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단체 ‘호남대안포럼’ 강연 나서
“존중‧신뢰‧활력‧변화”…기성세대 변해야

[법률방송뉴스] 호남대안포럼(상임대표 채명희, 공동대표 장정심‧박은식, 이하 ‘포럼’)이 지난 10월 30일, 윤희숙 전 국회의원(서울 서초구갑, 국민의힘)을 강사로 초청해 강연회를 가졌습니다. 포럼은 “지역 독점 정당의 배후지로 전락한 호남 시민사회가 건전한 비판과 토론을 회복하고, 호남 정치의 위기, 나아가 대한민국 정치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안을 추구하겠다”는 지향 아래 여러 강연과 토론회를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호남, 특히 광주는 우리 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라며, “‘호남대안포럼’이 이 지역 정치의 ‘대안’이 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들과는 다른, 어떤 ‘변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중요한 움직임을 시작해 주셔서 고맙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 “국민 묶던 사슬 끊어낸 지도자들,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

윤 전 의원은 먼저, 우리 역사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하나의 척도가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각 정권은 모두 공과가 있는데, 아프고 부끄러운 부분이 있지만 자랑스러운 부분을 자랑스럽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보수고, 부끄럽고 잘못된 역사는 무조건 뒤엎어야 하므로 잘된 부분도 절대 말하지 않겠다는 쪽이 진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구분에 따라 자신은 보수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정치인의 한 명으로서 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지도자 또는 정치인은 사회가 돌아가는 동력이 될 사회적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고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며,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교육법을 만들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를 처벌하고 한글과 기본 산수 교육을 의무화한 것을 통해, 90%에 달하던 문맹률을 4%까지 떨어뜨림과 동시에 ‘교육’에 대한 국민 갈망을 사회가 돌아갈 동력으로 만든 것은 잘된 정치의 예”라고 평가했습니다. 당시 우리 국민을 옭아매고 있던 ‘못 배운 나라, 못 배운 국민’이라는 사슬을 끊어낸 지도자라는 겁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방글라데시나 콩고보다도 못 살던 ‘전쟁고아’의 나라인 대한민국이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30년도 안 되어 올림픽 개최지로 탈바꿈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당시는 거지처럼 구걸하는 한국 전쟁고아들의 사진이 전 세계에 알려져 한국이 여러 국가의 도움을 받으며, 국내에 제대로 된 기업도 없어 국가 예산의 반이 미국 원조로 돌아가던 시절입니다. 

윤 전 의원은 “이 때는 절망과 굶주림이 국민을 묶고 있던 족쇄였고, 국민은 누구나 이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이 있었다”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이러한 국민 갈망을 정확히 읽고 ‘경제 발전’을 국가 아젠다 1순위로 삼으며 가난을 해결하는 데 주력한 것은 잘된 통치의 예”라고 평했습니다. 이 도약을 디딤돌 삼아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진국 반열에 들었으므로, 이때를 부정하면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이룩한 김대중, 김영삼 정권이 정치적으로 아주 좋은 예라는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87년 직선제 개헌 시행 이후에는 때마침 베를린 장벽 붕괴 등에서 촉발된 세계화 추세까지 확산되어 시기적으로도 한국이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좋은 기회가 됐다는 게 그의 말입니다. 윤 전 의원은 “막 독재의 사슬을 끊으며 자유를 얻어낸 우리 국민이 세계화의 물결에 힘입어 곳곳에서 활약하며 국가경쟁력까지 크게 향상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 지난 사회에 익숙한 기성세대, “변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발전의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더 이상 상승 곡선을 이어가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윤 전 의원은 “따라서 정부는 경제 하락의 속도, 그러니까 하락의 폭을 최소화하는 데 무엇보다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타깝지만 자명한 사실은, 청년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 세대 이상의 발전과 부를 이룩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청년 세대가 ‘공정’이라는 가치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현상도 여기에서 이유를 찾습니다. 

윤 전 의원은 “기득권층은 자신들이 지닌 힘으로 안 그래도 기회가 부족한 보통의 청년들에게서 기회와 이익을 빼앗아 자기 자녀들에게만 몰아주는 몰염치한 행태를 보였고, 그것 때문에 우리 사회가 굉장히 분개하지 않았냐”라며 “기성세대가 살던 시대에는 문제가 안됐을지 몰라도, 그때와 다른 시대를 사는 지금의 청년들에게까지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했습니다. 

나아가 기득권층은 사람 존중 의식까지 결여됐다는 게 윤 전 의원의 뼈아픈 지적입니다. SPC 노동자 사건에서 국민이 환멸을 느낀 지점도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대체되고 없어지게 마련인 도구와 수단처럼 취급된’ 측면입니다. 

윤 전 의원은 “기성세대는 먹고 살기 바빴기 때문에 배려를 이야기하는 문화가 아니었고, 남을 존중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는 게 개인의 흠이 되는 사회가 아니었다”라고 설명하면서도, “이제는 이런 인식이 우리 사회의 높아진 국민 의식 수준에 맞지 않기 때문에, 기업 간부급이나 사회 지도층이 여전히 옛날과 같은 인식에만 머물러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이런 비극은 끝없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기업 환경이 후진적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 100곳 중 55곳의 영업이 불법인데, “변화에 소극적인 것은 변화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되는 기득권의 힘이 여전히 너무 세기 때문”이라는 게 윤 전 의원의 분석입니다. 

■ 이제,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윤 전 의원은 “지금 우리 사회에 결여된 것, 국민이 갈망하는 가치들은 분명하게 나와 있다”라며 “존중, 신뢰, 활력, 변화”를 제시했습니다. 나와 내 가족만 잘 살겠다고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사회구성원 간에 서로 신뢰를 주며, 기업이든 개인이든 자유롭게 뛰면서 이 사회에 활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갈망이 우리 국민에게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국민 갈망을 이뤄주겠다고 나서야 할 정치인들이 진영 논리와 정쟁에만 매몰되어서, 오히려 국민 갈망을 이룩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게 윤 전 의원의 날선 평가입니다. “레고랜드 2천억을 막기 위해 예산 50조를 들이붓겠다는 중요한 발표가 있던 날에도 정치권은 ‘첼리스트 한동훈 목격담’의 소용돌이에만 빠져 있었고, 언론 역시 ‘한동훈 술자리’ 일색이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윤 전 의원은 “정치를 한 지 2년 정도가 됐는데, 어떻게 여의도에는 이런 사람들만 모였나 생각을 한 적이 있다”라며, “국민이 거짓말 일색에 국민 경조사 잘 찾아다니는 정치인들에게 맹목적으로 믿음과 표를 주고, 상대편을 누르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거짓말로 공격을 일삼는 정치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면, 우리 정치는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내 편’으로 보이는 정치인들에게만 믿음을 주지 말고, 정말 옳은 일을 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분별 있는 믿음을 보내야 한다”라며, “‘국민이 감시하고 심판한다’는 말을 정치인들이 무서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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