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정규직 프리랜서 PD의 죽음... "근로자 지위 왜 부정하나, 억울하다"
어느 비정규직 프리랜서 PD의 죽음... "근로자 지위 왜 부정하나, 억울하다"
  • 유재광 기자, 남승한 변호사
  • 승인 2020.02.10 19: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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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재학 프리랜서 PD,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1심 패소 후 극단 선택
"근로자 지위 인정되려면 상급자와 지휘감독 관계 명확하게 입증해야"

▲유재광 앵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 오늘은 방송국 비정규직 프리랜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CJB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던 30대 프리랜서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 내용이 어떻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고 이재학 PD라고 하는 분입니다. 2004년에 조연출로 청주방송에 입사해서 프리랜서 PD로 14년간 일했고요. 임금 인상 문제로 회사와 갈등을 빚다가 2018년 4월에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만두게 된 후 4개월 정도 지나서 청주방송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는데 지난달 22일에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일 오후 8시경에 청주 아파트 지하실에 숨져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해서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못한 게 없다" "억울해 미치겠다" "왜 부정하고 거짓말을 하냐" 등의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청주방송에서 일하던 프리랜서 PD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남승한 변호사= 2012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 이번과는 조금 일은 다릅니다. 4월 1일에 당시 청주방송 프리랜서 조연출 PD였던 27세 이윤재씨가 밤샘 작업 후 퇴근했다가 오전에 직장 동료들과 축구 경기를 위해 다시 나와서 축구를 하다가 쓰러져서 사망했습니다. 사인은 과로에 의한 심인성 쇼크였는데요.

망인은 2011년 7월에 청주방송과 조연출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촬영과 편집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밤샘 편집을 해야 했다고 했고요. 입사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다가 입사한 지 10개월도 안 돼서 사망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프리랜서 PD들이 받는 급여는 법적으로 임금이 아니라면서요. 이거는 왜 그런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고 이윤재씨의 경우를 보면 당시 청주방송으로부터 프로그램 1편당 25만원을 수령했다고 합니다. 월로 환산하면 100만원에서 최대 125만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게 월급이 아닌 이유가 정규직 직원이 아니고 프리랜서 급여는 제작비에 포함돼서 나가기 때문인데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4대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고, 근무시간 같은 경우도 주당 60~70시간, 월 260시간 이렇게 장시간 근무해야 했는데, 이에 따른 추가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돌아간 이재학 PD의 경우에도 이윤재 PD와 노동조건에 있어서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앵커= 고 이재학 PD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진 것도 같은 이유겠네요.

▲남승한 변호사= 비슷한 이유입니다.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려면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고 그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지휘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재학 PD는 당연히 청주방송의 지휘감독을 받아서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고요.

조연출, 연출, 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비롯해서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는 사업 업무까지 다 했다, 그리고 비정규직 동료들이 작성해서 제출해준 진술서에 따르면 이재학 PD가 사업계획서나 보조금 협의 관련 문서나 보조금 신청 문서, 정산 증빙서류까지 기안하고 회사의 결재 라인을 따라서 처리했다는 것인데요.

부득이한 사정으로 결재나 보고를 하지 않으면 원래대로라면 지휘감독을 받지 않으니까 담당 국장이 혼낼 일이 없는데, 담당 국장에게 혼난 적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반면 정규직 구성원의 경우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윤재씨의 경우에도 그렇고 이재학 PD의 경우에도 그랬는데요. 이 두 가지 진술의 차이에서 소송의 승패가 갈렸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결국에는 그래서 1심 재판부는 회사 측 손을 들어준 것이잖아요.

▲남승한 변호사= 근로자 지위가 인정 안 된다는 것이었고, 지휘감독 관계가 없다고 본 것인데요.

이와 관련해서 이재학 PD의 변호사는 "이씨가 14년 가까이 정규직처럼 일했고 40여 가지의 증거를 냈는데도 1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이재학 PD가 심적 부담을 느끼고 이런 일이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했습니다.

원고가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변호인과 유족 측은 소송수계 신청을 통해 항소심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앵커= 항소심에서도 다른 증거나 추가 진술이 더 나오지 않는다면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요.

▲남승한 변호사= 네 항소심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판단은 판사마다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이고, 증거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만 추가로 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항소심 법원이 다른 결과를 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어서요.

시작하기도 전에 전망이 좋지 않다고 얘기하기는 곤란하지만 지휘감독 관계가 좀 더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으면 항소심 소송도 꽤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밖에서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방송업계가 프리랜서나 비정규직 착취로 굴러가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승한 변호사= 문재인 정부 발족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공공부문 등에서 꽤 많이 이뤄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더 민주화하자고 요구하고 더 선진화하자고 주장했던 방송국 쪽에서는 정작 남의 얘기처럼 일하고 있지 않았나 싶어서 씁쓸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데요.

사람이 비극적인 일이 생긴 후에라도 고쳤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물론 더 좋은 것은 이런 비극적인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인데 비극적인 일이 생긴 뒤에라도 전향적인 자세를 가졌으면 합니다.

▲앵커= '프리랜서'라고 회사 지시를 안 받았다고 판단하는 법원 판단이 일반인이 보기엔 조금 그렇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남승한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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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2020-02-10 23:32:19
지휘감독관계를 명확하게 밝힐 자료들이 충분했으나 청주방송 사측은 이를 은폐하고 내부 직원들을 회유, 압박하여 위증했던 것 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오히려 법이 나몰라라 한 것인데 이제 다 밝혀지고 있죠. 얼마나 억울했겠습니까
이런 방송을 내보내기 전에 사실관계와 현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검토하고 올리세요. 모르는 분들이 읽으면 상황을 오해하기 딱 좋게 풀어놓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