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후행동 제공.

[법률방송뉴스] 청소년들이 국내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최초로 제기한지 3년이 된 가운데, 사회의 변화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촉구하는 자리가 열렸습니다.

오늘(13일)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은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기후 헌법소원 청구 3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경과와 남은 과제 등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헌법소원 청구 당사자 중 한명인 오민서 활동가는 이날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문제를 알게 됐을 땐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후소송에 참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3년간 역대급 폭우에 사람이 죽고 최악의 가뭄으로 소양강 댐이 말라가는 걸 봐왔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두려움은 더 실체화됐는데 정치나 법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서경 활동가 또한 “3년 전 당시 청소년이었던 우리가 이제 성인이 됐다”며 “성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별반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지가 없어 보이고 매달릴 곳은 헌법재판소만 남은 느낌”이라며 헌재의 역할을 당부했습니다.

지난 2020년 3월 13일 청기행 소속 19명의 청구인은 헌법재판소에 법과 시행령에서 규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보호하기에 크게 부족하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이후 같은 해 9월 변호인단이 헌재에 공개변론을 신청했으며, 10월 정부는 헌법소원 제기 7개월 만에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청기행이 제기한 것과 같이 생명권, 환경권,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해 제기된 소송은 총 4건으로, 청기행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비상행동, 녹색당, 아기기후소송단 등에서도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헌법소원 변호인단 이병주 디라이트 대표변호사는 이날 헌법소원이 이뤄진 계기와 상황을 설명하고 헌재의 빠른 결정을 촉구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정치적 기관인 국회나 정부는 선거로 인해 오히려 기후 문제를 다루기 어려울 수 있다”며 “정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는 오히려 사법이 국민을 살리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윤세종 플랜 1.5 변호사 또한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가 법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미 만들어진 법이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하는 것”이라며 “헌재가 기본권의 보호자로서 역할을 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헌법소원 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올라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진전의 유무가 아니라 진전이 충분했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3년 동안 입법과정에서의 해결책이 미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기행은 이날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청기행은 “3년 전 청소년 원고 19명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기후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변한 것은 없다”며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의 의무를 저버린 것은 결국 국민 기본권 보호 의무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기본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우리의 기후대응은 이제 큰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판결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는 지체되지 않는 판결이 필요하다”며 “헌법소원 판결로 우리의 삶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한편 실제로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후소송은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런던 정경대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지난 8년 간 전 세계적으로 제기된 기후변화 관련 소송은 총 44개국 1200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의 우르헨다 소송을 시작으로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사법부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기후소송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기후소송네트워크 공동대표 루시 멕스웰 변호사는 이날 국내 기후소송 관련 헌법소원 지지발언을 했습니다.

루시 멕스웰 변호사는 영상을 통해 “한국의 청소년기후소송은 동아시아에서 제기된 첫 소송으로 다른 나라의 지역사회는 물론 법원들까지도 한국의 헌법재판소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판단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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