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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불법 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26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박근혜 정부 당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오늘(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김옥곤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게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외의 선거 관여 정보활동으로 인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분리해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이철성 전 경찰청장(강 전 청장 시절 경찰청 차장)과 박화진 전 청와대 치안비서관 등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의 유죄 판결을 받아 형사소송법 제326조에 따라 면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강 전 청장 등은 20대 총선이 있던 지난 2016년 4월 당시 박근혜 정부에게 유리한 이른바 '친박' 관련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를 기획한 혐의로 지난 2019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당시 경찰청 정보국이 지역 정보경찰에게 선거에 개입하는 문건을 만들도록 지시한 것으로 봤습니다. 또 지난 2012~2016년 청와대와 여당에 비판적 입장을 가진 진보 성향 교육감과 국가인권위원회 일부 위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등을 '좌파'로 규정하고 불법 사찰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국민 스스로 정치 의사결정에 참여해 선출된 대표자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핵심 수단이다. 선거의 공정성은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이고, 이러한 헌법적 가치의 수호를 위해 공직선거법은 국가기관이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가기관이 공적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는 등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어 "피고인들은 경찰청장, 고위직 경찰 공무원, 청와대 비서관 또는 행정관으로서 선거 과정에서 법령을 준수하고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할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채 오히려 자신들의 공적 지위를 망각한 채 오히려 자신들의 공적 지위를 남용해 특정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이용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과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경찰청 고위직으로 근무하던) 피고인들은 재직 당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한다는 미명 하에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좌파세력으로 단정하고 동향을 감시했다. 편향적 정보활동을 지시해 민주주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위법행위를 자행했다"며 "국민에 봉사할 국가 경찰 조직을 공직선거에 개입하도록 하고 정치 편향적 집단으로 전락시킨 피고인들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위법행위이므로 엄중한 처벌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피고인 강신명은 12만 경찰조직의 수장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경찰들의 직무 집행이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지휘·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법한 선거활동을 지시해 정보경찰이 조직적으로 공직선거에 개입하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와 죄책이 더욱 무겁다"고 했습니다. 다만 "20대 총선 과정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과 관련해 피고인들은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가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지시를 받고 거부하지 못한 채 수동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부분이 있다"며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유·무형 이익은 모두 특정 권력에 귀속됐다는 점에서 궁극적 책임은 국가 경찰 조직을 부당하게 이용한 정치권력에 있다고 봐야 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나머지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강 전 청장, 이 전 청장 등은 "과거부터 대통령 국정 기조에 부합하는 편향적 정보활동을 하는 정보경찰의 오랜 관행을 답습받아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국정운영 보좌 명목으로 애써 합리화 해온 정보경찰의 조직적 문제에 기인한다"며 "피고인들의 개인적 책임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경찰이 된 이후 40년 이상 경찰 공무원으로 재직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공로를 부정할 수 없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이 전 청장의 경우 28년 전 벌금형 외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선고 직후 강 전 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향후 진행되는 항소심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짧게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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