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경제, 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

[법률방송뉴스]

최근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 특별근절’을 선언했다.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 "개인의 삶을 짓밟고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암적 존재", "범죄수익 환수", "강력한 세무조사", "법 개정이나 양형기준 상향 검토" 등 필요한 말은 다 있었다. 

단속, 수사, 재판 같은 국가기능도 결국 사람들이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고, 유한한 자원이다. 당연히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그만큼 중요하다.

‘불법 사금융’은 무면허에 법정최고이율을 넘는 고리대금을 말하는데, 소위 ‘다단계 금융’과는 다르다. 다단계 금융은 투자금을 불려준다고 돈을 받고 다른 투자자 돈으로 돌려 막는 ‘폰지식 사기’이다. ‘다단계’라고 하는 이유는 ‘모집수당’을 주면서 남을 데려오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커지기 때문에 규모가 수십억원은 기본이고, 천억, 조 단위도 많다. 가상자산이 생기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고 피해자 수와 금액도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당국의 다단계 금융 단속이 보이스피싱 단속에도 밀리면서 방치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범죄에는 특징이 있다. 사업설명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겉으로 다 드러나게 되어 있다. 모든 사기가 그런 것처럼, 돈을 넣은 사람은 혹하게 된 사정이 있겠으나, 제3자 눈에는 사기인 것이 뻔히 보인다. 마약중독자가 스스로 마약을 중단할 수 없듯이 다단계 금융 투자자는 이해관계가 생겨서 스스로 대처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사기판이 펼쳐져 있지만 ‘남의 일이라서 방치’되는 현상이다. 바로 이 점이 대통령이 다단계 금융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를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정력 투입의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생색이 나는 일을 택하게 마련이다. ‘민생’, ‘서민’ 카테고리다. 그런데 금융 사기에 대해 대중들은 당한 사람만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금융 사기는 민생을 가장 크게 해치지만 우선순위에서 빠진다. 

사기가 있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당한다. 사기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 가면 꼭 교수, 정치인, 변호사, 연예인 같은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기사로도 보도된다. 적극 조력이든 잘 몰랐든, 사정은 다양하겠지만, 그들이 이득이 있으니까 간 것은 분명하다. 그런 걸 보고 속기 때문에 사회에서 다단계를 ‘양성화’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하지만 간과되는 사실이 있다. 내가 사기에 당하지 않더라도 사회라는 공동생태계를 통해서 내가 같이 피해를 받는다는 것. 돈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총량이 같더라도, 돈이 부가가치 생산자에게 잘 분배되는 경제와 특정인이 눈먼 돈을 긁어가는 경제는 전혀 다르다. 이 관계를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볼 수 있다면 ‘다단계 금융 특별근절기간’도 곧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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