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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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지난 2년간 민간기업 등의 임직원으로 재직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69명이고 이들을 고용한 민간기업은 88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참여연대가 2022~2023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 등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기업으로 옮겨가 법무실장이나 사외이사 등으로 재직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총 69명으로 집계됐다고 경향신문이 오늘(21일) 보도했습니다.

기업으로 옮겨간 검사들은 검사급이 45명, 검사장급은 24명으로 집계됐는데,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 특히 많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이두봉 전 대전고검장은 교보생명보험에 지난해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이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할 때 제1·제4차장검사를 맡았습니다. 지난 2020년 대전지검장을 지내면서 ‘월성 원전’ 수사를 지휘했으며,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대검찰청 차장을 지낸 강남일 변호사는 지난해 3월 HL만도에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됐습니다. 강 변호사 역시 윤 대통령 당선 후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하마평에 올랐습니다.

윤 정부 첫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권익환 전 대검 공안부장은 지난 2022년 3월 한화 사외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사법시험(33기)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은 지난 2022년 4월부터 포스코홀딩스 법무팀장으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같은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동기인 조상철 전 서울고검 검사장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롯데쇼핑·바이넥스 사외이사에 선임됐습니다. 조 전 고검장은 지난 2012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을 담당해 벌금 500만원 약식기소를 했습니다.

사외이사를 찍고 총선행을 택한 이도 있었다. 제22대 총선에서 대구 중·남구에 출마를 선언한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은 엠피씨플러스에서 지난 2021년 9월부터 사외이사로 일했습니다. 임기는 지난해 9월까지였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오리온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습니다. 노 전 지검장은 지난해 12월6일 총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과 4번 정도 같이 근무했다. 정부의 성공을 지키는 키맨이 되겠다”라며 윤 대통령과의 연을 강조했습니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진 기업들이 특히 검사 영업을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비덴트·버킷스튜디오 등 빗썸 관계사들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여럿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빗썸 실소유주 강종현씨와 버킷스튜디오 임직원 등은 주가조작·횡령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비덴트는 지난해 8월 검사 출신 임대혁·임창국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임명하고, 검사 출신 임정근 변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임정근 변호사는 지난 2020~2022년 비덴트 사외이사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버킷스튜디오도 지난 2022년 3월 검사 출신 김영철 변호사를 감사로 임명한 데 이어 지난해 5월 이경수 전 부산지검 검사, 8월 이동수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각각 사외이사로 임명했습니다. 인바이오젠도 지난해 8월 형진휘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습니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서 수사를 받는 KT도 지난해 말부터 검사 출신 변호사를 연달아 영입했습니다. 

KT는 지난해 11월 이용복 전 검사를 법무실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이달 초 추의정 전 검사를 감사실장에, 허태원 전 검사를 컴플라이언스 추진실장에 임명했습니다. 이 전 검사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서 특검보를 맡았는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 수사팀장이었습니다.

삼표시멘트는 지난해 3월 고흥 전 인천지검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했습니다. 삼표시멘트는 2021년 노동자 사망사고로 재판을 받아 왔습니다. 지난해 10월 춘천지법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삼표시멘트와 안전경영책임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대북 송금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쌍방울 그룹도 검사 출신 변호사를 대거 영입했으나 상당수가 중도 사임했습니다. 쌍방울 그룹 관계사 SBW 생명과학은 송찬엽 전 서울동부지검장, 남영비비안은 이태형·김영현 전 검사,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이건령 전 검사, 광림은 오현철 전 검사가 사외이사로 근무하다 2021년~2023년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습니다.

민간에서 임기를 마치지 않고 공직으로 다시 넘어온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시원 전 검사는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되며 한솔케미칼 사외이사 재선임된 지 2달이 지나지 않아 중도 사임했습니다.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에 임명된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도 쇼박스 사외이사에 선임된 지 26일 만에 물러났습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 수사를 받는 기업으로 간다는 것은 명분이 어떻든 이해충돌의 소지가 크다”면서 “최근 정치권과 행정부까지 검찰 출신의 영향력이 강화돼 검사 네트워크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장동엽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기업 운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 자리가 오히려 기업의 뒤를 봐주는 역할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면서 “인사혁신처의 심사 기준 등을 명확하게 공개해 이해충돌 여부를 시민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명단은 익명 자료인 정부 취업심사 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 등을 대조해 취합됐습니다.

참여연대 측은 불충분한 정보 공개 탓에 전수 조사를 실시하지 못했으며, 취업심사 승인을 받고도 실제 취업하지 않은 경우나 직위명·취업일자 등이 일부 다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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