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압수수색 거부, 형식적인 자료 '임의제출'
시국선언, 촛불시위로 '상실감' 호소하는 국민들

김소희 뉴스본부 기자

청와대의 '비선 실세'로 국정을 농단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3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의 '배려'로 '하루를 푹 쉬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그의 모습은 방송, SNS 등을 통해 온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이날 최씨를 취재하기 위해 수백명의 기자들과 시민들이 서울중앙지검 앞에 몰려들었다. 포토라인은 무너졌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 만큼 취재 열기와 국민의 관심은 뜨거웠다.

국민은 ‘최순실 게이트’로 큰 상처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에 대한 분노는 임계치를 초과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의혹을 은폐·축소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10여명은 지난 29일과 30일 청와대로 찾아가 최씨와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부속비서관의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국가 보안시설인 청와대는 자료 임의제출이 법 규정이며 압수수색의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두 차례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냈다. 결국 30일 검찰이 '강제 진입' 카드로 압박하자, 청와대는 마지못해 안 수석과 정 비서관의 사무실에 있던 문서 자료, 이메일·메신저·SNS 송수신 내역 등을 7상자 분량으로 만들어 보냈다.

법조계는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 대해 '빈 알맹이'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미 충분한 시간을 벌었고 '임의 제출'로 알맹이 없는 자료를 건네면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먼저 나서 진상을 밝혀도 시원찮을 판에, 국민의 공분을 증폭시킨 최씨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을 법과 관례를 내세우며 감싸는 형국이었다. 어떤 해명을 내놓아도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지경인데, 청와대는 조사를 회피하는 모습으로 의혹만 더 키웠다.

이번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0%대로 곤두박칠쳤다. 콘크리트 지지율로 간주되던 박 대통령을 향한 30%의 충성심까지 뚫어버릴 정도로 사태의 충격이 컸음을 방증한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수십 개의 의혹 중 하나만 언급된 약 90초 분량의 원고만 읽고 퇴장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국민은 '위로'받지 못했다. 대학은 시국선언을, 시민들은 대규모 촛불시위로 심각성을 알렸다. 많은 이들이 '상실감'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도 청와대라는 '성역'에 안주해 권력을 누리고 그 책임은 회피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은 왕관을 쓴 채 그 무게는 감당하지 않으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청와대는 이미 성역이 아니다. 최순실 사태를 겪은 국민들은 누구나 그것을, 더 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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