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판매와 처벌의 문제

 

[법률방송뉴스] 최근 오랜만에 손에 땀을 쥐는 선착순 예매를 했다. 국내 3대 마라톤 중 하나로 꼽히는 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이었다.

모바일 예매 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대기 4632명’ 화면을 맞닥뜨리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돈 내고 수 시간을 내내 고행하는 일에도 사람이 이렇게 몰리는 판국이니, 두세 시간 내내 환희와 황홀을 오가는 대형 공연은 오죽할까.

실제로 오는 6월 27, 28일 열리는 브루노 마스(Bruno Mars) 내한 공연은 지난 4월 예매가 시작된 지 30여 분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었다. 공연장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이 5만 석 규모이니, 이틀 공연으로 무려 10만 석의 티켓이 순식간에 팔린 것이다.

공정한 선착순이었을까? 전부 다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공연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암표’와 ‘암표상’은 어김없이 등장했고, 부정거래 티켓이 대거 적발되었다. 5월 3일 공연제작사인 라이브네이션코리아는 “브루노 마스 내한공연 부정거래 티켓 취소 안내”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고 거래 사이트, 프리미엄 티켓 사이트 등에서 확인된 부정거래 티켓 좌석의 예매를 취소 처리했다”고 밝혔다.

암표상이 매크로 등을 이용해 티켓을 사들인 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되파는 일은 공연계의 골칫거리다. 공연기획사 측에서는 온라인상의 암표 매매를 근절하고자 예매를 한 아이디와 공연장에 입장하는 자가 동일인일 것을 입증해야만 입장을 허락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이에 질세라 암표상들은 ‘아옮(아이디 옮기기)’, ‘계옮(계정 옮기기)’ 등 방법을 이용해 본인의 티켓을 구매자의 아이디로 옮겨 주며 공연기획사 측의 대응을 무력화한다. 암표 수법도 나날이 발전하는 셈이다.

■ 암표는 왜 나쁜 것일까? 처벌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쯤에서 암표는 왜 나쁜 것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암표에 붙는 프리미엄, 즉 추가적인 금액을 ‘선착순 경쟁을 하지 않고 입장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부가가치’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암표를 ‘위험을 덜기 위해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접근한다면, 왜 나쁘게 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암표의 문제는 공연의 생산자가 아닌 제3자, 즉 암표상의 배만 불린다는 데 있다. 암표상은 실제로 공연의 생산자도 향유자도 아니면서 가운데 껴서 이득만 챙길 뿐, 공연예술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나아가 이중매매나 공연 취소시의 환불문제 등에 대해 정당하게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 또한 값비싼 프리미엄으로 인해 ‘경제는 어려운데 공연계만 호황’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제3자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끼어들어 문화예술 생태계를 교란하는 행태이니만큼 암표는 오래전부터 처벌의 대상이었다. 처벌의 주요한 근거인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2항은 나루터, 정류장 등에서 입장권이나 승차권을 다른 사람에게 웃돈을 받고 되파는 행위를 2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규율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73년, 그러니까 50년 전에 처음 신설되었다. ‘나루터’와 같은 오래된 표현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오프라인상의 전매 행위만을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상 이루어지는 암표 매매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 처벌 수위도 매우 낮다.

형법상으로는 업무방해죄를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매크로를 이용한 야구경기 암표 판매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의 유죄를 인정한 판결도 존재한다. 하지만 공연문화의 교란으로 실제 피해를 보는 궁극적인 피해자는 창작자 집단인데, 법리적으로 인정되는 피해자는 포털사이트 또는 통신판매업자가 되기도 하는 등 명쾌한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추가적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서 아이디를 만드는 등의 사정이 없다면 현행법상으로는 매크로 프로그램의 사용 그 자체만으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문제가 있긴 하다.

■ 「공연법」에 암표상 처벌 근거가 신설되었다던데?

이런 문제점을 반영해 2020년 12월 공연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당시의 개정법은 정부의 암표방지 ‘노력 의무’만을 규정할 뿐 처벌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다 올 2월 공연법의 재개정을 통해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상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드디어 마련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개정법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도입된 처벌조항은 「공연법」에 있기 때문에 동법의 적용을 받는 경우에만 유효하다. 우리가 사는 티켓은 공연뿐만 아니라, 스포츠 경기, 축제, 시상식, 팬미팅, 영화 시사회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공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다양한 행사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나아가 개정 공연법은 매크로를 이용하는 암표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매크로 없이 암표를 팔아 폭리를 취해도 만일 그것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진다면 별다른 제재 근거가 없다는 문제도 남는다.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상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공연법에 신설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 암표상의 판매를 중개하는 ‘플랫폼’까지 함께 처벌하는 것은 어려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 신종 암표 판매 방식인 아옮, 계옮은 단속이 가능할까?

이른바 ‘아옮(아이디 옮기기)’이나 ‘계옮(계정 옮기기)’은 암표상인 양도인의 티켓구매 취소와 양수인의 구매가 거의 동시에 가까울 정도의 근소한 시간차를 두고 이루어진다. 양도인과 양수인의 합의에 의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행위 자체에 불법성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다만 2차 범죄로 이어질 위험은 존재한다. 암표판매업자가 티켓 양도를 위한 절차에 필요하다며 구매자의 아이디, 이름,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까지를 요구하고 핸드폰으로 곧 보내질 인증번호까지 알려달라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이렇게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핸드폰 소액결제를 하거나 인터넷은행의 소액대출 하는 등으로 구매자에게 수천만 원의 피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현재로서는 입법으로 암표를 근절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특별히 낙담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범죄’라는 건 계속 진화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비자들로서는 공연 시장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암표상을 외면해야 한다. 건전한 공연문화에 참여한다는 인식으로 말이다. 싱거운 결론이긴 하지만,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고도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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