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쳐.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쳐.

[법률방송뉴스]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폭행, 협박 등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강간과 스토킹으로 신고했지만 부부라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된 사연이 알려진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부부 사이의 범죄 입증이 어려운 건 맞지만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양모씨는 자신의 친여동생이 겪은 부당한 사연을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리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양씨의 동생 A씨는 여군소령으로 재직 중이고, 그의 남편 B씨는 모기업 해외 파견 근무 중입니다.

A씨는 군복무 특성상 주소지 이전이 많아 아이의 양육은 친정 부모님이 줄곧 책임지고 있었고, 직업 특성상 주말 부부처럼 살아왔습니다.

양씨는 글을 통해 “A씨의 직장이 군대이다 보니까 직업 특성상 업무의 대부분이 남자들과 이뤄지는데도 결혼 초부터 남편 B씨의 의심은 정도가 심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의심과 협박, 폭행으로 이어졌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B씨는 차량으로 고의사고를 내는 등 A씨의 신변을 위협했고, 이에 A씨는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해 법원의 판정을 받은 적도 있다”면서 “원만한 가정생활을 위해 접근금지 명령을 취하했지만 B씨의 스토킹은 더욱 심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A씨는 B씨로부터 협박과 폭력, 성폭행에 의한 허위 공증에 사인까지 하는 등 피해가 계속되자 더 이상 결혼 생활이 힘들다고 판단해 B씨를 신고했습니다.

A씨는 B씨와의 대화 녹취록, 메신저 내용, 주차장 CCTV 영상 등을 근거로 법적 구속력을 요청했지만, 모두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가 내려졌습니다.

양씨는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게시글에서 언급했습니다. 대화녹음에는 B씨가 별거 중에 찾아와 성폭행과 강제 성관계를 하려고 해서 A씨의 싫다는 의사표시를 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양씨 측이 제출한 메신저에 따르면 해외근무로 알고 있던 B씨가 귀국했다며 지금 집 앞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A씨는 둘이 같이 있는 것이 무서워 아침에 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B씨는 2시간도 되지 않아 관사 집 앞 사진을 찍어 보내며 문을 열라고 했고, A씨가 문을 열어주자 누구랑 있냐며 방을 뒤지고 이혼서류를 내미는 등 알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증거물에는 명시되어 있습니다.

양씨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부부라는 이유로 B씨에 대한 강간 및 스토킹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난다면 A씨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보호할 수 없게 된다”며 재수사와 관련 법 개선을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법조계 "부부 사이의 범죄사실 입증 어렵지만 명확한 증거 있다면 가능"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창경 김정현 변호사는 "대법원은 형법에서 정한 강간죄의 객체에 법률상 처가 포함된다"며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최대한 자제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강간죄 인정을 위한 폭행이나 협박의 정도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부부 사이의 강간죄 또는 그 외 범죄의 경우 어느 한 당사자에 의해 이혼소송에 악용될 가능성 등으로 인해 실무상 다른 일반범죄의 경우보다 부부 사이의 범죄의 인정에 보다 명확한 증거가 요구되어 범죄 입증이 어려운 경우도 다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부부 사이의 범죄인 경우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는데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직접적인 범행 증거 외에도 범죄 발생 전후의 정황, 당시 부부의 정서적 관계, 평소 상대방의 성향과 행동, 예상되는 범행 동기 및 개연성과 함께 신고자에게 무고의 동기가 없다는 점 등을 수사기관에 잘 설명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법무법인 바른 김지희 변호사는 "일반적인 부부 사이에는 해당 범죄에 대한 입증이 다른 경우에 비해 좀 더 어려울 수도 있다"며 "다만 별거 중인 부부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범죄에 대한 입증이 법률상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더 힘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강간죄와 스토킹 범죄의 혐의를 인정받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적절히 제출하는 것 자체가 다른 범죄에 비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강간죄는 그 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단순히 거절의사 표시만으로는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강간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거절의사 표시가 담긴 녹취록뿐만 아니라 그날 성관계 이전 폭행, 협박이 있었다는 증거자료까지 함께 제출되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김 변호사는 "같은 주거공간에 거주하고 있는 부부라면 스토킹 범죄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지만, 별거 중인 부부 사이에서는 성립이 가능하다"며 "스토킹 범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반복적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영화법률사무소 한영화 변호사는 "우선 불기소 이유로 부부임을 참작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지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변호사는 "위와 같은 내용의 명시가 없다면 부부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위와 같은 내용의 명시가 있는 경우라면 부부임에 구애받지 않고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 범죄의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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