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법원장 추천제 개선’에 대해 일부 판사들이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사법 개혁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수렴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명수 사법부 유산 지우기’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이라는 해석도 하고 있습니다. 

'법원장 추천제'는 각 법원 판사가 투표를 통해 천거한 후보 2∼4명 중 1명을 대법원장이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로, 대법원장 권한 분산과 사법 행정의 민주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2018년부터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추진해 올해 초 전국 20개 지방법원으로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도입 초기부터 의도와는 정반대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법관들이 본연의 임무보다 법원장 투표에 치중해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통상 법원장 후보로 지방법원의 수석부장판사가 천거되는 양상을 보면, 대법원장이 미리 원하는 인사를 이 자리에 보내면 외관만 '투표'로 보일 뿐 원하는 사람을 법원장에 앉힐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오늘(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A부장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게시판(코트넷)에 ‘지방법원장 추천제와 사건처리율의 상관관계’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A부장판사는 “재판 지연이 화두로 떠오르고 일각에서 법원장 추천제가 재판 지연의 한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된 실증적 검증을 하겠다며 일부 법원을 대상으로 ‘추천제 기간과 임명제 기간의 사건처리율’(동일 법원의 다른 기간과 비교) 등을 분석했습니다.

A부장판사는 그러면서 ▲추천제와 임명제의 처리율 차이가 미세하고 ▲법원별, 연도별 사회·경제적 여건이 다르며 ▲사건 수에 따라 법원별 가동 법관이 매년 조정된 점 등을 고려하면 어느 한쪽이 우위 현상을 보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앞서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의 B판사도 지난 13일 ‘재판지연과 법원장 추천제도 개선 관련 언론보도에 대하여’란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이러한 논의를 왜 법원 내부에서 먼저 접하지 않고 기사들을 통해 접하는지 의문”이라며 “최소한 사법행정에 관한 논의는 법원 내부에서 먼저 시작되길 바란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B판사는 “법원장 추천제의 대표적 폐단으로 ‘법원장이 소속 판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재판 지연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다’는 점이 꼽히는데, 법원장이 재판 지연을 제대로 단속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법원장이 사법행정권을 부당하게 남용하지 않는 전제에서 어떤 방식으로 단속하면 재판 지연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인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선의 한 판사는 “글 자체만 보면 법원장추천제 수정 내지 폐지 논의에 대한 반론이지만 크게 보면 김명수 사법부 체제의 유산을 지우지 말라는 얘기로도 읽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A판사는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당시 코트넷에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던 인물이고 B판사도 당시 관련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공개 촉구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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