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규모 연 평균 90억원... 단독 범행부터 10여명 담합도
고객 돈 훔쳐 코인·도박·주식... 준법감시인은 '턱없이' 부족
회수율도 60% 미만... 신뢰 생명 금융기관, 내부 통제 절실

[법률방송뉴스]

▲앵커

예탁 받은 조합원 자금을 다른 조합원에게 빌려줘 이들 간 원활한 자금 융통을 유도하는 금융기관을 '상호금융조합'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농협이 있는데, 이 농협에서 횡령으로 사라지는 돈이 연 평균 90억원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금융권 비위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지만, 내부 통제는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법률방송>이 농협 내 횡령 실태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석대성 기자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13년간 77번, 3000억원을 꿀꺽한 경남은행 직원 횡령 사건.

분노를 넘어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고객의 피 같은 돈을 삼키는 이런 행태.

지역은행 등에서도 연간 수십 건씩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법률방송이 입수한 국정감사 자료입니다.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징계를 받은 농·축협 임직원은 2913명.

매년 500명 넘는 임직원이 비위로 징계를 받고 있습니다.

횡령하다 걸린 임직원을 취합해보니 648명.

징계 받은 임직원 전체 중 약 20%로, 10명 중 2명은 고객이나 회사 돈을 훔치다 해직·정직·감봉·견책 등 제재를 받았습니다.

단독 범행부터, 많게는 10여명이 담합해 돈을 가로챈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경기도 광주의 한 지역 단위 농협에선 출납업무를 보는 직원이 4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했다가 긴급 체포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직원은 스포츠 토토와 비트코인 등으로 탕진한 돈을 메우려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파주에선 30대 직원이 5년간 7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빼돌리다 결국 덜미가 잡혔습니다.

올해도 비위 적발은 끊이지 않습니다.

경남 지역농협에선 30대 직원이 신축 공사비를 횡령해 불법 스포츠 도박 자금으로 쓰다 걸렸고, 서울에선 현금자동입출금기 안에 있는 돈을 조금씩 빼내는 방식으로 1억원을 훔친 직원이 경찰에 넘겨졌습니다.

횡령 수법도 다양합니다.

거제의 한 하나로마트에선 납품업체 거래 담당 직원 두 명이 판매할 제품을 원래보다 비싸게 책정해 차익을 남겼다가 적발됐습니다.

하지만 농협 측은 이들의 행위를 검사국에 보고하지도, 경찰에 고발하지도 않아 '제 식구 감싸기냐'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전산에만 남고 실체는 사라진 돈, 2017년부터 약 590억원.

회수율은 60%가 안 됩니다.

더 큰 문제는 횡령 사고 파악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횡령 규모 상위 10개 사고를 분석한 결과, 적발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년 3개월.

간 큰 도둑질은 매년 꾸준하지만, 감시 인력은 턱없습니다.

농협은행 준법감시부 인력은 총 53명.

전체 임직원의 0.33%에 그칩니다.

시중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금감원 권고 비율 0.4%를 못 채우고 있습니다.

농협 측도 횡령을 막을 별다른 묘수는 없어 보입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 (음성변조)
"임직원 교육이라든가 또 내부 통제 강화하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전산으로 잡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저희가 또 파악하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자식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 모으던 노후 자금.

자녀 공부시키려고 차곡차곡 아껴두다 주려고 했던 대학 등록금.

적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상사의 모욕도 참아가며 저축하던 월급.

직원 일탈을 못 막은 은행의 불찰에 저마다 사연 담긴 고객의 돈이 단숨에 까먹히고 있습니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기관의 내부 통제 정비가 절실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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