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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전청조 사건이 한동안 큰 화제였다. 너무 황당해서 나쁘다는 느낌보다 웃기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그 이야기가 나왔고 그러다보니 언론도 더 많이 다룬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오픈 AI의 CEO 샘 알트만은 “내가 만든 인공지능 기술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고 인간소외 현상이 생기게 되었으니 대신 전세계에 기본소득을 주겠다”며 월드코인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그 코인은 우리나라 코인거래소인 빗썸에도 버젓이 상장되었지만, 이 거짓말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이 없다.

알트만의 말이 전부 거짓은 아니다. 챗GPT를 개발한 것은 사실이고, 월드코인을 공짜로 주는 것도 맞다. 그런데 누가 코끼리의 코만 보고 “코끼리는 뱀처럼 생겼다”고 말하면, 우리는 그 말을 틀렸다고 하지 않나. ‘전모’를 보아야 하며, 전모는 ‘누가 어떻게 돈을 벌었나’에서 나온다. 챗GPT는 유료사용자가 적어서 서버 유지비로만 큰 적자 상태이다. 알트만은 월드코인을 나눠준다는 발표로만 그냥 1억1,500만 달러를 벌었는데, 알트만에게 그 돈을 준 사람들은 월드코인을 잔뜩 받아서 빗썸 등 코인거래소에서 몇 배로 팔고 나갈 것이다.

씁쓸했다. 좋아하는 가수를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답답함과 비슷하다. “내가 만든 코인인데 이게 돈이야”가 “성전환수술로 생식능력이 생겼다” 보다 뭐가 못한거지? 조회수 올려주지 않으려고 전청조 기사를 외면하다가 “I am 신뢰예요.”에서 무너졌다. 너무 웃기잖아!

전청조 사건이 웃긴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알트만에게 더 관심이 필요하다. 큰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크다는 것이 공범 여부, 피해자의 수와 금액 문제만은 아니다. 큰 거짓말에는 ‘사기꾼’과 ‘피해자’ 말고 ‘사회적 토양’이라는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전청조의 경호원 고용은 작업상 필요한 개인의 투자이다. 반면 월드코인은 교수, 박사, 금융업자 등이 ‘기술과 인간’, ‘미래’ 같은 얘기로 품어주고 나라가 코인거래소를 인정하는 덕분으로 큰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알트만과 고용관계가 아니고,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 이득이 되기 때문에 자기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느 사회에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나라는 왜 다른 나라보다 사기가 많을까?' 이는 '어느 나라가 마약을 많이 할까?'와 같은 질문이다. 이용자가 많으면 산업이 커지고 조직을 키워서 이용자를 창출하니, 파는 자와 사는 자는 닭과 달걀의 관계이다. 근본적 원인을 찾기 위해서 국민 체질상 마약을 더 좋아하는 유전자가 있는지에 대해 연구해야 할까? 마약이 많은 나라는 그냥 단속이 잘 안되는 나라이다. 단속이 안되는 건 그 사업에 이해관계자가 많아서 토양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거짓말이 살기에 땅이 좋은 나라에 사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거짓말이 살기에 땅이 좋은 편일까? 참고로 미국에서는 자국민에 대한 월드코인의 지급과 월드코인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샘 알트만은 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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