈다가 무고죄로 기소됐습니다.

윤씨와 연인관계로 지내다가 윤씨의 아내가 둘의 사이를 의심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거론하면서 '간통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자, 고소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률방송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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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에서 벗어나게 된 '간통'... 불륜과 법률 사이

"법률상 무죄는 나오겠지만, 윤리적으로는 어느 쪽이 착하고, 어느 쪽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취재 중 만난 서초동의 한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가 한 말입니다.

요즘 세간에서는 드라마 속 불륜 남녀가 뻔뻔해졌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불륜을 저지르다 들통이 나도 사과는커녕 당당한 기세로 응수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대중문화 평론가는 간통죄 폐지가 드라마 속 불륜 남녀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2015년 이후 불륜이 형사처분에서 제외되면서 드라마에서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과거 드라마를 보면 불륜 행위가 있을 때 증거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간통이 민사의 문제가 되면서 불륜 이후 상황에서 부부 간 잘잘못을 따지고, 밀고 당기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일부 의견입니다.

법조계에서도 간통은 더 이상 형벌의 문제가 아니라, 돈으로 얼마를 배상할 것이냐를 절충하는 한 사건에 지나지 않게 됐습니다.

부정행위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돼 이혼소송이 제기되거나 이미 이혼한 경우라면 3000만~5000만원의 위자료,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간자만을 상대로 한 손배소는 대략 1500만원 안팎.

"다 정리하고, 너와 새롭게 시작하겠어."

때로는 새 삶을 살겠다며 선택한 불륜이지만, 법조계는 냉정한 법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불륜은 없다고 충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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