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이틀째 피고인 신문... "최순실 위력 받았다" 삼성 "우리는 대통령에 뇌물 준 게 아니라 최순실 강요의 피해자" 전략

 

 

[앵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 피고인 신문을 받기 위해 법정에 불려나온 삼성 전 고위 임원들은 증인 신문 때와는 달리, 본인들의 피고인 신문에선 적극적으로 진술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 진술들이 가리키고 있는 곳은 단 한 사람, 최순실 씨입니다. 이철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어제에 이어 오늘(1일)도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불려나왔습니다.

특검과 재판부 모두 그만큼 물어볼 게 많다는 얘기인데,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사장은 승마협회 회장으로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 실무를 총괄한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증인 신문에선 ‘증언을 거부하겠다’며 입을 굳게 닫았던 박 전 사장은 본인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선 줄줄 할 말을 다했습니다.

압축하면 ‘최순실이 무서워서 돈을 줬다’는 겁니다.

"최순실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위력을 보여주며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해서 지원을 끊지 못한 것이냐”는 변호인 질문에 박 전 사장은 “독일로 간다고 했을 때도 저희가 못 간다고 거절하니, 에티오피아 순방 후 그런 위력을 받아 거절을 못 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박 전 사장이 말하는 ‘에티오피아 순방 후 그런 위력’은 지난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순방 당시 삼성전자 사장 자격으로 동행했던 박 전 사장이 현지 행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악수를 했는데, 최순실 씨가 “대통령하고 악수 잘 했냐”며 보도되지 않은 대통령의 개인 일정까지 언급한 사실을 말합니다.

즉, 박 전 대통령과 친밀한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혹시 삼성에 피해를 줄까봐 두려워 돈을 지원한 것이지, 박 전 대통령을 보고 돈을 준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승마협회 부회장을 지낸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도 어제 피고인 신문에서 “최씨가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회사에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최씨의 강요·요구대로 들어준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일개 민간인이지만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순실 씨가 무서워 돈을 줬다는 삼성 전 임원들의 진술은, 대가를 바라고 준 돈도 아니고, 공무원에게 준 돈도 아니라는, 즉 뇌물죄 성립의 두 필수 조건인 대가성과 공무원, 둘 다를 부정하는 양수겸장의 재판 전략이라는 것이 법원 안팎의 평가입니다.

법률방송 이철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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