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뮤지컬 <마틸다>는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로, 주인공 마틸다는 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도서관의 어려운 책들을 모두 읽을 만큼 뛰어난 두뇌와 재능을 가진 소녀입니다. 그럼에도 마틸다의 부모는 마틸다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TV가 아닌 책을 읽는다는 이유로 괴상한 아이라며 혐오합니다.
극 속에서 마틸다의 아버지는 중고차 딜러로 떼돈을 번 사업가입니다. 그러나 그 비법은 차량 번호판 바꿔치기와 차에 엔진오일이 아닌 톱밥을 넣고 전동드릴을 작동시켜 주행거리를 조작한 것이었습니다. 자동차 번호판을 바꿔치기하여 위조·변조·부정사용하는 것은 자동차관리법 위반죄, 공기호부정사용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의 조작방법과는 많이 다르지만, 불가피한 사유가 없음에도 차량의 주행거리를 변경할 경우 자동차관리법 위반죄가 성립하며, 주행거리가 조작된 차량을 정상적인 차량인 것처럼 속여 매매대금을 교부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마틸다의 어머니는 매일 시내에서 이기면 돈을 따는 빙고놀이를 하고 돌아오며, 4살이었던 마틸다에게 통조림 수프 한 캔만 두고 방치하곤 했습니다. 빙고놀이라고는 하지만 돈을 걸고 했다면 도박성이 인정될 수 있고, 매일 하였다면 상습성도 인정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 재물의 득실의 경제적 가치가 근소하여 건전한 근로의식을 침해하지 않을 정도라면 단순 일시오락으로서 처벌의 대상은 아닐 것입니다.
마틸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틸다의 보호자임에도 무관심과 냉대로 일관하고, 학교도 제때 입학시키지 않는 등 아동을 ‘방임’하였습니다. 이는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버리는 것을 말하는 형법상 ‘유기’로 인정되기에는 부족하더라도,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라고 볼 수 있으므로 ‘아동학대’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아동복지법상 학대의 개념은 유기에 준할 정도를 요하는 형법상 학대의 개념보다 넓게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아동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아동의 신체 건강 및 발달의 저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나 위험이 있는 행위임을 인식하거나, 예견하였음에도 이를 용인하였다면 족하다고 봅니다.
가장 심각한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마틸다가 뒤늦게 입학한 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인 트런치불 선생님입니다. 트런치불 선생님은 해머던지기, 투포환, 투창 선수로 올림픽도 출전할 만큼 강력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힘을 학생들을 학대하는 데 사용합니다. 학생을 못이 박힌 기절 방에 가둬두고, 해머 던지듯이 집어던지고, 거꾸로 들어올려서 흔드는 등 폭행, 상해, 감금 행위를 저지른바 아동학대범죄가 성립하기에 충분합니다. 트런치불 선생님은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의 장으로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임에도, 보호하는 아동에 대하여 아동학대죄를 범하였으니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되어야 합니다(아동학대처벌법 제7조).
트런치불 선생님은 자신의 조카인 제니퍼 허니 선생님이 어렸을 때 보호자였으나, 아동학대를 저지른 당사자로서, 상습범으로서 형이 한번 더 가중되어야 하겠습니다.
다행히 마틸다는 염력을 쓸 수 있는 초능력과 비상한 두뇌, 야무진 성격을 가지고 있어 범죄자 어른들 사이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작은 복수들을 합니다. 아버지가 못살게 굴자, 마틸다는 아버지의 헤어 로션에 탈색약을 섞어놓고, 탈색된 머리를 가리려고 쓰게 될 모자 안쪽에는 순간접착제를 발라놓았습니다. 마틸다의 아버지는 결국 머리카락을 다 잘라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머리카락의 손실은 신체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켰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상해죄 등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한 마틸다는 만 5세로, 형법상 벌하지 않는 형사미성년자(만 14세 미만)일 뿐 아니라 소년법(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상으로도 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초능력을 사용하여 유령인 척 트런치불 선생님을 놀래켜, 겁에 질려 도망치게 하는 등 악당 퇴치에도 성공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기 행각이 발각되면서, 마틸다 가족은 해외로 도피할 계획을 세웁니다. 마틸다는 도피에 동참하지 않고 미리 준비한 양육권 양도 서류에 부모님의 서명을 받아 합의 하에 신뢰하는 제니퍼 허니 선생님에게 입양되어 행복하게 살게 됩니다.
다행히도 마틸다는 비상한 두뇌와 초능력으로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났지만, 현실에서는 학대받는 어린아이들이 어른에게 대항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24조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아동학대범죄에 대해서는 그 예외로서 피해아동 자신도 고소가 가능합니다. 피해아동의 법정대리인과 친족은 물론입니다.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의심이 드는 경우에는 지자체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출동하여 범죄를 제지하고,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하고, 보호시설 또는 의료기관으로 인도하는 등의 응급조치가 가능하고,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와 긴급임시조치, 위탁보호 등 피해아동에 대한 장기적인 보호조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을 겪었던 한 어른으로서,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은 없는지 따뜻한 눈으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