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남상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남상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전문성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한국어 단어 중 대중의 관심을 끌었던 단어들이 있는데, 갑질, 화병(火病) 등과 더불어 우리 대기업 특유의 지배구조와 그 집단을 가리키는 ‘재벌’이 있습니다.

‘재벌’의 영문 표기는 ‘chaebol’인데, 이에 대한 영문 해설은 “(in South Korea) a large family-owned business conglomerate”이고 ‘(한국에서) 광범위한 가족이 소유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중들은 ‘재벌’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기도 하고 동경의 대상으로 보기도 하는 등 관심이 상당한데, k-드라마의 클리셰 중 대표적인 것이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상속·출생의 비밀·부패한 모습, 재벌가의 자식과 소시민의 사랑 등 이라는 점에서 ‘재벌’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최근 종영한 JTBC 토일 드라마 ‘모범형사 2’에서도 재벌가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재벌가의 악행과 이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형사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 재벌가인 ‘TJ그룹’의 회장인 ‘천성대(송영창 분)’의 딸이자 그룹 이사인 ‘천나나(김효진 분)’는, 아버지는 물론 이복 오빠이자 그룹 부회장인 ‘천상우(최대훈 분)’에게 복수하고자 그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견제하면서 그룹의 경영권을 쟁취하려고 합니다.

그 일환으로 특수부 검사로서 TJ그룹을 수사하던 ‘우태호(정문성 분)’에게 먼저 청혼하여 결혼함으로써 그를 그룹 내부로 끌어들이고, 우태호는 법무팀장으로서 TJ그룹의 모든 위기를 해결해 나갑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우태호는 천나나가 범죄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대신하여 경찰에 자수하러 가는 도중 또 다른 사고를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 형법은 제151조 제1항에서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범인은닉·도피죄’는 범인 이외의 자가 그 범인을 은닉 ‧ 도피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것으로서 범인 자신의 은닉·도피행위는 본죄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다만, 범인이 타인을 교사하여 범인 자신을 은닉 ‧ 도피하게 하거나 타인의 범인은닉·도피행위를 방조하는 경우 ‘범인은닉 ‧도피죄의 교사범 또는 방조범’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즉, 자기 스스로 도망가거나 숨는 경우는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타인을 교사하여 자기를 도망가게 하거나 숨게 하는 경우’ 또는 ‘타인에게 범행 및 도주 경위 정보를 제공하는 등으로 범인은닉·도피를 돕는 경우’에는 교사범 또는 방조범으로 처벌받는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우리 형법 제151조 제2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범인을 위해 범인은닉·도피죄를 범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친족 또는 동거 가족 관계에 비추어 범인은닉·도피행위를 하지 아니할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인이 친족 또는 동거 가족을 교사하거나 방조하여 자기를 은닉 ‧ 도피시킨 경우에도 범인은닉·도피의 교사죄 ‧ 방조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만약 우태호가 천나나를 대신하여 자수하러 가던 중 사고가 나지 않았고 모든 진실이 밝혀졌더라면, 우태호는 친족간의 특례에 따라 범인은닉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천나나는 범인은닉교사죄 또는 범인은닉방조죄가 성립했을 것입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배우자나 가족 또는 친구의 범죄를 덮어주려고 대신 자수하는 등의 사건이 종종 발생합니다. 주위 사람을 범죄로 끌어들이게 되는 부탁을 하지도 말아야 하지만, 자발적인 선의가 있다 하더라도 내 배우자, 가족, 친구를 위한다면 오히려 이를 거부하는 것이 옳은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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