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의 '윤리사회 기원(祈願)']

[법률방송뉴스]

지난 8월 국회에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결의안’이 제출됐다. 이에 대한 여야의 의견차도 크지 않아, 관련 개정 법안도 여럿 발의되어 있다.

현행법은 가축법상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것은 합법이라고 하면서도, 축산물위생관리법상 도살·유통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한다. 그럼에도 개고기 판매업체는 실질적으로 단속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이 2018년 개를 전기로 감전시켜 도살한 행위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본 사례가 있으나, 이를 개 식용을 금지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개 식용 금지의 논거는, 개는 지능과 사회성이 높고 인간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해왔으며, 다른 가축이나 반려동물에 비해서 특별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개 식용 관습이 있던 해외 여러 국가들도 법 제정을 통해 개 식용을 금지하거나 금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개 식용 문제는 동물복지와 공중보건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라는 점도 수긍할만한 주장이다. 개가 아니어도 양질의 고기를 얻을 수 있고, 개 도축과정이 비위생적이고 잔혹하다는 것도 개 식용 금지의 논거 중 하나다. 정부가 올해 실시한 비공개 여론조사에서는 개 식용 금지 반대가 60% 가량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일까? 원칙적으로 동물권의 차원에서 ‘상당한 지능과 사회성을 갖춘 고등동물을 식재료로 삼으려고 고통을 주거나 살해하는 것은 가능하다면 하지 않아야 할 일’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개를 비롯해 개와 유사한 모든 고등동물의 식용을 금지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고등 동물이 가진 지능과 사회성을 존중해 그들을 동등하게 존중하려는 태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는 실제 동물이 아니고서는 영양분과 맛이 충분한 육류를 인공배양육 등의 방식으로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없다. 결국 지성과 사회성이 없는 동물만이 아니라, 소, 돼지, 양, 개와 같은 지성과 사회성을 갖춘 고등한 포유류를 식용으로 불가피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는 개를 식용 금지하는 것과 동일한 논리가 소, 돼지, 양, 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돼지나 소도 개 수준이거나 그 이상의 지성과 사회성을 갖추고 있고, 비위생적이고 잔혹한 방법으로 사육되거나 도축이 이루어져서도 안된다. 따라서 고등한 동물 간의 평등의 관점에서든, 어떤 동물을 식용으로 쓰고 싶어하는 사람 간의 평등의 관점에서든, 어떤 식용 동물을 다른 식용 동물과 차별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는 부족하다.

소, 돼지, 양보다는 개를 선호하여 보호하려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더 많다는 것이, 민주주의나 다수결의 관점에서 개의 식용만을 금지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물론, 돼지나 소를 어떤 이유로 먹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타인에게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렇다면 개를 먹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이 다수라고 하더라도, 이를 타인에게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부당할 여지가 있다. 이는 다수결에 따라 소수자 혐오를 인정해도 된다는 사고방식과 어떤 면에서 비슷하다.

국민의 민주적 의사를 정하는 다수결은 선호, 취향, 정파의 다수결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논리에 근거한 법안이나 정책을 제시하고, 그 법안이나 제도에 다수가 찬동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논리적으로 볼 때 비슷하지만, 어느 쪽은 다수가 선호하고 어느쪽은 소수만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다수가 소수의 기호를 억압하는 식의 다수결은, 다수가 소수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억압하는 것으로 위헌일 가능성도 있다.

인공 배양육 등의 발전으로 고등동물을 살해하지 않고도 영양분과 맛이 충분한 육류를 저렴하게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고등동물을 공장처럼 집단으로 사육해 식료품으로 삼는 일은 없어질 수도 있다. 저렴하게 육류와 동일한 수준의 인공배양육을 얻을 수 있는데도, 실제의 고등동물을 식용으로 쓴다면,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실제의 고등동물을 살해하는 것을 즐기는 기괴하고 잔혹한 행위로 보여질 것이다.

고등 동물의 식용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게 된 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과거의 사람들이 고등동물을 사육해 식용으로 썼다는 끔찍한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유독 개 식용만을 금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개를 식용으로 하는 사람은 소수이며, 점차 감소하고 있고 문화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개 식용을 금지하면, 대신 다른 고등동물이 더 많이 식용으로 사용될 것이다. 개를 사랑하는 다수만을 존중하고, 나머지 사람들과 동물들의 권리를 무시하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개 식용 금지 법안은 동물권과 같은 숭고한 가치를 내세우나, 오히려 그 행간에는 다수가 선호하는 개 이외의 다른 동물의 생명과 타인의 권리를 짓밟아서라도 다수의 선호와 이익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폭력성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오늘도 소와 돼지를 먹으면서 “개를 먹는 것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범죄행위다”라고 말하는 것을 올바른 민주적 다수결에 따른 ‘법치’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진정으로 동물들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인공 배양육 기술의 발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국가가 가진 정치적 자원이 인공 배양육 기술의 빠른 발전에 쓰일 수 있도록 집중하는 등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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