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한 번 잘못했다가는 패가망신"... 공익소송 위축시키는 '패소자 부담주의'
"소송 한 번 잘못했다가는 패가망신"... 공익소송 위축시키는 '패소자 부담주의'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01.08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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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공익소송 패소자 부담 공평한가' 토론회
"공익소송, 소송 통해 사회제도 개선 등 공익 발생"
"공익소송의 경우엔 '패소자 부담주의' 예외 둬야"

▲유재광 앵커= 오늘(8일) 대한변호사협회 대강당에선 '공익소송 패소자부담 공평한가?'라는 주제로 제도개선을 모색해보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패소자 부담주의'가 뭔가요.

▲장한지 기자= 일단 우리나라는 소송비용 관련해서 패소한 사람이 상대방의 변호사 보수 등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패소자 부담주의를 취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98조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는 조항에 따른 건데요.

변호사 보수를 예로 들면 소송가액에 따라 다른데,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소송가액이 5천만원일 경우 변호사보수는 440만원, 1억원일 경우 770만원 정도를 패소한 쪽에서 부담해야 합니다.

▲앵커= 오늘 토론회는 그러면 공익소송에선 이런 패소자 부담주의가 문제라는 취지인가 보네요. 

▲기자= 네, 오늘 주제 발표를 맡은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는 공익소송의 범주를 인권 실현, 표현의 자유 보장, 권력 감시, 노동권 보장, 환경권 보장 등 크게 5가지로 나눴습니다.

한 마디로 공익소송은 판결을 통해 사회 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등 당사자 개인을 넘어 공공의 이익을 확대하는 소송이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이런 공익소송의 경우엔 패소자 부담주의에 예외를 둬야 한다, 이런 취지입니다.

▲앵커= 취지는 알겠는데 예외를 둬야한다는 근거나 논리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일단 공익소송의 경우 소송의 상대방이 대게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 공기업, 재벌 등 이른바 ‘힘센 상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 승소 가능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승패에 관계없이 소송을 통해 사회적 변화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공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서입니다.

나아가 공익소송은 기존의 주류적 판례에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법해석’이 필요한 측면이 있어서 승소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소송입니다.

이런 공익소송의 현실이나 취지 등을 감안하면 패소자 부담주의에 예외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지은 참여연대 간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
“법원의 판결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공문과 같이 구속력과 규범력을 갖기 때문이고 그래서 제도개선 등 사회변혁을 하기 위해서 주요 방식으로 소송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공익소송을 제기해서 이기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사회적 공론화를 유도하는 것도 공익소송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앵커= 사례 같은 게 있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신안군 염전노예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염전노예 피해자 지체장애인 8명이 국가배상청구를 제기했지만 1심에서 단 한 명을 제외하고 패소했습니다.

그러자 신안군이 패소한 7명에게 변호사 수임료 등 697만 2천만원을 청구했고요, 항소심 소송비용에 부담을 느껴 패소한 7명 중 4명이 항소를 포기했고 3명만 항소했습니다. 그리고 이 3명은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 관련 생명다양성재단이 설악산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해서 낸 행정소송도 1심에서 패소한 뒤 양양군에 소송비용 1천 652만원을 물게 되면서 재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항소를 포기하는 등 비용이 부담돼 재판을 포기한 사례는 꽤 많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대안이 제시됐나요.

▲기자= 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송상교 변호사가 ‘공익소송 소송비용 패소자 부담의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 제도개선 방향’ 주제 발표를 맡았는데요.

일단 큰 방향은 공익소송에 대한 ‘소송비용 감면제도’를 명시적으로 법령에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제언입니다. 구체적으론 민사소송법을 개정해 관련 규정을 삽입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법률 개정 전이라도 법원이나 법무부가 관련 규칙이나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는데요.

특히 공익소송에서 승소한 측이 국가나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기관인 경우 우선적으로 공익소송 패소에 따른 비용 감면대상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감면 대상이 되는 공익소송, 공익성을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가려낼 수 있나요.

▲기자= 관련 지적에 대해 일부 공익성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여러 나라에서 공익성의 기준을 사례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게 송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앵커=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기자= 소송비용 ‘각자 부담주의’를 취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공익소송에 대해서는 ‘편면적 패소자 부담주의’라고 해서 원고가 승소할 경우 패소자가 변호사비용을 청구하고, 원고가 패소할 경우 상대방의 변호사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패소자 부담주의를 취하고 있는 영국은 ‘보호적 비용명령 제도’를 채택해서 법원 재량으로 소송비용 지불 의무를 면제하거나 지불액의 상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익소송의 경우엔 패소자 부담주의에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송상교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송상교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장]
“한 마디로 소송 한번 잘못했다가 패가망신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공익소송에 대해서 예컨대 '특혜를 준다'거나 매우 미시적인 부분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공익소송을 키울 수 있는 공익법률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 문제가 접근이 이뤄져야...”

▲앵커= 소송 남발을 막을 장치 마련을 전제로 도입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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