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 질환 배상 책임 인정 '첫 사례'
정부에 대한 손배상 청구는 기각

서울중앙지법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사진=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천식 질환이 악화된 환자에게 판매·제조사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에 따른 천식 질환 발병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제(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서보민 부장판사)는 천식 질환을 가진 10대 피해자의 보호자가 제조·판매사인 옥시 레킷벤키저(옥시)와 납품업체 한빛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들은 공동해 원고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옥시와 한빛화학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천식 사이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음이 확인됐다"며 "피고들이 다른 원인으로 천식이 악화됐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해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천식 질환 사이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 청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유족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2020년 3월 서울 여의도 옥시RB 본사 앞에서 2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유족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2020년 3월 서울 여의도 옥시RB 본사 앞에서 2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의 원고는 10대 피해자인 딸의 부모로, 피해자는 2009~2010년 병원에서 폐렴과 천식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7년 1월 특별법이 제정된 후 환경부 피해구제위원회로부터 천식 질환으로 구제 인정을 받아 급여를 타게 됐지만, 옥시 등이 정신적 피해 배상을 하지 않자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자는 위자료로 총 6억원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미 정부로부터 1억 2,000여만원의 구제급여를 지급받았고 이후 매월 급여를 받는 점, 이를 옥시가 상당 부분 부담한 점 등을 고려해 액수를 선정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관련해 법원이 폐 질환이 아닌 기관지 질환인 천식 질환 환자에 대한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 판결이 첫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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